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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개관 150주년 시카고 동물원...베트남과 루이지애나 요리의 만남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링컨 공원 동물원의 북극곰 '리'.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링컨 공원 동물원의 북극곰 '리'.

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 가운데 하나인 시카고의 ‘링컨 공원 동물원’이 올해 개관 150주년을 맞았습니다. 링컨 공원 동물원은 1868년, 백조 두 쌍으로 시작해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온 동물을 만나볼 수 있는 대형 동물원이 됐다는데요. 외관은 변했지만, 150년을 이어온 동물원의 정신만큼은 변화가 없다는 링컨 공원 동물원을 찾아가 보죠.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오디오] 개관 150주년 시카고 동물원...베트남과 루이지애나 요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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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이야기, 개관 150주년을 맞은 시카고 동물원”

[현장음:링컨 공원 동물원]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링컨 공원 동물원.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에이드리언 호리건 동물 기록 관리 매니저는 링컨 공원 동물원이 150년 전 뉴욕시로부터 받은 선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에이드리언 호리건] “뉴욕에 있는 유명한 공원이죠? 센트럴공원관리국이 시카고 시의 공공사업위원회에 백조 두 쌍을 선물했습니다. 그 선물은 당시 뉴욕에서 여러 문화 기관을 세웠던 유명 인사 앤드루 그린과 ‘일리노이-미시건 운하’에서 일하던 그의 동생이 낸 아이디어였어요.”

지금도 여전히 동물원의 연못 위엔 백조들이 우아하게 떠다니는데요. 백조 외에 훨씬 더 많은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5 km2에 달하는 넓은 공간엔 바다사자를 위한 널찍한 수영장부터, 야생동물들이 거니는 거대한 우리, 초식동물들을 위한 초원도 갖추고 있는데요. 200여 종의 동물들이 매년 30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방문객]

시카고에 살다 보니 가까운 동물원을 종종 찾는다는 이 방문객은 동물원이 올해 150주년을 맞았는지 미처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동물원에서 평화롭게 거니는 동물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동물들의 생태계가 위태로워지고, 생활 터전을 잃게 되면서 상당수의 동물이 개체 수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벤 헌트] “우리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아프리카 펭귄의 경우 현재 야생에서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동물은 다른 동물원들과 함께 아프리카 펭귄 종의 개체 수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우리 동물원에서 아프리카 펭귄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났다는 거예요. 지금 4개월인데 건강하게 잘 자라서 덩치가 벌써 자기 부모만 합니다.”

많은 사람이 펭귄은 추운 남극에만 산다고 생각하지만, 아프리카 펭귄은 남아프리카 지역이 서식지라고 벤 헌트 매니저는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시카고는 아프리카 펭귄의 고향과 기후가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펭귄들이 적응을 잘 한다는데요. 시카고의 강한 바람, 눈이 많이 내리는 추운 겨울과 포근한 여름 날씨가 남아프리카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녹취: 관광객]

관광객들 역시 아프리카 펭귄을 가까이서 보며 최고라고 치켜세웁니다.

그런데 링컨 공원 동물원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벤 헌트] “우리 동물원은 입장료가 없습니다. 처음 개관 때부터 시민들을 위한 무료 공원이었어요. 사실, 동물원 개관 후 초기인 1870년대만 해도 시설 유지와 동물 관리를 위해 입장료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원 위원회 측은 결국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고요. 지금까지 무료입장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들 그리고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찾아와 자연을 감상하고 또 동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겠다는 링컨 공원 동물원의 이 전통은 1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미국 휴스턴 '크로피쉬 앤 누들스' 식당의 삶은 크로피쉬 요리.
미국 휴스턴 '크로피쉬 앤 누들스' 식당의 삶은 크로피쉬 요리.

“두 번째 이야기, 베트남과 미국 루이지애나의 맛이 만나다, ‘비엣-케이준’”

미국 남부 걸프 연안을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케이준’ 문화입니다. 케이준이란 과거 캐나다 동부의 프랑스 식민지 주민들을 일컬었던 말인데요. 18세기 중반 이들 케이준은 미 남부 루이지애나 주로 이주하게 되고 이곳에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게 됩니다. 케이준이라고 하면 특히나 독특한 요리로 유명한데요. 해물이나 소시지, 쌀을 독특한 양념으로 버무린 케이준 음식은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죠. 그런데 미국 남부에 가면 케이준 음식의 매력에 베트남의 맛을 결합한 색다른 요리가 있다는데요. ‘비엣-케이준(Viet-Cajun)’이라고 불리는 이 독특한 맛의 조화를 만나보시죠.

[현장음: 크로피쉬 앤 누들]

큰 통 안에서 크로피쉬가 쏟아져 나옵니다. 크로피쉬는 작은 민물가재로 케이준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인데요. 갖가지 양념으로 버무린 가재가 한 솥 삶아져 나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케이준의 대표적인 요리인 ‘삶은 크로피쉬’이지만, 요리사 트롱 누엔 씨는 여기에 자기만의 비법을 더합니다.

[녹취: 트롱 누엔] “여기에 제가 지금 뿌리는 양념이 바로 제가 개발한 ‘비엣-케이준(Viet-Cajun)’ 양념입니다.”

누엔 씨의 주방에선 이렇게 독특한 양념을 가미한 요리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이민자 출신인 요리사 누엔 씨는 이렇게 케이준 요리에 베트남의 맛을 더한 ‘크로피쉬 앤 누들스’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트롱 누엔] “제가 베트남에 있을 때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요리를 굉장히 잘 하셨어요. 전 할머니가 해주시는 그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자랐죠. 할머니 옆에서 요리하는 걸 늘 돕곤 했는데 그렇다 보니 할머니의 손맛이 자연스럽게 제게 전수된 것 같아요.”

누엔 씨는 1980년대 말 정치적 난민 신분으로 미국에 왔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공부도 했고 루이지애나에 살며 여러 직업을 거쳤는데요 하지만 결국 해산물 요리를 취급하는 식당을 열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 남부 걸프만 지역엔 거주하는 베트남 이민자들 가운데 해산물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은 누엔 씨뿐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트롱 누엔] “초기 베트남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걸프만 지역에 자리 잡았고, 새우잡이 어선을 많이 탔습니다. 새우잡이 아니면 새우와 연관된 일이었죠.”

걸프만 지역에 살면서 이 지역 특산 요리인 케이준 요리를 받아들이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녹취: 트롱 누엔] “케이준 요리 재료로 많이 쓰이는 게 작은 민물가재인 크로피쉬, 새우 그리고 메기 등입니다. 베트남 이민자들은 어업에 종사하면서 케이준 문화를 잘 이해하게 됐고요. 결국 해산물을 취급하는 사업에 뛰어든 이민자들이 많습니다. 저는 케이준 요리에다 베트남의 맛을 결합해 식당을 열었는데 사실 베트남 음식과 케이준 음식이 비슷한 면이 많아요. 베트남 음식에도 양념이 많이 들어가거든요.”

다양한 양념을 쓴다는 것 외에 케이준과 베트남 음식엔 공통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데요. 베트남은 과거 프랑스의 식민통치를 받았고 케이준 선조들은 과거 미 대륙의 프랑스 식민주민들이었으니까요.

누엔 씨 가게를 찾는 손님 중엔 베트남 이민자들은 물론이고, 베트남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도 비엣-케이준의 맛에 푹 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이크 배던볼드 씨는 1주일에 한 번은 친구들과 누엔 씨 식당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녹취: 마이크 배던볼드] “저는 루이지애나 남부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당연히 케이준 스타일의 크로피쉬에 대해 잘 알죠. 그런데 이 식당에 오니까 베트남의 맛을 더한 ‘비엣-케이준’ 크로피쉬를 팔더라고요. 기존의 케이준 크로피쉬보다 훨씬 더 맛있어서 이 식당을 자주 찾습니다.”

베트남계 이민자 손님도 만족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요.

[녹취: 테리 트랜] “다양한 양념이 더해져서인지 풍미가 정말 끝내줘요. 크로피쉬도 딱 알맞게 잘 삶아졌고요.”

독창적인 맛으로 식당을 찾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만족을 주는 누엔 씨. 자신의 뒤를 이을 다음 세대 요리사들은 베트남과 케이준 문화의 융합을 더 멋지게 담아낼, 더 나은 ‘비엣-케이준’의 맛을 창조해내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트롱 누엔] “제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맛있는 음식은 사람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거예요.”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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