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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일본 정부, 북한에 북송사업 피해자 귀환 공개 요구해야”


지난 2003년 1월 일본 니가타에서 북한 원산으로 출항하는 '만경봉-92' 호 승객들이 인공기를 흔들고 있다. 북한은 재일 한인 북송 사업에 이용한 만경봉 호가 노후하자, 1992년 '만경봉-92' 호를 건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의 송환을 북한에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국제인권단체가 촉구했습니다. 일본으로 탈출한 일부 피해자들은 북송사업을 거짓 선전을 통한 유괴 행위로 규정하고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2일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자 송환을 북한 정부에 공개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에 과거 일본에서 북한으로 유인했던 한인들과 친척들의 귀환을 즉각 허용할 것을 아베 정부가 촉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단체의 도이 가나에 일본 지국장은 성명에서 피해자들이 지상낙원이라는 북한 정부의 선전을 믿었지만, 이들은 낙원이 아닌 지옥과 맞닥뜨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이 국장] “The paradise on Earth victims believed the propaganda, but what they encountered in North Korea was hell, not paradise,”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이런 역사적 잘못을 가능하게 했던 역할과 희생자들이 계속 고통 받는 현실을 인식해 피해자들의 요구를 지원하며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일본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을 면담하고 북한과의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이 문제를 제기해 피해자들이 일본으로 돌아오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성명은 지난 20일 일본 내 탈북민 5명이 도쿄지방재판소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직후 나왔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과거 북한의 재일 한인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갔다가 탈출해 일본에 귀국한 당사자와 자녀, 일본인 아내 등 입니다.

이들과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가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선전해 재일 한인 가족을 귀국하도록 유인한 뒤 굶주리게 하고 이동까지 막는 등 모든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했다며 소송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북한 정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5억엔, 미화 4백 20만 달러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5명 가운데 한 명인 고정미 씨는 22일 VOA에 북송사업은 사람을 속여서 납치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에 의한 유괴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정미 씨] “북한 정권이 여기 조총련에 지시해서 공공연하게 사람들을 좋은 말로 속였잖아요. 지상낙원이라고. 3년 만에 돌아올 수 있다고, 그래서 일본 적십자사에 서류를 제출해서 갈 곳을 인도해줬고 매 집에 찾아가서요. 그런 것을 봐서 결국은 지상낙원이 아니라 지옥이었으니까. 유괴사건으로 이번에 했어요.”

북한 정부는 지난 1959년 일본과 ‘재일 한인 북송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을 통해 대대적인 북송사업을 펼쳤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적십자사의 지원 속에 이뤄진 이 사업으로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 3천 340명이 북한으로 이주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겪는 차별 때문에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모국에 가서 성공하겠다는 신념으로 북송선에 오른 것이라고 탈북민들과 가족들은 설명합니다.

3살 때인 1963년 부모를 따라 북한에 갔다가 2002년에 탈북한 고 씨는 그러나 이들이 북한에서 일본보다 훨씬 심각한 차별과 인권 유린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정미 씨] “(북한에) 가 보니까 일본에서 겪는 차별 고통보다 더 심한. 째포요 반쪽발이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사상이 나쁘다. 뭐 조금만 이상한 소리 하면 어디로 갔는지 정치범수용소에 갔는지 죽었는지 행방불명 되고. 뭐 굉장하거든요. 그러니까 먹고 사는 비참한 생활은 둘째였어요. 우리 집안은 8살 때 저는 오빠 정말…(한숨)”

고 씨의 오빠는 북송선에서 북한의 모습을 본 뒤 충격을 받아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버티다 북한 당국에 체포돼 고문을 당한 뒤 정신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공동소송을 제기한 사이토 히로코 씨도 과거 VOA에 1961년 남편과 1살 된 딸을 데리고 북송선에 올라 청진 앞바다에 도착했을 때 배에서 큰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히로코 씨] “삼 일 만에 청진 앞바다에 도착을 했단 말입니다. 그 때 배 위에서 조선 쪽을 보니까, (그곳) 사람들을 보는 순간 야 이건 잘못 왔구나 하는 게 벌써 느껴지더라구요. 옷이랑 그런 것 보니까. 배 위에서 모두 야 이거 잘못 왔다 해서 막 우는 사람도 되게 많았어요. 도로 보내 달라는 사람도 있고 아니 내리겠다고 막 야단치는 사람이 있어도 뭐 어쩌지 못하고.”

고정미 씨는 지난 2008년 북송사업을 주도했던 조총련이 계속 일본에서 활동하는데 분개해 일본 법원에 피해소송을 제기했지만, 조총련이 이주자의 북한 내 생활까지 책임진다는 계약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각됐습니다.

올해 2월 북한 정부의 북송사업이 반인도적 범죄에 부합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수사 청원서를 제출했던 가와사키 에이코 씨도 20일 기자회견에서 북송사업은 북한 정부가 후원한 납치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가와사키 씨와 고정미 씨 등 원고들은 모두 북한에 갇혀 계속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정의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친척이 받을 피해를 생각하면 침묵할 수밖에 없지만,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 없어 일본 정부와 국제사회에 호소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는 겁니다.

고정미 씨는 이번 소송을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인 납북자 사안 뿐 아니라 북송 사업 문제를 북한 정부에 직접 제기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정미 씨] “아베 총리가 이번에 혹시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일본인 납북자 문제 뿐아니라 이 북송사업 문제도 반드시 넣어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겁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이번 소송과 단체들의 요구에 자세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을 후원하고 있는 일본의 민간단체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은 피해자들이 자진해서 북한으로 갔기 때문에 납치로 보기 힘들다는 인식이 일본 정부에 팽배해 있다고 지적합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 등 많은 국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송 사업에 일본 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송 사업을 지원했던 일본 적십자 기록 등에는 일본 당국이 재일 한인들을 식민시대의 원치 않는 잔재이자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는 존재로 여기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일본 정부는 북송사업을 인도적 차원으로 해석하며 책임을 북한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일본 의회 관계자는 VOA에 이 사안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최종 보고서에서 재일한인 북송사업을 납치와 강제실종 문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일본에서 북한으로 이주한 9만 3천 340명이 지상낙원이 아닌 가혹한 현실에 직면해야 했다며 증인들이 겪은 피해 사실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한편 일본과 북한이 수교국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정부를 상대로 한 이번 소송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일본 매체들은 소송 자료를 북한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에서부터 심리 진행 등 법적 절차에 관한 여러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피해자들, 즉 소송 원고 대리인인 시라아 아쓰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도쿄지방재판소가 북한 정권의 인권 위반에 관해 불법성을 판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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