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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워싱턴 방문 탈북 청년들] “더 큰 세상은 도전...북한 동무들도 기회 갖기를”


최근 미국에서 통일 지도자 연수를 받은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워싱턴 연방의사당을 방문했다.
최근 미국에서 통일 지도자 연수를 받은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워싱턴 연방의사당을 방문했다.

한국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최근 3주 동안 워싱턴과 뉴욕에서 통일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연수를 받았습니다. 유엔과 세계은행, VOA 등 다양한 기관과 연구 단체를 방문한 탈북 학생들은 북한에서 배운 미국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또 더 큰 세상을 보며 도전의 기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 대표는 평양의 대학생들에게도 이런 연수의 기회가 열리길 고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23일 단체 대표와 두 명의 북한 출신 대학생들을 만나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들어봤습니다.

기자)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자기 소개부터 해 주시죠.

나승희 대표) 저는 KASM이란 비영리 단체 대표를 맡고 있는 나승희입니다. 오랫동안 세계은행 그룹에서 근무하고 은퇴한 뒤 지금은 KASM에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우현) 저는 함경도에서 온 김우현입니다. 7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홍아) 저는 한국에 온 지 5년 정도 됐고요. 한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며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홍아 라고 합니다.

기자) KASM이 어떤 단체이고 왜 남북한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하시는지 소개해 주시죠

나승희 대표) 저희 단체는 오랫동안 한국의 대학생들을 이곳 워싱턴으로 초청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준비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7년 전부터 북한에 고향을 두고 떠나와서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통일 준비를 위해서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통일 지도자 연수를 받은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워싱턴 VOA를 방문했다.
최근 미국에서 통일 지도자 연수를 받은 남북한 출신 청년들이 워싱턴 VOA를 방문했다.

기자) 오늘은 특별히 북한에서 오신 대학생들을 모셨는데, 북한에서 미국 하면 반제반미 교양교육 때문에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식이 만연된 것으로 압니다. 물론 최근 미북 정상회담으로 분위기가 조금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이 왜곡된 게 많다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미국에서 와서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홍아) “미국은 일단 한반도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이고 북한에서는 제국주의 야망에만 꽉 차 있는 국가라고 배웠는데, 여기에서 직접 보고 한국에서 배운 바에 의하면 완전히 그런 국가는 아니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와서 처음으로 느낀 건 미국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고 인사성이 바르고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제국주의 느낌은 배제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우현) 저는 대학생이 되기 전에 미국인 친구들과 얘기도 해 보고 영어 공부를 위해 서로 대화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이미 미국에 대한 적대감은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때 좋았고요. 강대국인 것만큼 그 면모를 보여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3주 동안 다양한 기관과 장소들을 방문했는데, 어땠나요?

김우현) 세계은행이나 IMF 등 다양한 곳을 방문해 많이 배웠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옛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했었습니다. 한국에서 모르던 역사를, 고종 황제란 개인 인물을 한국에서 배웠던 것과 다르게 그 사람이 자주독립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됐습니다.

홍아) 첫 주에 진행됐던 유대인 박물관(홀로코스트)이나 미국의 흑인(아프리칸 어메리칸) 박물관을 방문했던 게 좋았습니다. 북한과 연관 지어 생각할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과거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미국에서도 오래전 흑인을 차별했던 때가 있었는데, 북한에도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을 학살하고, 겉으로 모두가 평등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성분 차별을 하는 게 많습니다. 그런 것을 비춰볼 때 북한 사회도 빨리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습니다.

기자) 나 대표님, 이번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참가했죠?

나승희 대표) 한국에서 전부 11명이 왔습니다. 그 중에 3명이 남한, 8명이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학생들입니다.

기자) 지난 7년여 동안 북한 출신 학생들이 이곳 워싱턴을 다녀갔으니까 적어도 수십 명이 될 텐데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나승희 대표) 지금도 연락을 많이 합니다. 탈북 학생들이 50여 명, 남한 학생 10명이 조금 넘는데 1년에 두 번씩 우리가 서울에서 동문회를 합니다. 다 나오지는 않지만, 서로 연락하며 지냅니다. 영어 공부를 더 하거나 외국에서 석사 학위를 하고 싶은 학생들은 더 연락이 자주 됩니다. 그중에는 국무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선발이 되어 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다시 유학 오는 학생도 여러 명이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과는 더 연락을 많이 하죠.

기자) 3주 동안 적지 않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셨을 텐데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 계획이나 꿈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우현) 저는 어릴 때 공부를 많이 못 해서 한국에서 공부가 많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전 의식이 좀 약했는데, 특히 영어 배우는 게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회가 있잖아요. 탈북 학생이기 때문에 받을 기회들이 많으니까. 우선 미 국무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서 미국에 와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그중에 언어적 능력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모든 게 영어로 돼 있어서. 그래서 영어를 배우고. 대표님이 또 비즈니스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거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나승희 대표) 기계공학하고 경영학을 함께 공부하면 앞으로 커리어 면에서 참 좋거든요. 그래서 제가 세 번 정도 그런 조언을 했습니다.

홍아) 저는 지금 경영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일단 미국에 와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아 영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이 걸 저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를 정말 열심히 공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세계를 보는 시각이 개인적으로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대한민국에 왔으니까 대한민국만 알면 된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것 같아서 돌아가면 세계에 대한 지식을 더 공부하고 싶어요.

기자) 미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셨는데, 인상에 남는 분이 있었나요?

홍아) 북한에서 와서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해 여기서 살고 계신 분이 있는데 (저희에게 강의해 주신 분들 중에) 가장 인상이 깊었어요. 저희와 같은 고향에 살다가 미국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지금은 나이가 있는데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미국의 공무원으로 지금 취직해서 앞으로도 꿈과 희망이 많으시다고 했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기자)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가장 큰 망명 이유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왔다고 말한 게 생각납니다. 끝으로 나 대표님, 북한에 있는 학부모나 청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나승희 대표) 꿈을 가지시라고. 꿈을 갖고 자녀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꼭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날이 올 것이다. 제한이 많겠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맘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자녀들에게 만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자) 그런 기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나승희 대표) 지금은 전 세계가 서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잖아요. 세계를 알아야 나 자신을 알게 됩니다. 내가 서 있는 곳, 세계 속에 내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세계에 관해 많이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나 자신의 기회를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꿈은 가능하면 빨리 우리 워싱턴 리더십 프로그램에 북한에서 직접 참가하는 학생들을 맞이할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이미 교육을 받은 우리 동문들이 사전 교육을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 거기 가니까 이렇더라. 가기 전에 이런 생각하고 하고 알아보고 가라. 또 동문 중에서 한두 명이 북한 학생들과 함께 와서 미국이란 나라는 이렇구나, 세계는 이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함께 공유하는 시간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자) 김우현 씨는 북한에 있는 동무들에게 먼저 바깥세상을 경험한 친구로서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가요?

김우현) 북한 정부가 보도하는 내용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선전하는 내용이 정답이 아니고 더 큰 세상으로 나와서 실제로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한다는 것을 동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23일까지 워싱턴에서 통일을 주제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을 주최한 나승희 KASM 대표와 연수에 참가한 한국 내 탈북 대학생들의 소감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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