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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남북 해군 '핫라인' 10년만에 복원


북한 해군 함정(오른쪽)이 지난 2009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주변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해군 함정(오른쪽)이 지난 2009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 중인 북한 어선 주변을 지나고 있다. (자료사진)

남북한 함정 간 해상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이 10년 만에 복원됐습니다. ‘4·27 판문점 선언’과 지난달 14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합의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인데요, 전문가들은 정기적인 호출과 응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연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한반도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간 ‘국제상선공통망’이 10년 만에 정상화됐습니다.

[녹취]“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감명도?”

1일 오전 9시 한국 해군 경비함이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북한 함정을 뜻하는 부호인 ‘백두산’을 호출하며 수신 상태를 점검했고, 북한 함정은 곧바로 응답하며 감도가 최상의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후 남북 함정은 1분가량 교신을 이어가며 통신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녹취]“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귀국 감명도 다섯. 시험통신 끝.”

한국 국방부는 “남북 군사당국이 ‘판문점 선언’과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6.14.) 합의사항 이행 차원에서 서해 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국제상선공통망’ 운용을 정상화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군 통신선 복구와 함께 판문점 선언의 군사 분야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질적 조치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상선공통망은 조난·구조 요청 등 긴급연락을 위해 전세계 공통으로 할당한 주파수로, 원래 명칭은 '상선' 공통망이지만, 상선 교류가 없는 남북 간에는 군사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 군사 실무회담에서 수석대표를 맡았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서해상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가 다시 가동됐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문성묵 센터장] “함정 간의 그런 소통을 통해서 우발 충돌을 방지하는 나름대로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오랫동안 중단이 됐다가 이번에 다시 개통이 됐다는데 의미가 있죠”

문 센터장은 남북한이 지난달 14일 열린 제8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는데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한은 제8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국제상선공통망 복원 등 2004년의 제2차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국제상선공통망을 좀 더 실용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호출에 반드시 응답하고, 시험통화를 통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는 조치들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은 한국의 호출에 응하지 않은 적이 많았던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북한이 과거와 같은 태도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일회성으로 하고 그 뒤로 안하면 사실 큰 의미는 없는 거죠.”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는 1999년 6월 15일 발생한 ‘제1차 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 발생한 ‘제2차 연평해전’ 등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관계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만약 이 때 핫라인이 구축돼 있었더라면 양측의 의견 교환을 통해 무력 충돌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

남북한은 지난 2004년 열린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채택된 ‘6.4 합의’를 통해, 서해상에서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국제상선공통망을 활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 그 해 6월14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북 함정 간 첫 무선교신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08년 5월부터 한국 함정 호출에 응답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함정 간 핫라인인 국제상선통신망은 불통됐었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신종우 연구위원은 남북 간에 서해상에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하나의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여기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신종우 연구위원] “단지 어제 같은 경우는 (북한이) 응신을 했다 정도지 이것을 가지고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하 조치가 됐다고 보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신 연구위원은 남북한이 정기적으로 호출을 하고 응답을 해야 남북 함정 간 해상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서해상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신종우 연구위원] “완벽하게 통신망이 구축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가장 확실한 것은 이런 국제상선망이 아니라 북한군과 우리 군과의 핫라인, 별도 통신망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겠죠.”

신 연구위원은 국제상선통신망 호출에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 없는 만큼,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구 등을 통한 보완책 강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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