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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당선...트럼프 "무역장벽 제거" 요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 앙카라 정의개발당(AKP) 본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5일 앙카라 정의개발당(AKP) 본부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대통령중심제 아래 첫 국가수반이 됐는데요. “국제사회에서 터키의 명성을 드높이겠다”며 대 서방 강경책을 이어갈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들에게 무역장벽을 없애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고요. 이어서, 중국 주재 유럽상공회의소가 현지 기업들의 혁신을 높이 평가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어제(24일) 터키 대통령 선거가 있었죠?

기자) 네. 조금 전 98%까지 개표가 진행됐는데요. 집권 ‘정의개발당’ 후보로 나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반을 얻어, 결선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고 터키 최고선거관리위원회 사디 구벤 위원장이 발표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득표율은 약 53%, 과반 기준을 살짝 넘겼고요. 야권 경쟁자 무하렘 인제 ‘공화인민당’ 후보는 31%에 머문 것으로 관영 아나툴루 통신이 전했습니다. 인제 후보는 연설을 통해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각 승리 연설을 했다고요?

기자) 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 시민들 앞에서 “국가가 내게 대통령 책무를 맡겼다”며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2016년 쿠데타 진압 이후 침체에 빠진 터키에 번영과 안정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는데요. 대선과 동시에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여권이 이겼습니다. 집권 정의개발당이 42%, 선거연대로 나온 ‘민족주의행동당’이 11%로 총 54%,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이번 선거 결과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아직 나온 게 없습니다. 다만, 언론은 에르도안 정부의 대미 강경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주시하고 있는데요. 대외 정책에 관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터키의 명성을 드높이고, 시리아 땅을 더 자유롭게 만들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겠다”며 기존 노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승리연설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정부가 미국에 강경책을 편 이유가 뭐죠?

기자) 2016년 쿠데타를 조종한 사람이 미국에 있다며 송환을 요구했지만, 미국 정부가 거절하면서 갈등을 빚었습니다. 에르도안 정부는 재미 이슬람학자 펫흘라흐 귈렌을 쿠데타 배후 인물로 지목했는데요. 귈렌이 추종 세력을 부추겨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인과 공무원, 교사, 언론인 가운데 ‘귈렌파’를 줄줄이 잡아들였습니다.

진행자) 이후 터키 정부의 대미 강경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기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잇따라 반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친러시아’ 행보를 보였습니다. 과거 터키는 극렬테러단체 ‘IS’ 공습을 위한 공군기지를 제공하는 등, 미국의 대 중동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요. 지난 4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러시아, 이란 정상과 만나 시리아 사태에 공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터키는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안보협력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을 내년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통상에서도 미국과 불편한 상황인데요. 앞서 미국이 25% 철강관세를 부과한 데 맞서, 터키 통상당국은 석탄과 종이, 쌀, 자동차를 비롯한 연 18억 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터키 정부는 대신 중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 외에도 서방 측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에르도안 정부는 유럽으로 가는 난민통제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유럽연합(EU)과 대치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오랫동안 EU 회원국 자격을 얻기 위해 노력해온 터키와 EU 당국 사이에 잡음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터키 정부의 대미· 대서방 강경책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나요?

기자) 2016년 이후 서방기업들의 터키 투자가 크게 줄었습니다. 경제계에서는 터키를 안전한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는 건데요. 이 와중에 터키 통화인 ‘리라’ 가치가 최근 40%가량 떨어졌고요. 이게 터키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면서 물가 상승률이 12%를 넘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과 무하렘 인제 후보 측이 경제 재건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진행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새 임기는 언제까지인가요?

기자) 5년 임기로 2023년까지 재임합니다. 지난해 개정한 터키 헌법은 5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는데요. 재선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서, 여기서도 이기면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원내각제였던 지난 2003년 총리가 된 뒤, 명목상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돼서도 실권을 행사하다가 지난해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론상 30년 동안 터키 최고 지도자 자리에 머물 수 있게 된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미국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들은 무역장벽을 없애라’,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24일) 인터넷 ‘트위터’에 올린 글인데요. “미국은 관세와 인위적인 무역장벽을 둔 모든 나라들에게, 이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호주의(reciprocity) 이상의 것을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더 이상 일방통행이 아닌, 공정한 무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상호주의 이상의 것을 만나게 될 것이란 게 무슨 뜻이죠?

기자) 최근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에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국가들이 보복관세를 집행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같은 규모 이상으로 다시 맞대응 하겠다는 뜻으로 주요 경제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말하나요?

기자) 구체적으로 중국에 대해, 미국의 ‘중요한 산업기술’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를 미 재무부가 준비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언론이 전했습니다. 중국계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들은 미국 정보기술(IT)기업들을 인수할 수 없게 되는데요. 중국으로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일부 수출 제한까지 포함한 내용을 오는 주말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특정 국가를 상대로 한 투자와 수출 제한,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내용인가요?

기자) 할 수 있습니다. ‘드물고 예외적인 위협이 있을 때’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에 따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이 근거가 될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는데요. 2001년 9 ·11테러 이후 몇 차례 적용됐던 법규입니다. 북한과 이란을 제재할 때도 쓰였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될 사정은 뭐죠?

기자) ‘중국제조 2025’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습니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우주과학, 전기자동차 등 차세대 산업에서 2025년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중국정부 전략사업이 '중국제조 2025'인데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지식재산권 도용과 기술이전 강요를 통해 이 전략을 꾸려가고 있다고 미국 정부는 봅니다. 중국이 미국에서 중요한 기술들을 훔쳐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무력화’를 양국 통상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중 통상 긴장이 더 심해질 텐데, 세계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고율관세를 주고받는 상황이 세계 경기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고 국제결제은행(BIS)이 경고했습니다. BIS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열린 다자 교역체제를 위협하는 여파가 매우 클 수 있다”고 언론에 밝혔는데요. 고율관세를 계속 추가해 나가는 건, 미국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미국 경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 2천억 달러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 또 유럽연합(EU)산 자동차에 20% 이상 관세 계획을 언급했는데요. 이게 모두 현실화되면,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치인 3%에서 0.3~0.4%p 낮아질 것으로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수석 경제학자가 예상했습니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로고.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웹사이트 캡처.
'주중 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 로고.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웹사이트 캡처.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보복 관세를 주고받으면서 전면적인 무역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유럽 기업인들이 중국의 경제 개혁 속도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군요.

기자) 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유럽 기업들의 모임인 '주중 유럽상공회의소(European Chamber of Commerce)'는 매년, 시장 접근성과 불공정한 규제 정책 등 중국 내 사업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올해 보고서는 중국 정부에 개혁의 속도를 질질 끌지 말 것, 불공정한 무역 정책을 이용해 중국의 기업들을 돕는 행위를 중단할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주중 유럽상공회의소의 보고서 주요 내용을 좀 보죠.

기자) 네, 보고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 기업들의 혁신성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내렸는데요. 530여 개 회원국의 약 60%가 중국 기업들의 수준이 유럽 기업들과 동등하거나 더 혁신적이라고 봤습니다. 유럽 상공회의소는 연구 개발비 증가와 외국 첨단기업 인수, 소비자들의 혁신적인 제품 수요 증가 등이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매츠 하본 주중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중국 기업들이 강해지고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훈련용 바퀴를 뗄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제 자국의 기업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보조금 지원 등의 활동을 중단하고, 보다 개방적이고 공정한 경쟁에 기업들을 노출시킬 때가 됐다는 건데요. 실제로 현재 중국의 기업들은 세계 최대 500개 기업 중 115개가 포함돼 있고요. 또 자산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신생 벤처기업이 전 세계에 26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중국 정부는 이 중 160개 이상이 중국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 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현지 기업들, 실제로 어느 정도나 체감하고 있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의 개방 약속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절반이 넘었고요. 앞으로 5년 안에 규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도 46%에 달했습니다. 하본 회장은 중국이 시간을 질질 끌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전 세계로부터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지금 미국이 그런 대응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내린 데 이어, 최근 2천억 달러 규모에 대한 추가 관세도 검토하고 있는데요. 하본 회장은 미국 정부의 이 조치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전에 우리가 경고했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보조금과 규제 장벽, 불공정한 대우를 통해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는 중국의 무역 정책을 비판해왔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특히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진행자) 유럽 기업들은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기자) 이번 설문조사에서 기술 이전을 강요당했다고 답한 기업은 19%였는데요. 하본 회장은 수치상으로는 적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항공우주 분야와 토목 건설, 자동차 제조업체 분야에서는 약 30% 안팎의 기업들이 기술 이전을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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