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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개인정보법' 혼선..."말레이 여객기, 러시아제 미사일에 격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을 시행하기 위해 개설된 EU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원장인 안드레아 제리넥(Andrea Jelinek)이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규를 통합해 역내 모든 회원국에 적용하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25일 자로 공식 발효됐다.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을 시행하기 위해 개설된 EU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위원장인 안드레아 제리넥(Andrea Jelinek)이 25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규를 통합해 역내 모든 회원국에 적용하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25일 자로 공식 발효됐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EU) 전체 회원국에 적용되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오늘(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유럽 현지에서 일부 미국 뉴스 사이트를 접속할 수 없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데요. 자세한 사정 살펴보겠습니다. 4년 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에 맞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러시아는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표시한 옷을 입고 베트남에 입국하려다 압수당한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유럽연합(EU)의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오늘(25일)부터 공식 시행됐다고요?

기자) 네.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규를 통합해 역내 모든 회원국들에 적용하는 ‘통합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영문 약자로 GDPR이 오늘(25일)자로 공식 발효됐습니다. 유무선 인터넷과 모바일을 비롯한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기업들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거나, 제3자가 훔쳐가는 부작용이 많아져 EU당국이 통합 규제하는 건데요. 현지에서 사업하는 세계 각국 업체들이 개인정보 처리 방법 등을 고친 가운데, 특히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 특히 관심이 높다, 왜 그런가요?

기자) 새 규정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대부분 미국 회사들입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곳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페이스북’의 경우, 얼마 전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미 연방의회에 소환돼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증언까지 한 터라, 유럽연합(EU)의 새 규정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GDPR 시행을 앞두고 지난 월요일(21일), 영국 의회는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불러 개인정보 불법수집·유통에 관해 심문해 달라고 유럽의회에 요청했고요. 오스트리아에서는 페이스북을 상대로 정보 유출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페이스북 측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저커버그 CEO가 직접 유럽에 가서, 새 규정을 충실하게 지킬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습니다. 저커버그 CEO는 어제(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Viva)기술회의’에서, 페이스북은 GDPR이 강조하는 개인정보 관리의 투명성을 완벽하게 제공할 것이라면서, 정보 유출에 대한 확실한 통제도 진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GDPR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하거나, 제3자 유출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정도에 따라 그 회사 전 세계 매출의 4%, 또는 2천만 유로(미화 약 2천350만 달러) 가운데 큰 액수를 과징금으로 물도록 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자기 정보를 모두 지워달라고 요청하면 즉각 응해서, 최근 대두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도록 했고요. 사용자 정보를 필요 이상 오래 저장할 수도 없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역시 과징금 부과 대상인데요. 이런 내용을 포함해, 온라인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99개 조항을 담았습니다.

진행자) 과징금 액수가 상당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과징금으로 최소 2천350만 달러를 내야 한다면, 기업들은 개인정보 관리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데요. 페이스북처럼 미국 회사들은 자체 대책을 진행한 한편, 한국 같은 나라들은 정부기관이 나서, ‘이런 점을 주의하라’는 내용을 담은 ‘GDPR 안내서’를 발행하고,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대응책으로, ‘온라인 정보보호위원회’를 신설하는 정보보호법을 통과시켰고요, EU와도 신설 법규 관련 내용을 협의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게 유럽연합(EU) 내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현지에서 사업하는 기업들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시민들의 정보를 관리하는 전 세계 모든 업체들이 대상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세계 주요기업들이, 영어가 통용되고 인건비가 싼 인도에, 전화 고객상담센터를 두고 있는데요. 인도 현지 업체가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다면, 역시 GDPR 적용 대상입니다. 그래서 비판도 많습니다. 지난 2016년 EU 당국이 GDPR를 처음 추진할 때부터, 관할 권역을 넘은 무리한 입법이라는 지적이 이어졌고요. 'EU가 세계 정보경찰을 자처한다'고 비난한 미국 매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EU 당국은 ‘전 세계의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촉진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GDPR의 당위성을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GDPR 시행 첫날, 잘 진행됐나요?

기자) 벌써부터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GDPR 규정에 미처 맞추지 못한 미국 뉴스 사이트들이 유럽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뉴욕데일리뉴스’, ‘올랜도센티널’, 그리고 ‘볼티모어선’ 같은 유력 매체들이 여기 포함됐습니다. 또한, 준비가 잘됐다고 저커버그 CEO가 직접 장담했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구글’,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업체들을 상대로 GDPR 위반 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영국신문 가디언 등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기업들이 준비가 잘 안 된 상황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경영자문 업체 ‘캡제미니’의 조사에 따르면, EU 역내에 진출한 기업 중 GDPR에 대응할 준비가 된 경우는 15%에 불과했습니다. 85%의 기업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고요, 특히 이 가운데 25%는 올해 말까지도 준비를 마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기업들의 유럽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경제전문 매체 CNN머니가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국제조사단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국제조사단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4년 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기 사건 중간조사 결과가 나왔군요?

기자) 네. 지난 2014년 여름 우크라이나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MH17편이 러시아제 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제공동 진상조사단이 어제(24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즉각 조사 결과에 반발하고 나섰는데요. 러시아 전문가들이 참가하지 않는 조사는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 되돌아보죠.

기자) 2014년 7월 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는 MH17편이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을 지나던 중, 지상에서 떠오른 발사체에 격추됐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283명과 승무원 15명 등 탑승자 298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희생자 대부분은 네덜란드인이었고, 그 밖에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나라 국민들이 숨졌습니다.

진행자) 발사체를 누가 쏜 건지를 조사한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당시 이 지역에서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치열하게 교전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는데요. 발사체의 성격을 파악하면, 친 러시아 반군이 쏜 건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반군이 발사한 건지 알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겁니다.

진행자) 그런데, 그 발사체가 러시아제 미사일이었다고 이번에 발표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조사단은 어느 쪽에서 쐈다고는 지목하지 않은 채, “여객기를 격추한 '부크 미사일'이 러시아 쿠르스크에 있는 제53 미사일여단에서 이동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53 미사일여단은 러시아군 소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MH 17 여객기 격추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하는데요. 앞서도 몇 차례 비슷한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그때마다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사 결과에도 러시아 정부가 반발했다고요?

기자) 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요. 같은 날(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조사에 참가할 때만 결과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국제공동진상조사단 합류 의사를 밝혔지만, 그들은 놀랍게도 우리를 배제하고 우크라이나 측만 포함시켰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에 유리하도록, 국제 공동조사단 구성이 편향됐다는 겁니다.

진행자) 국제공동진상조사단 구성이 어떻길래, 그렇게 비판하는 겁니까?

기자)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네덜란드가 조사단을 이끌고 있고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사건 발생지인 우크라이나 측과 항공기 국적지인 말레이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돼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조사 결과에 입장을 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 군부대에서 미사일이 이동했다는 조사 결과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외무부 측은 성명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단 하나의 미사일 시스템도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는데요. 공동조사단의 발표는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근거 없는 비난의 전형적인 예"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8월 중국인들이 베트남 유네스코 세계 지연 유산지구로 지정된 하롱베이에서 관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인들이 베트남 유네스코 세계 지연 유산지구로 지정된 하롱베이에서 관광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중국과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두 주요 당사국인데요. 양국의 관광 분야도 이 주권 분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양국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광 분야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에는 중국인 관광객 14명이 베트남 공항의 입국심사대에서 입고 있던 티셔츠를 압수당하는 일이 발생해 중국인들이 크게 반발했습니다.

진행자) 베트남 공항 입국 심사 요원들이 왜 중국인들의 티셔츠를 압수한 겁니까?

기자)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 뒷면에 새겨진 그림 때문이었는데요. 하얀색 티셔츠에 빨간색으로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남해구단선이 그려진 지도였습니다. 입국 심사 요원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옷을 벗도록 명령했는데요. 그런 지도가 그려진 옷을 입고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베트남을 무시한 처사라는 베트남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한 베트남 정부 관리는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나쁜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준비된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베트남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인은 약 400만 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도인 2016년보다 무려 50% 가까이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연루된 사건만도 이번이 네 번째였는데요. 지난 2016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베트남 화폐를 태우는 바람에 베트남 다낭시가 이들을 알선한 여행사의 영업을 정지한 일도 있었고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잘못된 베트남 역사를 가르치려던 중국인 관광 안내원들이 추방에 처해지기도 했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앞으로 민간인들을 이용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두 나라는 오랜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갖고 있죠?

기자) 네, 양국은 1970년대 국경 전쟁을 겪은 이래 불신의 골이 깊어져 있고요. 350만km²에 달하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둘러싸고도 가장 첨예하게 갈등을 겪고 있는 당사국들이기도 합니다. 두 나라는 지난 1974년과 1988년 남중국해 상에서 일촉즉발의 충돌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진해자) 그런데 최근 중국과 베트남 정부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관광객들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과는 달리 양국 정부 당국은 관계 개선을 위해 마찰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중국은 베트남을 동남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경제적 연결고리로 보고 있고요. 베트남도 중국을 최대 교역 대상국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중국인 관광객들은 베트남 서비스 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특히 베트남 정부가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는 적대적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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