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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트랙 대화' 참석 허바드 대사 "북측, 비핵화 신호 안 보여"


미국과 남북한의 1.5트랙 대화 참석을 위해 핀란드를 방문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가운데) 등 북한 대표단이 헬싱키의 한 식당을 나서고 있다.
미국과 남북한의 1.5트랙 대화 참석을 위해 핀란드를 방문한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부국장(가운데) 등 북한 대표단이 헬싱키의 한 식당을 나서고 있다.

지난달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반민반관’ 회의에 참석했던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대표단에게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석방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전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남북정상회담과, 개최 가능성이 있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회의여서 주목 받았는데요.

허바드 대사) 이번 회의는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기 전부터 준비됐습니다. 이미 작년 12월에 한국과 북한의 동의 하에 모든 것이 결정됐습니다. 기대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예정됐는데도 한국, 북한 대표단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회의에 자리한 점이 흥미로죠. 수 년 만에 열리는 남북 회담, 또 사상 처음 열리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이었으니까요.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미국대사.

기자)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 받으셨습니까?

허바드 대사) 이번 회의에 참석한 한국, 미국 측 대표들은 모두 현정부 소속이 아닙니다. 비공식 모임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상회담 준비 차원의 모임도 아니었고요. 회의 석상에서 정상회담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억은 없습니다.

기자) 북한 대표단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실 순 있었나요?

허바드 대사) 회의 석상이나 식사 자리에서 편하게 대화할 기회는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한국 측과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자) 북한 대표단으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요?

허바드 대사)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미국통’들이었습니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미-북 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이견을 줄일 자세한 방법을 논의할 위치는 아니었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번 회의는 북한과의 긴장 완화를 도모하기 위해 계속되고 있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준비됐고, 예상치 못하게 북한과의 정상회담 소식들이 들리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텐데요.

허바드 대사) 회의에서 만난 북한 인사들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는 점은 진실했다는 게 제 평가입니다. 하지만 핵 프로그램 포기 단계에 접어들 준비가 됐다는 측면에서는 북한이 어떤 신호도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한반도 비핵화'가 회의의 주제는 아니었지만요. 향후 가능성 있는 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실무자 협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기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 문제도 제기됐습니까?

허바드 대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 문제는 미국에게 중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회의에서 또 얘기했고요. 다만, 그 문제가 이번 회의의 안건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참석한 북한 대표단이 그 사안에 대해 논의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미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습니다.

기자) 북한 측이 회의에서 6자회담은 더 이상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허바드 대사) 북한의 그 언급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회의 석상에서 직접 한 얘기는 아닙니다. 이번 회의는 미-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로 미국 측이 진행했습니다. 이 회의 자체가 미국과 북한의 폭넓은 관계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좋은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지금까지 지난달 2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이틀 동안 열린 ‘반민반관’ 회의에 참석했던 토머스 하버드 대사로부터 회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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