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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고위급과 대화 이어온 EU 의원 “북한이 원하는 건 평화협정”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이 밝혔습니다. 지난 3년 북한 고위 당국자와 14차례 비밀 대화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데바 의원은 2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은 체제 보호 수단인 핵무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미-북 대화가 실패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핵화가 대화의 전제 조건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데바 의원을 이조은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3년 동안 북한과 14차례 비밀대화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격 공개하셨는데요. 그 동안 대북 대화를 비밀로 유지하신 이유가 있나요?

데바 의원) 중국, 미국, 일본, 한국, 그리고 북한과 총 52차례 비밀회동을 가졌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공개적으로 만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한국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만날 것이란 발표는 모두 공개적으로 이뤄졌지만요. 저희의 외교는 공공장소에서 진행됐지만 비공개로 어둠 속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저희 의원들은 선출직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저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개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기자) 어떤 북한 관리들을 만나셨습니까?

데바 의원) 이름을 공개할 순 없습니다만, 북한 정부가 보낸 사절단부터 부처 장관급, 그리고 대사급 인사까지 다양했습니다.

기자) 의원님은 영국 출신이신데요, 그렇다면 최일 영국주재 북한대사와는 만나셨습니까?

데바 의원) 네, 만났습니다.

기자) 이런 활동을 진행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데바 의원) 우선 저희는 한국, 일본, 미국, 북한, 러시아 등 각국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이 모든 대화가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죠. 북한 관리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기 위해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희생을 주민들에게 요구하고 엄청난 자원을 투자했다는 사실이 그들의 관점에선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비핵화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을 땐 바로 이렇게 묻더군요. ‘카다피가 핵을 가졌다면 지금 살아있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느냐’고요.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경우 정권이 교체되는 등 외부 세계가 그들에게 무슨 일을 가할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북한의 관점에서 핵 보유는 생존 문제라는 겁니다. 때문에 북한은 (체제 안전을) 보장 받을 때까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입니다. 정전협정 64년이 지나도록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가 인류 역사상 어디 있습니까?

기자) 북한은 평화협정이 체결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말씀이신가요?

데바 의원) 그런 뜻은 아닙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능한 과정 중 하나로서 포기하는 것이지 대화도 하기 전에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대화의 전제 조건이 될 순 없다는 것이죠. 일단 대화를 해보고 안전이 보장되는 과정이 성공적이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겁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핵무기 포기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과정 중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겁니다. 마가렛 대처와 로널드 레이건, 헬무트 콜이 냉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났을 때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없었습니다. 결국 냉전 종식과 베를린 장벽 붕괴, 핵무기 시설 폐기로 이어져 평화를 찾게 됐습니다. 전제조건 없이 대화를 했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며 대화에 나서겠다는 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데바 의원) 여러 추측들이 있습니다. 먼저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느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유엔의 대북 제재가 북한에 피해를 주기 시작해 제재가 완화돼야 한다는 걸 북한 수뇌부가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이에 대한 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북한에 손을 내민 용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함께 작용해 일어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론 영원한 평화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대화가 결코 실패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대화가 실패한다면 대안은 상상할 수조차 없는 것이 될 테니까요. 대화를 위한 준비가 중요합니다. 대화가 실패하지 않기 위해선 상호 존중과 상대방의 레드라인을 인지해야 합니다.

기자) 그럼 북한과 미국, 한국의 레드라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데바 의원) 그 부분은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관련국 사이 외교를 통해 비공개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그간 북한 인사들과의 비밀대화에서 얻은 이해를 토대로 북한과의 대화를 앞두고 있는 미국과 한국 등 각국 관리들에겐 어떤 조언을 하고 계십니까?

데바 의원) 지난해 백악관에서 두 시간 동안 백악관 선임고문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미국은 저희가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의용 실장도 잘 알고 있고요. 미 국무부도 물론 알고 있습니다.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상당히 긴밀하게 움직이신 것처럼 들리는데요.

데바 의원) 유럽 의회는 평화라는 이익 외엔 어떤 시각이나 의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희의 올바른 임무입니다. 이 문제에서 저흰 완전히 중립적입니다. 그 임무대로라면 유럽 의회를 통해 이 문제와 연관된 국가들이 특정 합의에 이르도록 할 순 없습니다.

지금까지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 너지 데바 의원으로부터 북한과의 비밀회동과 대북 문제에 관한 유럽 의회의 시각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이조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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