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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캐나다, 탈북민 특수 상황 감안해 추방 자제해야”


캐나다에 불법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해 8월 퀘벡주 블랙풀의 임시수용시설에 머물고 있다. (자료사진)
캐나다에 불법 입국한 난민 신청자들이 지난해 8월 퀘벡주 블랙풀의 임시수용시설에 머물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영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에게는 한국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정착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나라들의 설명인데요, 하지만 탈북자와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들이 탈북자들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탈북자 단체인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영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는 탈북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김주일 사무총장]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받을 수가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영국 정부가 2009년부터 망명을 신청한 탈북자들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면서, 한국에 입국한 뒤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영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영국 내무부는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모든 북한 주민들이 한국 국적을 갖고 있었던 점을 지적하면서, 북한에서의 박해 우려 때문에 망명을 신청할 경우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탈북자의 망명 신청을 거부해도 신청자가 박해가 기다리는 나라로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또한 신청자가 다른 나라 국적, 즉 한국 국적을 얻어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강제북송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영국 정부가 이런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사무총장] “비로소 한국에 가서야 자기가 정착할 수 있고 적응할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국가 선택권을 가지게 되는데, 한국을 거쳐 왔다는 이유 때문에 영국에 거주하는 것에 제한을 둔다는 것은 난민들의 국가 선택권에 대한 부당한 대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탈북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호 등을 목표로 한 민간단체 ‘징검다리’를 설립한 박지현 공동대표는 한국이 탈북자들에게 비교적 안전한 정착지라는 영국 정부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지금까지 한국을 떠나온 사람들의 모든 증언들을 들어보면, 90%가 그래도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것이잖아요. 일단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이 북한에 있는 사람들, 안전하지 않다고, 그래서 나온 것이 많고요…”

박 대표는 또한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구직 등에서 차별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아이들도 부모가 북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과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것은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과 마찬가지 일 수도 있다며, 영국 정부가 좀 더 관대하게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대표] “ 한반도의 지금 상황을 다시 되돌아보고 탈북민들이 한국에 정착을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분들이 호소하는 마음을 자세히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한때 탈북자들의 새로운 정착지로 각광을 받았던 캐나다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캐나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안전이 보장된 국가 출신자들이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지난 2012년 12월 난민보호 규정을 개정하면서 출신지정국 제도를 도입했고,
한국에는 2013년 5월31일부터 적용됐습니다.

이후 한국 정부에 탈북자 현황 자료를 요청하는 등 관련 협의를 진행하면서, 한국을 거쳐온 탈북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졌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는 한국이 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해 말부터 한국을 거쳐 온 탈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 절차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이 영국이나 캐나다로 가서 다시 난민을 신청하는 것이 법률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소 복잡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 마다 개별적인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단지 한국을 거쳐 왔다는 이유 만으로 일괄적으로 난민 인정을 거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인권 활동을 한다든가 특별히 하고 있는 활동 때문에 상황이 더욱 더 위험할 수 있는 분들이 있고, 북한에 있는 친척들의 상황 때문에 더 어렵고 위험한 분들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정착했다가 캐나다나 영국 난민 신청한 분들 모두 다 추방시키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탈북자들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사악한 독재 국가를 탈출한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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