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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직 제재 당국자들 “남북 스포츠 교류, 제재정신 훼손할 수 있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촌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제재를 다뤘던 전직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최근 동계 올림픽을 통한 남북 교류가 자칫 ‘제재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환영하지만 응원단 등의 체류 비용은 북한이 부담해야 하며, 사치품으로 뒤덮인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공동훈련도 신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남북 스포츠 교류가 ‘제재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I think they are walking a very fine line on the spirit of the sanctions…”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던 뉴콤 전 분석관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공동훈련을 “제재의 정신(spirit)을 놓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금지한 사치품으로 만들어진 스키장의 홍보를 돕는 등의 행위에는 의구심이 남는다며, 제재 위반까진 아닐지 모르지만 제재가 의도한 바를 존중하는지에 대해선 미심쩍은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남북한 스키 선수들이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지난달 31일부터 1박2일 공동훈련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선수 등 방북단 45명은 전세기를 이용해 북한을 다녀왔는데, 한국은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미국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었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북한 선수와 공연단 등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입장을 보였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Funding their expenses to me is also questionable…”

한국을 방문하는 선수들이 유엔의 여행금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위반은 아니지만, 이들의 방한 비용이 지급되는 건 제재의 정신에 있어서 의구심이 든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보조금이 지급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선수단 32명과 관계자들이 1일 강릉 올림픽선추촌에 도착했다.
북한 선수단 32명과 관계자들이 1일 강릉 올림픽선추촌에 도착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북제재를 자문해온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 선수들의 마식령 스키장 훈련을 ‘윤리적 문제’와 연관 지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ski resort itself, and this being…”

북한 주민들을 먹이고, 돌봐야 하는 북한 정권이 마식령 스키장을 건설하면서 많은 돈을 낭비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국가자원의 큰 ‘낭비’로 대표되는 이런 곳에 자국 선수들을 보낸 건 ‘낭비’를 위엄 있게 보이도록 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마식령 스키장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 역시 대북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resolution 1718 prohibits North Korea from…”

지난 2006년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1718호가 북한이 사치품을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마식령 스키장은 사치품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한 곳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들 사치품들이 스키장에 유입됐다는 건 안보리의 명확한 의도에 반하는 행동이 취해졌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1718호를 통해 스노우모빌과 요트, 고가 시계 등 일부 품목을 대북 수출이 금지된 사치품으로 규정하면서, 나머지 사치품에 대한 목록은 각 나라가 자체적으로 만들어 시행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유럽연합 등 여러 나라들은 스키 리프트와 같은 장비를 자체 사치품 목록에 포함시켰지만, 중국 등 일부 나라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탠튼 변호사는 만약 스키 리프트와 같은 장비가 사치품이 아니라고 하는 정부가 있다면, 이는 결의에 적힌 문구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탠튼 변호사는 한국 정부가 제재 위반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 제재를 분석하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허가를 얻은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스탠튼 변호사] “The problem legally maybe a smaller…”

다만 이런 노력이 법적인 문제를 작게 만들었을 지 모르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여전히 크다고 밝혔습니다.

미 재무부에서 테러자금·금융범죄실 산하 국제부(OGA) 국장 등을 역임했던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진흥재단(FDD) 선임연구원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호화로운 스키장에서 합동 훈련을 하기로 결정한 건 “실수”였다면서, 북한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통해 2006년에 부과된 ‘사치품 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합동 훈련은 북한 문제와 관련된 모든 나라들에게 안 좋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돈과 자원을 자국민이 아닌 호화로운 스키장에 쓰도록 결정한 김정은에게도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국가정보국(DNI) 동아시아 선임 고문과 미 국무부 대북지원 감시단원 등으로 활동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이 독자제재를 부과했던 근본적인 배경에 주목했습니다.

한국의 독자제재인 5.24 조치를 촉발시킨 것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인 만큼 이 조치의 완화로 해석될 수 있는 최근의 움직임 이전에 이들 가족들의 입장이 고려됐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의 5.24 조치는 남북 교역을 중단하고, 한국민의 방북을 불허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보류 등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원칙적으론 천안함 희생자 가족들이 한국에 오는 북한 측 올림픽 대표단의 자산을 변호사를 통해 압류할 수 있다는 법적 해석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 am not presuming that’s going to happen but I think it’s useful to remind everybody…”

미국의 사법체계에선 국가가 북한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북한이 대가를 지불할 때까지 가족들이 이를 돌려주지 않을 권한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실제 압류 등의 조치가 일어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런 노력은 모두에게 (북한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안함 격침과 같은 사건이 방치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재의 정신’만큼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 응원단 등 대규모 인원들의 방한 비용을 한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면서, ‘주체’ 즉 자립을 외치는 나라라면 자신들의 숙박 비용은 부담할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 선수들이 마식령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을 한 데 대해서도 우려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magine if you are being held hostage in North Korea or if you are the family in America or in South Korea, people being held hostage…”

북한의 스키장 운영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3명의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와 그보다 많이 억류돼 있는 한국인들에 대한 문제가 먼저 해결됐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남북 스키 선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억류자들이나 미국과 한국의 억류자의 가족들이 본다고 상상해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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