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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관리 “‘코피 작전’ 표현은 언론이 만든 허구”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

제한적인 예방적 차원의 대북 선제공격을 의미하는 이른바 ‘코피’(bloody nose)작전이라는말은 “언론이 만든 허구”라고 백악관 관리가 VOA에 밝혔습니다. 전직 정보당국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선제 공격에 근접했다는 징후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1일 VOA에 최근 논란이 되는 ‘코피’라는 어구는 “언론의 허구”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관리] “That phrase is a fiction of the press”

이 관리는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응해 “우리는 끊임없이 군사와 비군사적 등 폭넓은 선택방안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의 위협으로부터 모든 대응방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촘촘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워싱턴과 서울에서는 예방 차원에서 제한적 대북 선제 타격을 의미하는 ‘bloody nose-코피’ 전략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낙마한 핵심 이유가 이 제한적 선제 타격에 반대했기 때문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공격 가능성이 증폭된 겁니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강조한 북한 정권의 잔혹성과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강조한 게 과거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악의 축’을 강조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2002년 국정연설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코피’ 전략 등 전쟁 준비설까지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정밀 타격해 추가 개발을 억지하고 전쟁 가능성까지 예방할 수 있어 백악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너무 앞서간 생각이라며 현 정부의 대북 정책 맥락을 제대로 읽으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 안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1일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미국이 대북 군사 행동에 근접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셉 윤] “I don’t believe we are close to it”

미국의 대북정책은 무력 등 모든 선택방안을 유지하면서 압박을 통해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는 평화적 해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부 백악관 관리들도 최근 VOA에 미 정부가 지난해 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 방안이 작동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선택 방안을 끊임없이 강화해 왔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는 겁니다.

H.R.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VOA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압박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다음 선택지가 어디냐는 질문에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대통령을 위해 폭넓은 선택 방안을 준비하는 것”이며 “거기에는 군사적 선택도 포함된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맥매스터] ““Well, what we have to do is prepare for a broad range of options for the president, and those include military options and we’ve made no secret about that.

짐 매티스 국방장관도 앞서 육군협회 연설에서 필요할 때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방안을 확실히 갖추고 있는 게 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라고 강조했었습니다.

미 정보당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전직 관리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과 빅터 차 한국 석좌의 낙마를 통해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에 더 근접했다는 징후를 보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중앙정보국(CIA)에서 고위직을 지낸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31일 VOA에 백악관이 대북 군사공격 관련해 “기존의 계획에서 더 멀어지거나 가까이 움직였는지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정현 석좌] “I don't see this, in my view, as moving away from or moving closer to what they had already planned.”

대북 군사 공격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여러 달 동안 여러 대응 방안의 하나로 진지하게 검토해 왔지만, 그런 계획이 진척됐다는 신호를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중앙정보국(CIA) 등 여러 정보당국에서 고위직을 지낸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사도 대북 군사 공격이 임박했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나 한국과 일본 등 미 동맹에 대해 실질적인 위협이 임박했다면 미 정부는 당연히 이에 군사적으로 선제 대응할 정당한 의무와 책임이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think if there is an imminent threat to the United States or any allies like South Korea and Japan, we have an obligation……”

폴 셀바 합참차장도 지난 30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을 대부분 파괴할 수단을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의 전쟁 방법은 적들이 개시하면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해 선제 공격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기폭과 정확도, 대기권 재진입체 역량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선택을 압박하는 상황으로 풀이했습니다.

[크로닌 소장] “The decision for war or peace hinges on Kim Jong Un’s future moves..”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지는 전적으로 김정은의 움직임에 달려있으며 사기와 속임수에 기반을 둔 과거와 같은 벼랑 끝 전술은 한계에 부딪혀 미-한 연합군의 화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크로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현재 동북아에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을 경고하며 북한의 비핵화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 뒤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함과 인내를 외교적 명민함으로 연결하는 게 긴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직을 지낸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국사무소장은 1일 VOA에 “백악관이 미국의 군사적 개입 추측들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피츠패트릭 소장] “The White House is trying to dampen speculation about a US military intervention…”

백악관의 성명은 “지금은 그런 선제 대북 타격을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의미이자 “미국이 선제 타격을 한다면 이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이란 신호로 보인다는 겁니다.

피츠패트릭 소장은 이 때문에 올림픽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한 미국의 “예방적 타격” 가능성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한 연합훈련이 재개되고 북한이 대응으로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하면 잠재적인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30일 빅터 차 석좌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들에게 이른바 ‘코피’ 전략으로 알려진 제한적인 대북 선제타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전했었습니다.

차 석좌도 이 신문 기고를 통해 제한적인 선제 타격의 억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 북한의 보복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런 구상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차 석좌의 낙마는 백악관이 매우 진지하게 전쟁을 실질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주요 언론들에 차 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철회는 “검증”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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