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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림픽 참가 풍자 만평들...김정은 등장시켜 핵 개발 비판


미국 '뉴욕타임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풍자 만화.
미국 '뉴욕타임스'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린 북한 평창올림픽 참가 풍자 만화.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등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을 풍자하는 다양한 시사만평들이 국제 언론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선수로 등장시켜 올림픽을 통해 핵무기를 선전하려 한다는 냉소적 내용이 많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몸집이 아주 비대한 김정은 위원장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여성 유니폼을 입고 올림픽 경기에 출전해 피겨 스케이팅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녀가 함께 연기하는 페어 부문에 출전한 김 위원장의 상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 작고 홀쭉한 몸매의 문 대통령은 자기보다 2~3배나 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흐뭇한 미소를 띤 채 치마를 펄럭이며 두꺼운 한쪽 다리를 치켜 올리는 김 위원장의 가슴에는 핵무기를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어색한 피겨 스케이팅을 바라보는 심사위원 3명 가운데 두 명이 뒤에서 10점 만점이 적힌 점수판을 올립니다. 하지만 마지막 심사위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얼굴을 찌푸린 채 0점을 줍니다.

이는 미 뉴욕타임스 신문이 21일 게재한 정치 시사만평 내용입니다.

▶ '뉴욕타임스' 김정은 시사만평 링크

시사만평은 인물이나 세태를 함축적으로 풍자해 사회를 평론하는 한 컷의 만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정치관련 시사만평은 복잡한 현안이나 특정 인물을 냉소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해 오랫동안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왔습니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이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이를 풍자하는 시사 만평도 주요 매체와 인터넷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만평들은 그러나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올림픽과 연결해 냉소와 의구심을 나타내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미 지역신문인 ‘스타트리뷴’ 등 여러 언론은 핵탄두로 된 봅슬레이 썰매 위에 올라탄 김정은 위원장을 만평에 담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전화로 “올림픽위원회에 우리가 준비됐다고 말하라”고 지시하고 있고 썰매 옆에는 북한 군인들이 사열해 있습니다.

영국의 ‘텔레그레프’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군 장성들이 환하게 웃은 채 로켓으로 된 봅슬레이 썰매를 타고 신나게 트랙을 내려가는 만평을 게재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에는 북한 선수가 결승점으로 가는 게 아니라 망명하는 길로 갑니다. 그 옆에는 평양 시민이 평창 올림픽 금메달을 모두 북한이 휩쓸어 1위를 했고 미국과 일본은 한 개도 따지 못했다고 조작한 신문을 진지하게 읽고 있습니다.

▶ '스타트리뷴' 김정은 시사만평 링크

미국의 여성 전문 온라인 매체인 ‘버슬’은 올림픽 오륜기 사이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는 만평을 담았습니다.

시사만평 전문업체인 ‘케이글’은 23일 김정은 위원장을 아이스하키 선수로 묘사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소를 띤 채 갑옷으로 된 유니폼과 뾰족한 못을 박은 보호대를 착용하고 하키 스틱으로 아이스하키 공인 퍽(puck)을 치려는 모습인데, 지구가 그려진 퍽이 핵무기를 묘사하는 마크 안에 놓여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위험한 핵무기로 지구촌을 볼모로 삼아 위협한다는 의미를 함축한 겁니다.

그밖에 스키 점프 선수로 나선 김정은 위원장이 ‘로켓맨’이라고 쓰인 유니폼에 로켓으로 만든 스키를 신고 날아가는 모습을 다른 선수가 황당하게 쳐다보는 만평, 김 위원장이 핵으로 만든 꽃다발을 들고 음흉한 미소를 짓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매체는 그러나 남북한 정상이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다소 긍정적인 만평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은 23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컬링 선수로 묘사해 평화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만평을 실었습니다.

컬링은 얼음판에서 둥글고 넓적한 돌, 즉 스톤을 표적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종목인데 ‘브롬’이란 빗자루처럼 생긴 솔을 바쁘게 움직여 스톤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스위퍼(Sweeper) 2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신문 만평은 이 스위퍼 역할을 맡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화’를 상징하는 표적 안으로 스톤을 밀어 넣으려 바쁘게 솔질을 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사만평 작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독특한 머리 스타일과 잦은 핵·미사일 도발, 또 세계 최악의 인권 침해국 지도자라는 현실 때문에 만평 소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과거 ‘VOA’에, 북한 관련 만평이 인기를 끄는 것은 “김정은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이 그만큼 팽배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와 인권에 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그를 비정상적인 지도자나 괴물처럼 묘사하는 시사 만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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