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올림픽 대표단, 제재 위반 가능성 주목...악기, 화장품도 사치품 포함


22일 북한 예술단 점검단을 태운 버스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떠나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엔과 한국 등 각국은 그 동안 북한에 반입이 금지된 각종 사치품 목록을 촘촘히 명시해 왔는데요. 북한 대표단에 건네서는 안되는 금수품목에 어떤 게 있는지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른 사치품 목록을 만들어 10년 가까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통일부장관이 공고문을 통해 발표한 해당 목록에는 총 13개 품목이 세부적인 설명과 함께 담겨 있는데 이들을 북한으로 반출하고자 한다면 통일부 장관의 개별적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크기가 크지 않으면서 휴대가 가능한 제품들입니다. 주류와 화장품, 시계, 악기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주류의 경우 증류주와 포도주 등이 포함됐고, 화장품에도 향수와 메이크업 제품, 그 외 썬스크린 등 기초화장용 제품이 지정돼 있습니다.

시계 제품은 꼭 고가가 아니더라도 손목시계와 회중시계가 전부 금지됐습니다.

또 피아노 등 건반악기는 물론 현악기와 취주악기, 전기로 음이 발생하는 악기 등 사실상 연주가 가능한 모든 제품이 사치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밖에 카메라 등 전자기기와 귀금속류, 모피제품, 가죽제품, 예술품 등이 사치품으로 지정된 상태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들 사치품 목록을 지난 2009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결의 1874호 이행보고서에 담으면서 확고한 이행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와 응원단, 예술단 등의 대규모 참가가 결정되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이 한국을 사전 답사하면서 이들과 관련된 대북제재 규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보리 결의와 한국 정부의 자체 대북 사치품 규정에 따라 한국 국적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이들에게 사치품으로 지정된 제품을 선물 등의 목적으로 건넬 수 없습니다.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대북제재 결의 1718호를 채택하면서 사치품에 대한 대북 금수조치를 결정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층이 사치품으로 호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반영된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따라 만들어진 안보리의 사치품 목록에는 요트와 고가 차량, 귀금속, 여가용 스포츠 제품 등 10여개 품목만 담겼습니다. 나머지 구체적인 추가 목록은 각국이 만들어서 시행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시 이런 결정에 맞춰 담배와 화장품 등 총 9개 항목 21개 제품을 사치품 관련 금수품목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각 나라들이 자체 사치품 목록을 만들면서 사치품 여부를 놓고 해석 문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에 유입된 운영 장비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재 마식령 스키장에는 스노우모빌과 재설차량 등이 운영되고 리프트, 케이블카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안보리가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있는 건 2천달러가 넘는 스노우모빌이 유일합니다.

따라서 재설차량과 리프트 등은 각국의 대북 사치품 목록에 의거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이들 제품들을 유입시킨 중국은 지금까지 자체 대북 사치품 목록조차 만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이들 장비들을 사치품으로 볼 만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대북제재위원회에 “스키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스포츠”라며 “스키 장비와 관련 서비스는 유엔의 사치품 금수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재 전문가인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지난해 ‘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사치품 관련 조치는 물론 전반적인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녹취: 뉴콤 전 분석관] "China doesn't implement the letter or sprit of the resolutions..."

중국이 사치품 목록을 만들지 않으면서 제재 결의의 문구는 물론 결의의 정신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지난 2006년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이 금지됐을 당시 결의를 통해 각 회원국들이 사치품을 규정해 목록을 만들도록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결의 채택 당시 만들어진 안보리의 목록에 포함된 사치품만을 사치품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사치품과 관련해 가장 엄격한 목록을 만들어 시행하는 나라는 유럽연합(EU)입니다.

지난 2007년 관련 목록을 만들었던 유럽연합은 10년 만인 지난해 기존 리스트를 크게 보강했습니다.

여기에는 각종 의류제품과 장갑 등 액서서리, 캐비어와 같은 식재료 등 200개가 넘는 제품이 포함됐습니다.

만약 유럽연합의 사치품 기준을 적용한다면 한국은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 등에게 스키나 스케이트 등 관련 장비는 물론, 스키복이나 겨울용 장갑, 유니폼과 가방, 심지어 티셔츠 한 장조차 제공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대북제재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네덜란드 대표부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국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을 우려하느냐’는 ‘VOA’의 질문에 “네덜란드는 제재위원회 의장국으로서 위원회의 업무 규정에 따른 적절한 지침에 맞춰 결정을 내리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며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제재 위원회는 따라야 할 절차가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