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를 비난하는 새 책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 책을 ‘노동신문’에 길게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파멸”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와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최고존엄을 운운하며 지도자를 전혀 비판하지 못하는 북한과 달리 대통령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이런 문화가 미국과 자유 민주주의의 강점이라고 지적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책 ‘화염과 분노’를 자세히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미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쓴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이상설 등을 제기하며 그와 가족을 강하게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책이 ‘거짓말로 가득 찼다”며 비난했지만, 많은 미국 매체들은 이 책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서점가에서는 이 책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파문’, ‘반트럼프 감정 확산’, ‘망신’ 등을 운운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파멸” 예고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1일 ‘VOA’에 ‘노동신문’의 이런 모습은 역설적으로 두 나라 매체의 현실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re is very big difference between US media and North Korean media…”
미 매체는 분명히 자유를 누리고 있지만, 북한 매체는 자유가 전혀 없고 정부가 모두 통제하고 있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 국민은 지도자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비판할 권리가 있다며, 반대로 북한인들은 북한 매체나 언론에 김씨 일가에 대한 비판이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들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모습은 날마다 볼 수 있는 일상입니다.
‘아마존’ 등 인터넷 서점에서 역대 미 대통령의 이름을 넣으면 누구도 예외 없이 비판하는 책들이 수십 권~에서 수백 권에 달합니다.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오바마가 어떻게 미국을 배신했나’, ‘오바마 스캔들’ 등 그의 정책을 싸잡아 비난하는 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백악관의 정례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대변인이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을 놓고 날 선 언쟁을 벌이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녹취: 백악관 대변인과 기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모습]
인터넷 사회 관계망에서도 실시간으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게 미국과 자유 민주국가들의 모습니다.
북한과 미국에서 모두 대학을 졸업한 탈북 난민 조성우 씨는 미국 정착 초기에 시민들이 지도자에 관해 비난하는 이런 모습이 매우 낯설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조성우 씨] “북한에 있을 때는 생각조차 못 하죠. 비판할까 말까하는 생각조차 안 하죠. 어차피 나와는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에. 그 사람이 뭐 신적인 사람이든, 저는 보통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 딴 세상 사람처럼 생각됐기 때문에 비판할까 말까 할 대상조차 안 됐는데 여기서 비판하는 것을 보고 아 대통령도 미국 국민의 한 사람이구나. 그냥 평범한 우리 시민 중 한 사람인데 우리의 과반수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 것이지 그 사람이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니구나. 잘못된 일도 많이 하고. 개인 사생활도 보면요. 그러다 보면 대통령도 결국 우리와 같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동질성을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이죠”
북한에서는 늘 미국과 한국 지도자를 비판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지만, 자국민이 지도자를 비판하는 모습은 매우 신선했다는 겁니다. 조 씨는 특히 시민권을 받은 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 뒤 시민의 힘이 무엇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성우 씨] “힘이란 무엇인가? 내가 처음으로 시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한 것이 대통령 선거거든요. 현재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자기 힘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거잖아요. 자기 의견을 말하고. 그런 시민들의 권리가 보장되니까 지금 같은 대통령이 세워지기도 했고. 또 북한처럼 대대로 대물림 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와 시민의 권리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도 이 사회에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속해있는 사람이고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의무도 있고.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든지. 그러면서 아 나도 대통령이 못하면 저렇게 비판할 수 있고 해야겠구나. 대통령이 잘하면 다른 채널을 통해 지지하고.”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지도자들을 자유롭게 선출하는 민주주의제도라고 지적합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First and foremost, our leaders are elected. We elect them to serve our interest….”
미국인이 지도자를 선거로 뽑는 것은 지도자 자신과 그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 국민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란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북한은 김씨 가족이 70년 동안 권력을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으며 대대로 권력을 세습하는 게 미국과 북한 사이에 명백한 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같은 유교적 문화가 있는 한국도 투명하게 지도자를 선출하고 잘잘못을 비판하는 것을 볼 때 북한 정권의 주장대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란 겁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북한 주민들도 이런 진정한 민주주의의 혜택을 경험하고 이해해 한국처럼 자유롭게 지도자를 선출하는 날이 속히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