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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로힝야 사태' 당사국 순방...중국 '화장실 혁명' 2단계 박차


27일 미얀마 양곤 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환영을 받고 있다.
27일 미얀마 양곤 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의 환영을 받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종수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했습니다. ‘로힝야’ 난민 사태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인데요. 이어서, 60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피신한 방글라데시로 향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화장실 혁명’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고요. 인도에서 이번 주 개봉할 예정이던 영화 한 편이 역사왜곡 논란으로 무기한 상영 연기된 소식, 함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에 갔군요?

기자) 네. 로마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3박4일 일정의 미얀마 방문을 위해 오늘(27일) 수도 네피도에 도착했습니다. 로마 교황이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런 역사적인 의미도 있지만, 미얀마에서 발생한 ‘로힝야’ 난민 사태가 세계적인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 교황의 행보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난민· 인권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방문에서 어떤 식으로 사태 해결을 도울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로힝야’ 난민 사태, 어떤 상황인지 먼저 정리해보죠.

기자) 로힝야족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모여 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데요. 미얀마 정부는 자국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이민으로 간주해 왔습니다. 그래서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된 가운데 지난 8월 25일, 로힝야 무장세력이 경찰관서 등을 공격한 사건을 계기로 미얀마 정부가 군대를 투입했습니다. 미얀마 군은 ‘테러분자 소탕’을 명목으로 로힝야 주민들에게 살인과 약탈, 성폭행, 방화 등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인접한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 피신한 로힝야 족 난민이 지금까지 6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산됩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떤 일정을 진행하나요?

기자) 오늘(27일) 미얀마 시민들이 준비한 환영행사에 참석하고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만났습니다. 내일은 미얀마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 틴 초 대통령과 잇따라 회동할 예정입니다. 다음날인 수요일(29일) 미사 집전에 이어서, 로힝야 난민들이 몰린 방글라데시도 방문하는데요. 금요일(1일) 수도 다카에서 열리는 종교간 연석회의에서 로힝야족 대표단을 면담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로힝야’ 난민 사태 관련자들을 모두 만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정부와 군 책임자들을 잇따라 만나는 자리에서 난민 위기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사태 해결을 위해 미얀마를 방문했던 세계 주요 지도자들은 현지에서 폭력 사태를 불러올 것을 우려해 ‘로힝야 탄압’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했었습니다.

진행자) 얼마 전 미 국무장관이 현지에 다녀온 이후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중이라고요?

기자) 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5일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 회담했는데요. 방문 결과를 토대로 지난주 수요일(22일) 성명을 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난민 사태를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당국의 ‘인종청소’로 규정했고요. 잔혹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미국법에 근거해 책임을 묻겠다면서 가능한 전면적 제재 조치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입장을 낸 다음날(23일),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당국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앞으로 2개월 내에 난민 송환을 개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의 한 화장실 입구에 비어있는 칸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의 한 화장실 입구에 비어있는 칸을 표시하는 전광판이 설치돼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화장실 혁명’에 힘을 쓰라고 당국에 지시했다고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화장실 혁명’을 끝까지 추진할 것을 관계 당국과 각 지방에 지시했다고 오늘(27일)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시 주석은 화장실 문제가 “작은 일이 아니고, 도농 문명 건설에서 매주 중요한 사안”이라며 “관광지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도 (화장실 혁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농촌진흥 주요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화장실 혁명’,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과거 중국의 낙후된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더럽고 후진적인 화장실이었습니다. 특히 칸막이없는 재래식 변기를 사용해 옆 사람을 빤히 볼 수 있는 데서 용변을 보는 문화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충격을 줬는데요. 이런 실태가 인터넷을 통해 서방사회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문제를 인식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2015년, 화장실 문화를 바꾸라고 각급 기관에 명령했는데요. 미화 2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입해 중국 전역 8천여 개 화장실 시설을 개선하기 시작했고요, 현대식 공중화장실을 새로 지었습니다. 이후 지난달 말까지 약 2년동안 중국 전역에 새로 설치된 화장실이 6만8천개에 달합니다.

진행자) 낙후된 화장실을 새롭게 만드는 걸 ‘혁명’이라고 부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같은 사업을 통해 베이징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자동으로 휴지가 나오고, 소형 텔레비전 화면과 무선인터넷 같은 첨단설비를 갖춘 화장실이 잇따라 자리잡았습니다. 당국은 이런 시설이 기존 화장실과는 전혀 다른, 예전에 없던 공간이라는 뜻으로 ‘제5 공간’이라고 이름 붙였는데요. 중국에서 화장실을 ‘측간’, ‘측소’라고 부르기 때문에, 화장실 현대화 사업은 ‘측소(춰써)혁명’으로 통했습니다. 시 주석이 이번에 지난 2년 동안의 ‘측소혁명’ 성과를 강조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 겁니다.

진행자) 다음 단계 ‘화장실 혁명’은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외국인에서 내국인으로 바뀝니다. 지금까지 ‘화장실 혁명’은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2년은 중국경제가 고도성장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둔화기에 들어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제조업에서 관광산업으로 성장동력을 옮기려는 때였는데요. 화장실 때문에 중국 관광을 기피하는 외국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했던 겁니다. 반면, 앞으로 진행될 2단계 ‘화장실 혁명’은 내국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대도시 지역은 어느 정도 화장실 정비가 끝났다고 보고, 이제 중국 보통 사람들이 사는 농촌 지역으로 관심을 옮기는 겁니다.

진행자) 농촌 지역 화장실 개선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자)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화장실 6만4천 개를 새로 지을 계획입니다. 기존 시설개선 사업을 주도한 국가여유국이 주관하는데요, 새로운 화장실 설비는 외곽지역 관광지 외에 대부분 농촌 지역에 배정됩니다.

진행자)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시진핑 주석의 ‘화장실 혁명’ 2단계 추진 지시를 환영하는 여론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27일) 인터넷 사회연결망 ‘웨이보’ 이용자는 “측소혁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글을 올리면서, 화장실 문제는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일인데, 괜찮은 화장실을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21일 인도 뭄바이의 한 극장에 개봉을 앞둔 영화 '파드마바티' 포스터가 붙어있다.
지난 21일 인도 뭄바이의 한 극장에 개봉을 앞둔 영화 '파드마바티' 포스터가 붙어있다.

진행자) 최근 인도에서 개봉을 앞둔 영화 한 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네, 문제의 영화는 '파드마바티'라는 제목의 영화인데요. 14세기 한 인도 왕비와 이슬람 왕의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일부 영화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영화 중의 하나로, 원래는 다음달 1일 개봉할 예정이었는데요,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면서 개봉조차 못 하고 상영이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진행자) 어떤 내용이기에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겁니까?

기자) 네, 영화 속 인물인 파드마바티 왕비는 16세기에 쓰여진 한 서사시 때문에 유명해졌는데요. 많은 역사가들이 허구의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실존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서사시에는 인도 북부 라자스탄주 라지푸트 왕조의 파드마바티 왕비가 이슬람 왕조의 알라우딘 킬리지 왕이 공격해오자 정조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공개된 예고 영상에는 마치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들이 묘사돼 있습니다. 그러자 인도 힌두교 극우단체들이 용납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영화 상영을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진행자) 허구의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면 역사 왜곡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긴 합니다만 힌두 극우세력은 이 영화가 부정확한 사실을 묘사하고, 인도 왕비와 무슬림 왕의 외설적 장면을 담아 라지푸트 왕조의 역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영화 촬영 기간에도 물품을 훼손하고, 촬영장에 돌과 화염병을 던지거나 감독을 위협하는 등 힌두 극우세력의 반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출연 배우와 감독을 참수하면 150만 달러, 거액의 현상금을 주겠다는 집권당 의원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더 커졌습니다.

진행자) 영화제작사 측은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제작사는 우려하는 장면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파드마바티 왕비와 이슬람 왕과의 사랑을 묘사하고 있지 않으며, 힌두교 정서를 해치는 영화가 아니라면서 영화를 보고 말해달라고 당부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주장은 별 공감을 얻지 못했고, 결국 개봉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인도의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JP당)'은 이번 논란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수도 뉴델리를 비롯해 BJP 당이 집권하고 있는 주들 대부분에서 영화 상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BJP 당이 집권한 후 힌두교 정통성을 부각하는 일련의 움직임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대치하는 영화나 서적에 대한 이런 항의나 반발이 그간 인도에서는 드문 일은 아니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인도 국민들이 안전한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자라트주의 비자리 루파니 주지사 등 힌두 강경파 정치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인도의 위대한 문화를 잘못 이용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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