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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위안부 피해자 다큐, 워싱턴 상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사과'의 티파니 흉 감독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가 워싱턴에서 열렸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녹취: '사과' 영화장면] “남쪽나라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90세 백발노인이 구슬프게 부르는 이 노래는 한반도 일제강점기 말에 지어진 ‘찔레꽃’이라는 대중가요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는 90세 노인은 13살 어린 나이에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두만강을 넘어 만주로 떠난 길원옥 할머니입니다.

성노예로 고통을 당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던 길 할머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문도 모른 채 운명이 바뀌어 버린 20만여 명 피해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

끔찍했던 4년의 세월이 지나고 18살에 맞은 광복은 길 할머니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었습니다. 고향인 평양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르고 또 부르는 찔레꽃 노래도 길 할머니의 한을 달래주지는 못합니다.

[녹취: '사과' 영화장면]” 이별가를 불러주는….”

영화 ‘The Apology- 사과’는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았던 3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의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영화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캐나다인 티파니 흉 감독이 2009년부터 한국과 중국, 필리핀과 일본을 오가며 만난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대화를 토대로, 그들과의 정, 그리고 이별을 담았습니다.

흉 감독은 `VOA'에 영화 제작 배경과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흉] "I didn’t know anything about this issue before , I was invited to follow teachers to Asia and to learn about this.. "

2009년 아시아 나라를 방문해 위안부 역사에 대해 접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역사에 대해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인데, 흉 감독은 역사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위안부 역사를 세상에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며,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흉 감독은 영화에서 피해자 할머니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60년 세월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조했습니다.

할머니들이 팽생을 침묵했던 치욕스런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변화를 담은 장면 등을 통해서 입니다.

필리핀 피해자 아델 할머니가 처음으로 아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장면과 남편의 묘지에서 통곡하는 모습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입니다.

[녹취: '사과' 영화 장면]

아델 할머니는 “당신에게 정말 말하고 싶었다”며 울부짖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뒤로 이웃들의 냉대를 경험한 또 다른 필리핀 피해자 할머니의 고백은 필리핀 내 위안부 피해자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중국인 피해자 차오 할머니도 18살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두 아이를 임신했던 일과, 자신이 낳은 아기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털어놓으며 감독에게 상상할 수 있겠냐고 되묻는 피해자 할머니.

차오 할머니의 동생은 언니가 일본군에 납치됐고, 딸을 잃은 엄마가 충격으로 숨졌다는 증언을 조카에게 들려줬습니다.

사춘기 딸을 둔 차오 할머니의 딸은 어머니가 겪었던 일을 듣고 매우 가슴아파하는데요 딸이 힘들어 할 것이라며 좀 더 크면 이야기해 줄 것이라고 말합니다

영화는 위안부 역사가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가족에게도 큰 아픔이자 고통인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인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는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워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위)의 도움으로 침묵을 깰 수 있었습니다.

전국을 다니며 증언하고 일본과 중국, 유엔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위안부 역사를 알리고 일본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단체활동을 통해 많은 일을 이루고 있었지만, 길 할머니의 평생 소원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녹취: '사과' 영화 장면] “다시 태어나면 귀한 딸로 태어나서 귀한 집에 시집가서 내 가정을 만들어보면 좋겠어.."

1시간 44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화 ‘사과’의 제작 기간은 7년. 흉 감독이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친분을 쌓고 신뢰의 관계로 발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흉 감독은` VOA'에 7년의 제작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과 자신이 싸워야 했던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들이 침묵한 채로 생을 마감하면 어떻게 하나, 할머니들이 다시 만날 때까지 자신을 기억할 수 있을까 등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었다는 설명입니다.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것 기억으로 흉 감독은 2013년 필리핀 피해자인 아델 할머니가 사망했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녹취:티파니 흉] “It was in 2013, losing someone that you become so close with…

이제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고 여정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누군가를 잃는 것은 매우 힘든 일 중 하나였다는 설명입니다.

흉 감독은 영화를 본 관객들이 위안부 역사를 개인이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이야기 하고 알리기를 바란다며, 그 시작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게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흉 감독은 중국과 필리핀, 일본, 한국 등 위안부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1억인 서명캠페인도 소개했습니다.

이날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은 흉 감독과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한국 등지에 흩어져 사는 생존자들의 이야기 등 위안부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 등에 대해 들었습니다.

필리핀과 중국, 일본 국적의 학생들과 감독 간 대화의 시간도 있었는데요, 일본인 학생은 질문대신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주최 측은 위안부 영화 상영에 대해 일본인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사과’는 캐나다와 한국 등지에서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됐고, 8개 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는데요, 일반에는 지난 6월 공개됐습니다.

미국 내 상영이 두 번째인 이 영화는 뉴욕의 링컨센터에서의 첫 시사회에 이어 지난 4일엔 워싱턴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에서도 열렸습니다.

워싱턴 행사는 워싱턴정신대대책협의회가 주관하고 세종소사이어티의 후원으로 열렸는데요, 앤드류 박 세종소사이어티 회장은 `VOA'에, 관객들이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라고 그것이 메시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앤드류 박] “관심들이 안보관련으로 쏠리고 있단 말이예요.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가 주목을 못 받고 있는데 영 제너레이션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워싱턴정대협의 이정실 회장은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지의 위안부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이 영화는 위안부 문제가 전세계적인 인권 문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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