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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풍경] 재미있는 서양미술사 강의영상 북한 배포


미 동부 메릴랜드미술대학(MIKA)의 천미나 교수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제작한 서양미술사 동영상에서 직접 강의하고 있다.

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서양미술사를 쉽게 설명한 동영상이 북한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세계안보를 위협하는 북한 정권과, 그 아래서 억압 당하는 주민들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그림을 통해 전하고 있는 화가 천미나 교수.

천미나 교수의 그림 속 북한 사람들은 늘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보통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미 동부 메릴랜드미술대학(MICA)의 천미나 교수는 딱딱한 정치를 대중에게 쉽게 소개하는 미술 장르인 ‘폴리팝’ 미술가입니다.

지난 2014년에는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 높은 한국 과자 초코파이를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었고, 당시 1만 개의 초코파이를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인권 실상을 알려온 천미나 교수가 이번에는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의 주제는 ‘서양미술사’로, 강의 내용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북한에 배포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녹취: 동영상강의] “Hello everyone..”

동영상에 직접 출연해 10가지 다른 제목의 서양미술사 강의를 진행하는 천미나 교수. 천 교수는 자신의 강의가 북한 주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측면도 있지만, 교육자이서 미술가로서 북한 주민들에게도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미나 교수] “어려운 내용인데요 보통, 미술사라는 것은 많이 공부해야 이해가 가는 것인데 비디오 아트로 쉽게 풀어 논 비디오고 그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게 비디오로 만들었어요, tv 어린이 교육비디오처럼 만화도 들어가 있고, 다른 필름에 광고에 나오는 거, 미술사를 굉장히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동영상에서 천 교수는 북한 여성의 옷차림으로 나와 자신을 김 교수라고 소개하며 매우 상냥하게 강의를 진행합니다.

[녹취: 동영상 강의]

영어로 진행되지만 한글 자막을 달았고, 영상에는 다양한 그림과 물체, 글씨 등을 삽입했습니다.

[녹취: 천미나 교수] “항상 북한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과제도 해보라고 하고, 끝에서 사랑한다는 말도 꼭 챙겨 넣었습니다.”

천 교수의 강의는 매회 10분 분량씩 열 차례로 이뤄지며, 주제는 ‘음식과 미술’, ‘환경주의’, ‘인간의 권리’, ‘여성주의’ 등으로 다양합니다.

[녹취: 동영상 강의]

첫 번째 강의는 ‘미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가 되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소개됐고, 강의 내용에는 마르셀 뒤샹 이라는 프랑스 작가의 1917년 작 ‘샘’이 소개됩니다.

마르셀 뒤샹은 1800년대 말에 태어나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예술가인데요, 천 교수는 강의에서 남자화장실 변기를 엎어놓은 이 작가의 작품이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그 이유를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사용되는 어떤 물건도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면서 일상용품 하나를 정해보는 것을 과제로 내줍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서양미술에 대한 기초지식과 개념을 일깨워주는 ‘서양미술사’ 동영상 강의는 현재 지속적으로 북한에 유입되고 있는데요, 지난 7월에 처음 들어간 이후 최근 실제로 유입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천미나 교수입니다.

[녹취: 천미나 교수] “미국 쪽에서 협력이 안 됐어요, 한국을 통해서 한 것을 7월서부터, 그래서 확인된 것은 9월 중순, 그 이전까지는 계속 보내고 많은 사람들이 연결이 되고.. 때가 있어요. 방식도 그렇지만…”

천 교수의 강의는 한국 내 탈북자단체들을 통해 지금까지 수 백여 개의 USB에 담겨 북한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10부 강의 제작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오는 10월 20일에는 뉴욕에 소재한 에단 코엔 미술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됩니다.

천미나 교수의 ‘서양미술사 북한에 보내기’는 개인 프로젝트가 아니며, 2명의 미술가와 미술학자와 공동으로 이뤄졌습니다. 북한 방문객으로는 최연소 미국인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에단 코엔 관장, 공산국가의 몰락 과정과 현대미술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전시기획자 나딤 사만 박사가 참여한 것입니다.

코엔 관장은 `VOA'에 수 십 년 전 10살 나이로 북한을 방문했던 최연소 미국인이었던 자신의 오랜 고민과 이번 프로젝트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미국 정부가 실패한 ‘소통의 문제’를 개인 차원으로 다루고 싶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녹취: 에단 코엔] “We saw in each other a bridge, where we could begin to build a possibility. I saw that down the road, maybe there’s a piece”

코엔 관장은 미국 사람과 북한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상호 소통의 다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북한 주민들이 서양미술사 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해도 적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것이 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는 독일인 나딤 사만 박사는 `VOA'에, 올해 초 천 교수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며 참여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녹취:나딤 사만] “So really, looking at how contemporary art evolved under the conditions of Soviet political and social conditions ..”

소련이 붕괴되기까지 현대미술이 정치적 사회적 상황 아래서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를 연구했고, 이 과정에서 북한에 서양미술에 대한 정보 유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사만 박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서양미술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이번 프로젝트는 희망을 갖고 씨를 심는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나딤 사만]“The idea is that we are planting a seed, and all we can do, the only power we have now is to plant a seed and the only hope we..”

북한의 미술은 체제선전에 국한돼 있어 북한 주민들의 순수미술에 대한 강의가 낯설 수 있겠지만, 장기적 안목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북한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과의 소통이 주 목적이라고 사만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다음달 20일부터 12월 10일까지로 예정된 뉴욕 전시회는 “UMMA: MASS GAMES - Motherly Love North Korea” 란 주제 아래 열립니다.

천 교수는 이번 전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North Korean lives matter’ `북한 주민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겁니다.

천 교수는 북한에 서양미술사 강의를 보내고 미국사회에 알리는 이번 프로젝트는 자식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며, 미국인들이 북한 주민들에 대해 애정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생생 라디오 매거진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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