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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에서 올해 10월 9일은 ‘콜럼버스 데이’(Columbus Day)입니다. 콜럼버스 데이는 지난 1492년 미주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하지만 미국 안에서 이 콜럼버스 데이를 둘러싼 논란도 많은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 시간은 이 콜럼버스 데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콜럼버스 데이”

미국에서 매년 10월 둘째 월요일은 콜럼버스 데이입니다. 콜럼버스 데이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미주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입니다.

[녹취: 영화 '1492' OST]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492년 10월 12일 현재의 바하마 군도를 발견하고 이 섬들을 ‘산살바도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 지역은 그때까지 유럽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곳입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로 알려진 16세기 스페인 인물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로 알려진 16세기 스페인 인물화.

바하마에 도착한 콜럼버스는 곧 내륙을 탐험했고 콜럼버스의 탐험 이후 유럽인들은 미주 대륙에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콜럼버스는 당시 인도에 도착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현지 원주민들을 ‘인도’ 사람을 뜻하는 ‘인디언’이라고 불렀습니다.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나라들”

미국 정부는 지난 1937년 콜럼버스 데이를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나라는 미국뿐이 아닙니다.

콜럼버스의 고향인 이탈리아, 콜럼버스의 항해를 후원했던 스페인 그리고 콜럼버스의 이름을 딴 나라인 남미의 콜롬비아 등 미주 대륙의 몇몇 나라도 콜럼버스를 기념합니다.

“콜럼버스 데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미국인들”

콜럼버스 데이는 특히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에게 특별한 날입니다. 콜럼버스가 이탈리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콜럼버스 데이는 사실 미국 정부가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미국 안에서 차별당하던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위해 미국 정부가 이탈리아 출신인 콜럼버스를 기념하는 날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이민자뿐 아니라 미국 내 중남미계 주민들도 콜럼버스와 스페인 왕실 사이의 관계, 그리고 콜럼버스 덕에 스페인 문화가 미주 대륙에 전파됐던 이유로 콜럼버스 데이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주 대륙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콜럼버스는 다른 차원에서 특별한 존재입니다.

“콜럼버스는 영웅인가 아니면 악당인가?”

사실 원주민들에게는 콜럼버스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기념해야 할 인물이 아닙니다.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을 발견한 ‘영웅’이라기보다 유럽인들이 오기 전 미주 대륙에서 평화롭게 살던 자신의 조상들을 포악하게 다룬 사악한 인물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온 가톨릭 선교사들을 두려워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삽화.
유럽에서온 가톨릭 선교사들을 두려워하는 미국 원주민들의 모습을 그린 삽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 역사학과 조 지네틴-필라와 교수는 콜럼버스에게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녹취: 지네틴-필라와 교수] “Within 10 years of the initial landfall in 1492, so by 1502…”

1492년 콜럼버스가 바하마에 상륙했을 때 이곳에 살던 타이노 원주민의 수가 약 100만 명에 달했는데, 10년이 흐르고 난 뒤 인구가 겨우 500명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지네틴-필라와 교수는 콜럼버스가 많은 원주민을 노예로 삼았고, 콜럼버스 탐험대가 들여간 질병으로 수많은 원주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콜럼버스가 선한 사람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뒷받침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리오 킬스백 애리조나 주립대 아메리칸 인디언 연구학부 부교수는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콜럼버스를 얘기할 때 가장 큰 오해 중 하나가 바로 그가 도덕적으로 옳았느냐는 것이라면서 그는 사악했고, 무고한 원주민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책임이 콜럼버스에게 있다는 게 진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메리칸인디언의회’의 로버트 홀든 부의장은 콜럼버스와 관련된 역사 기술이 왜곡됐다고 주장합니다.

[녹취: 홀든 부의장] “It's always been questionable in terms of native people's tribe communities…”

콜럼버스에 대한 평가는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항상 의문의 여지가 있었고 특히 콜럼버스와 관련해 비원주민이 원주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쓴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도 문제라고 홀든 부의장은 지적했습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역사학과의 존 실버만 교수는 콜럼버스를 평가하려면 그와 관련된 모든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실버만 교수] "I don't think you need to focus on one aspect of his past and to neglect the other…”

콜럼버스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사람이라며 그의 한쪽 측면만 보지 말고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실버만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다”

최근 대부분 역사학자는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콜럼버스가 바하마 섬에 도착하기 전 이미 미주 대륙에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또 미주 대륙에 당도한 유럽인도 사실 콜럼버스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5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다호 출신 미국 원주민.
지난 2015년 백악관 행사에 참석해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다호 출신 미국 원주민.

고고학자들은 아주 오랜 옛날 아시아 대륙이 미주 대륙과 연결돼 있었을 때 아시아인들이 지금의 베링해를 거쳐 미주 대륙으로 들어왔고, 이들이 미주 원주민의 조상이 됐다고 추정합니다.

학자들은 또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과 식물들도 같은 경로를 따라 미주대륙으로 유입됐다고 설명합니다.

또 미국 동부같은 경우 고대 바이킹들이 미주 대륙에 왔었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콜럼버스가 미주 대륙에 오기 500년 전 캐나다 뉴펀들랜드 지역에 바이킹이 와서 살았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이 지역은 현재 불모지이지만 천년 전에는 나무가 많아서 바이킹이 겨울을 나는 장소로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콜럼버스 데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콜럼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늘어감에 따라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운동이 지난 1970년대부터 미국 안에서 시작됐습니다. 콜럼버스가 아닌 원주민을 기억하는 날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지난 1990년 사우스다코타주가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10월 둘째 월요일을 '아메리카 원주민의 날'로 전격 선포했습니다.

시 차원에서는 1992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가 처음 이 움직임에 동참했는데요. 그 후 미국 내 대도시 가운데 시애틀과 포틀랜드, 앨버커키, 미니애폴리스, 세인트폴 그리고 피닉스 등이 ‘원주민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올해 들어선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로스앤젤레스시도 최근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했습니다.

미국 원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2011년 시애틀 시내에서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원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2011년 시애틀 시내에서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원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 가운데 하나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의회는 2년 연속으로 ‘콜럼버스 데이’를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는 방안을 부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콜럼버스 데이를 지키려는 사람들”

원주민의 날을 선포하는 지역 정부가 늘어나고 있지만, 콜럼버스 데이의 존속을 여전히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콜럼버스 데이는 유럽과 미 대륙 간의 문화적 교류가 시작됐음을 축하하고, 탐험가인 콜럼버스를 기념할 뿐 아니라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국 '이탈리계 미국인 협회'의 존 비올라 회장은 콜럼버스 데이의 의미가 다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비올라 회장] “It's an opportunity and holiday that we are able to celebrate…”

콜럼버스 데이는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미국에 공헌한 역사를 기념할 수 있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비올라 회장은 그러면서 이탈리아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출신 이민자들에게도 콜럼버스 데이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인 것을 기념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원주민들이 당한 시련을 물론 기억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콜럼버스의 업적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콜럼버스 데이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또 미주 대륙의 원주민을 기념하는 날은 다른 날로 잡으면 된다면서 콜럼버스 데이를 없앨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콜럼버스 데이의 유래와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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