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내일(24일)로 25주년이 되는데요.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불편해진 가운데, 기념 행사도 예상보다 줄었습니다. 자세한 분위기 살펴보겠고요.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4시간 반이면 가는 세계 최고속 철도가 재개통한 소식, 이어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처리에 고심중인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은 지 25년이 되는군요?
기자) 네. 한국과 중국이 6·25전쟁 이후 계속됐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지 내일(24일)로 25주년이 됩니다. 지난 1992년 개혁·개방 정책을 가속화하던 중국의 양상쿤 정부와, ‘북방정책’으로 공산권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던 한국의 노태우 정부가 전격 수교한 뒤, 그 동안 두 나라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요. 특히 경제· 문화적인 협력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외교관계 회복과 동시에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가 급격하게 늘었는데요. 현재 한국의 최대 수출· 수입국이 중국이고요, 중국에서 볼 때도 한국은 수입 1위, 수출 3위 국가입니다.
진행자) 수교 25주년을 맞는 두 나라 정부 입장을 들어보죠.
기자) 중국 측은 25년 전 국교를 맺었던 때로 돌아가 ‘초심’을 잃지 말자고 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교 25주년 이래 양국은 상호 이해와 존중의 원칙으로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추진해왔다”면서 “양국 관계 발전은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 줬고 지역 평화 안정과 번영에 공헌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앞으로 양국이 초심을 잃지 않고 상호 신뢰를 공고히 하고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자, 지금 양국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를 설치해 운용하는 일정을 두고, 중국 정부가 줄곧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두 나라 관계가 다소 불편해졌습니다. 중국 측의 ‘사드’ 배치 계획 철회 요구를 한국 정부와 미군이 받아 들이지 않자, 중국은 한국행 관광객을 차단하고, ‘한류’ 문화상품 유통을 제한하고 있고요. 주요 한국기업들의 자국내 활동을 규제하는 등 비공식적 경제 보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은 수교 25주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기자) 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 측이 중국청년보에 수교 25주년 기고문을 보냈는데요. “가까운 이웃인 한중간에 이견과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오히려 문제가 없다면 비정상”이라면서, 양국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5천년간 교류해온 한국과 중국은 특정 사안들로 관계가 흔들려서는 안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이웃”이라며, “이전 세대 양국 지도자들이 이뤄놓은 소중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기념행사도 기대만큼 많지 않다고요?
기자) 네. 두 나라는 수교 25주년 공동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베이징과 서울에 있는 양국 대사관이 별도로 진행하는 행사에도 외교장관들이 참석하지 않고요. 특히 중국 사람들은 ‘5년은 작은 경사, 10년은 큰 경사’라며 무슨 일이든 5년과 10년이 반복되는 기념일을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25년째 되는 한국과의 수교 기념식을 공동개최하지 않는 건 이런 중국 전통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20주년이었던 지난 2012년에는 베이징에서 양국 공동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의 한국 기업 규제도 계속되고 있다고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 당국이 현지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비공식적 경제 보복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늘(23일) 베이징시 당국이 시내 대형 식료품 상점인 ‘롯데마트’ 일부 매장의 전기 설비를 몰수했습니다. 롯데는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사드’ 부지를 제공한 기업인데요. 사드 도입 초기 중국 주요도시에 있는 롯데마트들이 연이어 영업정지를 당했는데, 6개월째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설비까지 몰수 당하면서 사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업계에서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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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열차가 중국에서 다시 운행된다고요?
기자) 네. 베이징에서 상하이를 잇는 1천318km 구간을 4시간 반만에 주파하는 중국의 2세대 고속열차 ‘푸싱(부흥)’호가 다음달 21일 운행을 시작한다고 중국철도총공사가 지난 일요일(20일) 발표했습니다. '푸싱'은 최고 속도가 시속 400km에 달하고요, 평균 운행 속도는 350km인데요. 운행 개시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철도로 기록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운행속도 350km라는 게 어느 정도 빠른 건가요?
기자) 중국 대륙을 어디든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1일 생활권’으로 묶어줄 것으로 당국은 선전하고 있습니다. 기존 철도로 6시간 가까이 걸리던 베이징-상하이 구간이 4시간 반으로 줄기 때문에, 한나절에 왕복할 수 있게 되는 건데요. 기존 ‘세계 3대 고속철도’로 꼽히는 일본 신칸센과 프랑스 TGV, 독일 ICE의 평균 운행속도가 320km 정도여서, 350km로 달리는 중국의 ‘푸싱’에 못 미칩니다.
진행자) 그런데 중국에서 이렇게 빠른 철도를 처음 개통하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중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과 톈진 사이 구간을 시작으로 고속철도망을 넓혀왔는데요. 몇 년새 빠르게 전국으로 확산시키면서 운행속도도 급격히 높였습니다. 그러다가 고속철도 운행 3년여 만인 지난 2011년 7월 저장성 원저우에서 추돌 사고가 발생해 39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는데요. 이후 일부 구간에서 350㎞로 운행하던 속도를 일률적으로 300㎞로 낮췄습니다. 6년여동안 사고 예방 등을 위한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을 보완해서 다시 운행속도를 높이는 겁니다.
진행자) 이전에 운행하던 철도를 다시 개통하는 건데 ‘2세대 고속철도’라고 하는 이유는 뭐죠?
기자) 관영 인민일보는 다시 운행되는 고속 열차가 중국 자체기술로 새롭게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허셰’호라고 부르던 기존 고속철도에 비해 좌석간 간격도 넓히고, 객실 내 조명을 형광등에서 LED(발광 다이오드)로 바꾼 한편, 여행중 와이파이(wifi ·무선 인터넷망)를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요. 홍콩과 타이완 등지의 일부 중국어권 매체들은 기존 고속열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이름만 바꿔 ‘2세대’로 규정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중국 내 여행이 많이 편리해지겠군요?
기자) 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비행기로 2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공항까지 가는 시간, 또 수속하고 대기하는 시간을 함께 고려하면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쪽이 훨씬 편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에서 고속철도 도입이 몇 년 안됐는데도, 이런 편리함 때문에 이용객이 많아서 당국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예정인데요. 현재 중국 내 고속철 노선을 모두 합친 거리 2만2천㎞는 전 세계 고속철 노선의 3분의 2에 해당하고요. 2020년까지 3만㎞로 연장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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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일본 당국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방출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1년 3월이었죠. 일본 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지진 해일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덮쳐 2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실종자도 2천500명에 달하는 끔찍한 재난이 발생했는데요. 사고 발생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 몸살을 앓고 있고요. 특히 제1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후쿠시마현의 피해는 거의 재앙 수준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진행자) 당시 원자로에서 수소 폭발까지 일어나 더 큰 충격을 안겨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자인 도쿄전력(TEPCO) 측은 사고 이후 녹아내린 원자로의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수십만 톤의 물을 원자로 안으로 흘려보냈는데요. 그렇게 들어간 물이 75만t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물은 현재 원전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물 저장 탱크들에 분산 저장돼 있는데요. 현재 일본 당국은 이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나온 방안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쿄전력의 타카히로 키모토 핵 원전 책임자는 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출하는 방안과 기체로 증발시키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일본의 지방 언론은 도쿄전력 측이 이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다 방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해, 환경단체들과 지역 어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도쿄전력 측은 인체나 환경에 해롭다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소문들이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며,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여러 이해당사자들, 주주들과의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도쿄전력 측은 오염수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입장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오염수는 삼중수소로 오염돼 있는데요. 삼중수소는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쿄전력 측은 전 세계의 모든 원자력발전소가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또 탱크에 있는 오염수는 정화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은 제거된 상태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삼중수소뿐만 아니라 세슘이나 스트론튬 같은 물질도 일정 정도 이상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동일본 지진 이후, 원전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탈원전 정책을 발표하는 나라들이 생겼는데요. 일본 정부의 원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2030년까지 국내 원전의 전면 중단을 추진했었는데요.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재가동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전환했습니다. 현재 아베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에 의한 에너지 생산비율을 20~22%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인데요. 도쿄전력 측은 올가을까지는 오염수 폐기 방안을 비롯해, 일본의 미래 에너지 정책을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