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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공화 주류 갈등 확대...CIA 고문 피해자 소송 합의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타워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김현숙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당 소속인 공화당 의원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발생한 샬러츠빌 유혈 사태 이후 갈등이 더 깊어지는 양상인데요. 그 원인과 배경에 대해 알아봅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기술을 고안해 소송을 당한 심리학자 2명이 고문 피해자들과 합의를 봤다는 소식, 또 미국에서 지난 수년 간 하락세를 보였던 청소년의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이 최근 다시 증가했다는 정부 보고서 내용 알아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표현이 요즘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보통 대통령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 속에 정국을 이끌어 갑니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고,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을 펼치는 데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즉 정치적 외부인으로,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공화당 의원들과 틀어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는데요. 지난 주말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 사태 이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샬러츠빌 유혈 사태와 관련해 논란이 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 방식과 연관이 있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자들과 반대 시위를 벌인 사람들 모두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즉각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진행자) 폭력시위 사태가 1주일이 다 됐는데도 여전히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고요.

린지 그레이엄(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달 27일 워싱턴 의사당에 도착하면서 기자들에 둘러싸여있다.
린지 그레이엄(공화·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지난달 27일 워싱턴 의사당에 도착하면서 기자들에 둘러싸여있다.

기자) 맞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7일)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중진의원들을 비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관심받기 좋아하는 그레이엄은 내가 백인우월단체(KKK), 신나치,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시위 도중 숨진 헤이어와 같은 사람들이 도덕적으로 동등하다고 말했다는 거짓말을 했다”면서, 이는 역겨운 거짓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격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밥 코커 상원의원은 어제(17일) 지역구인 테네시주에서 열린 ‘로터리클럽’ 모임에 참석했는데요.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정감 혹은 성공을 끌어낼 수 있는 능숙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백악관에 더 큰 위험이 닥치기 전에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6일 테네시주 녹스빌 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하고 있는 밥 코커(공화) 상원의원.
16일 테네시주 녹스빌 상공회의소에서 연설하고 있는 밥 코커(공화) 상원의원.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의원들은 없습니까?

기자) 아직 TV에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는 의원들은 없습니다. 백악관에서도 현재의 논란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고요.

진행자) 미국 역사에서 이렇게 대통령과 소속 정당 간에 깊은 갈등을 보인 경우가 또 있었습니까?

기자) 페퍼다인대학의 테드 맥엘리스터 교수는 `VOA'에, 이번처럼 갈등이 깊었던 적은 미 역사상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이나 그의 아들인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의 경우도 소속 정당의 큰 반대로 정국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처럼 대립이 강하지는 않았다고 맥엘리스터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다는 건데. 그럼 이번 행정부에서 유난히 깊은 갈등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맥엘리스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배경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기성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은 신선한 대안을 찾았고 그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종의 ‘반란의 외침’으로 유권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는 거죠.

진행자)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대부분이 기성정치인들이고요?

기자) 네, 공화당 의원들은 여전히 1980년대의 이상을 추구하거나 전통적인 정치 논리와 정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맥엘리스터 교수는 공화당은 현재 대통령과 의원들 간의 이런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유권자들 혹은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갈등을 봉합할 방법은 없는 겁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의 관계가 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정치 전문가들도 일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공화당 지지층을 잃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는 갈등이 지속한다면 다음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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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국 정부의 고문과 관련한 소송 당사자들이 합의를 봤다는 소식이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기술을 설계한 심리학자 2명이 소송을 제기했던 피해자들과 합의했습니다. 미국의 민권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지난 2015년 고문 피해자 3명을 대신해 심리학자 2명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에 워싱턴주 연방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재판에 가기 전에 합의에 도달했다고 ACLU 측이 어제(17일) 밝혔습니다.

진행자) 어떤 조건으로 합의가 이뤄진 겁니까?

기자) 합의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ACLU 측은 공동 합의 성명을 통해 역사적인 승리를 이뤄냈다고 밝혔는데요. 이번 합의는 고문에는 뒤따르는 폐해가 있고, 고문 피해 생존자들은 그 책임을 해당자에게 물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합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미국의 심리학자 두 명이 어떻게 CIA와 일하게 됐던 걸까요?

기자) 지난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가 여객기 4대를 납치해 뉴욕과 국방부 등을 공격하면서 약 3천 명의 희생자를 냈던 사건, 바로 9.11 테러인데요.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CIA는 심리학자 제임스 미첼 씨와 존 제슨 씨에게 테러분자 심문을 위한 고문 방법을 고안하게 했는데요. 원고 측은 이 심리학자들이 비인간적인 ‘실험적 고문 방법’을 고안해 운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원고는 바로 이 심리학자들이 개발한 고문 방법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겠고요?

기자) 맞습니다. 3명의 원고 가운데 굴 라만은 지난 2002년 CIA 감옥에서 동사했기 때문에 그 가족이 대신해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고요. 탄자니아 출신의 술레이만 압둘라 살림과 리비아 국적의 모하메드 아흐메드 벤 사우드는 2003년 CIA 감옥에서 가혹한 실험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요. 두 사람 모두 현재 감옥에서 풀려난 상황입니다.

진행자) 소송의 피고인 심리학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공도 합의 성명에서 미첼 박사와 제슨 박사는 특정 수감자를 심문하기 위해서 강압적인 수단의 CIA 고문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은 인정했지만, 세 피해자의 고문은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 진행됐고,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며, 고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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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청소년 약물 남용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보고서가 나왔군요.

기자)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 결과, 청소년의 사망률이 2015년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약물로 인한 사망률이 수년간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는데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선 거죠. 마약과 약물 중독, 원래는 성인들 문제였습니다. 미국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와 펜타닐 또 헤로인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지는 성인의 숫자가 해마다 늘면서 약물 남용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죠.

진행자) 청소년의 약물 과다 복용 사망률이 갑자기 상승세를 보인 이유가 뭘까요?

기자) CDC는 왜 청소년 사망률이 높아졌는지, 또 앞으로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 여부는 확실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는 다만, 15살에서 19살 사이 청소년들의 약물 과다 복용 사망률이 지난 2014년엔 10만 명 당 3.1명이었지만 2015년엔 3.7명으로 늘었고, 대부분의 사망 사례가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사망 원인은 대체로 마약의 일종인 헤로인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청소년층에서의 약물로 인한 사망률이 늘긴 했지만, 사망자 수 자체는 성인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CDC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 약물 중독으로 사망하는 성인은 해마다 늘어서 2015년엔 사망자 수가 5만2천 명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약물 중독으로 숨지는 청소년의 수는 한해 700명에서 800명 수준인데요. 특히 2008년 이후 사망자가 줄기 시작해서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엔 10만 명 당 3명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진행자) 이 기간에 약물로 인한 청소년 사망률이 줄었던 이유는 뭐였을까요?

기자) 당시 통계를 보면 청소년의 약물 복용뿐 아니라 음주와 흡연 등 다른 문제 행동들 역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이 똑똑한 손전화기인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인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비행을 덜 저지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혹시 청소년의 성별에 따른 사망률 차이도 있었습니까?

기자) 네,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청소년의 3분의 2는 남자 청소년인데요. 지난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여자 청소년 사망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지만, 남자 청소년의 사망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청소년 사망률을 낮췄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결과를 보면 남, 녀 청소년 사망률이 모두 다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남학생의 경우 2014년 10만 명당 4명에서 2015년엔 4.6명으로 올랐고, 여학생은 같은 기간 2.2명에서 2.7명로 상승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오피오이드 위기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마약성 진통제 남용이 심각한 상황인데요. 결국엔 청소년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요?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8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름 휴가중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8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여름 휴가중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 대책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캘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

기자) 맞습니다. 일부 의료전문가들은 2015년에 약물로 인한 청소년 사망률이 증가한 이유를 펜타닐과 같은 오피오이드 성분의 마약성 진통제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데서 찾고 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CDC의 샐리 커틴 박사 역시 진통제가 더 강해질수록 약물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우려 속에 CDC는 지난해 오피오이드 처방 일수를 줄일 것을 권고했고요. 미국 내 일부 주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김현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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