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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행동수칙' 타결 전망...중국-인도 국경대치 가열


주말 동남아시아 순방 출국을 앞둔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2일 짐 매티스(왼쪽) 국방장관과 함께 워싱턴 의사당의 상원 외교위 비공개 회의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주말 동남아시아 순방 출국을 앞둔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 국무장관이 2일 짐 매티스(왼쪽) 국방장관과 함께 워싱턴 의사당의 상원 외교위 비공개 회의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합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내일(5일)부터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ASEAN) 외무장관 회의와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이 잇따라 열리는데요. 틸러슨 장관은 이 지역 일대 외교책임자들과 남중국해 분쟁, 이슬람 무장세력, 그리고 북한 문제 대책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어서, 두달 가까이 진행중인 중국과 인도의 국경대치 상황 짚어보고요, 최근 베트남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사정,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필리핀에서 중요한 회의가 연이어 진행되는군요?

기자) 네. 필리핀과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10개 나라의 모임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 보통 ‘아세안(ASEAN)’이라고 영문 약자로 줄여 부르죠, 아세안 외무장관회의가 내일(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막을 올리고요. 월요일(7일)부터 이틀 동안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이 이어집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로 향하는데요. CNN 방송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틸러슨 장관이 지역 현안에 대한 확실한 메시지를 동남아와 주변 국가들에게 전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세안’은 동남아 국가들의 모임인데, 미국 국무장관이 가는 이유는 뭐죠?

기자) 아세안 10개국 외무장관 말고도요,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외교부장, 한국의 강경화 외교장관 등 17개 나라 외교책임자들이 동참합니다. 국제정세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이 더 이상 지역 안에서만 논의할 수 있는 현안이 아니기 때문인데요. 당장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만 해도, 필리핀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을 상대로 분쟁을 겪고 있는 것 아닙니까?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아세안이 자체 진행하는 회의 본 일정과 별도로, ‘미국-아세안 외무장관회의’, ‘중국-아세안 외무장관회의’ 같은 식으로 주요국과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 일정이 병행됩니다.

진행자) 그럼 북한 외교책임자도 가나요?

기자) 네. 북한에서는 리용호 외무상이 회의에 참석합니다. 북한 외교수장이 미 국무장관과 한 회의장에 자리하게 되는 건데요.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한 직후라서, 이번 회의 일정에 외신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틸러슨 장관이 리 외무상을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
지난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가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

진행자)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와 이어질 지역안보 포럼, 어떤 의제가 탁자에 오르나요?

기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앞서 말씀드린 북한의 미사일 도발, 그리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이슬람 무장반군 문제가 세가지 주요 의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문제부터 짚어보죠. 이번에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요?

기자) 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 외무부는, 이번 외무장관 회의 일정 중에, 아세안 측과 중국 정부가 별도 회의를 열어 남중국해에서 충돌을 방지하고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행동수칙’을 선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남중국해 대부분에 해당하는 해역에 선을 그은, 이른바 ‘남해 9단선’을 기준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 바다에 접하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어왔는데요. 그만큼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졌습니다. 이런 충돌을 막기위해 구체적인 구속력을 가진 ‘행동수칙’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지역 외교가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남중국해 행동수칙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기자)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남중국해 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2년, ‘분쟁당사국 행동선언’이란 걸 만들었는데요. 충돌을 막자고만 합의했을 뿐, 어떻게 막을 지는 정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구속력을 가진 구체적인 충돌방지 약속을 맺기 위해 양측이 교섭을 시작했지만, 영유권에 대한 강한 주장이 부딪히면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로 지금까지 15년을 끌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협상이 급진전돼서, 중국과 남중국해 주변국가들 사이의 ‘핫라인(직통통신망)’ 개설을 골자로 한 행동수칙이 성사단계에 이른 겁니다.

진행자) 지지부진한 협상이 갑자기 진전된 계기가 있나요?

기자) 지난해 7월,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제소를 받아들여,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요. 이후 중국 정부가 ‘행동수칙’ 제정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남중국해 안정에 관여해야, 앞으로 관련 현안에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데요. 최근 중국은 자신들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의견은 무시하고, 남중국해 인접국가인 필리핀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측과 직접 교섭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중국은 이번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 내놓을 공동성명에도 남중국해 분쟁을 언급하는 것을 막도록 외교전을 진행해온 것으로 현지 언론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중국이 구축하고 있는 군사시설 위성사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에 중국이 구축하고 있는 군사시설 위성사진.

진행자) 미국 정부는 이걸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행동수칙’이 아직은 확정 발표된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 내놓지는 않았는데요. 수전 손튼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 직무대행은 틸러슨 장관이 이번 회의 일정 중,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계속 수호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대해서 인근 지역 국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말하는 ‘항행의 자유’란 뭔가요?

기자) 중국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인공섬을 만들고, 거기에 군사시설까지 만들고 있는 남중국해 ‘9단선’ 내부 해역이 실상 ‘공역’이고 ‘국제수로’이기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상설중재재판소(PCA)’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는데요. 중국은 판결을 무시하고 계속 군사시설을 짓고 있고요, 미국 정부는 해군 함정을 해당 해역에 파견해 지나도록 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와 지역안보포럼에서 논의될 또 다른 의제, 이슬람 무장세력 문제가 있죠?

기자) 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 일대의 섬 지역은 중앙정부의 통제가 미치기 어려운 ‘치안 사각지대’가 많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오래전부터 강경 이슬람 교리를 내세운 무장반군들이 준동해왔는데요. 이런 단체들이, 몇년전 중동에 자칭 ‘국가’를 선포한 ISIL에 충성 서약을 하거나 추종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필리핀에서는 최근 해당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준 전시 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는데요. 이 같은 동남아 일대 이슬람 무장반군 대처를 위한 미군의 지원을 확대하는 문제, 그리고 이 지역 반군과 ISIL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 등을 이번 폭넓게 논의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도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아세안 외무장관회의에서 발표할 공동성명 초안이 일부 언론에 공개됐는데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에 계속 중대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즉시 완전히 준수하라고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아세안 외무장관들은 또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차 표명"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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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국과 인도가 최근 국경에서 군사대치를 이어가고 있죠?

기자) 네. 티베트 고원이 자리잡은 히말라야 일대에서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은 지난 1962년 전쟁을 치른 뒤에도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6월 중순, 이 곳에서 도로공사 문제로 두 나라 군대가 충돌한 뒤 첨예한 군사적 대치가 두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지적인 전면전까지 예상하고 있는데요, 중국이 최근 인도를 상대로 국경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최후통첩’성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인도에 내놓은 경고,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중국 국방부는 어제(3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도로공사 충돌) 사건 발생 후 중국은 최대한 선의를 가지고 외교적 수단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힌 뒤 “고도의 자제를 유지했지만, 선의에도 원칙이 있고, 자제에는 최저선이 있다”며 해당지역 인도군 철수를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인도군이 진출한 곳이 중국 영토이기 때문에, 철군하지 않을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설명도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중국 외교부도 같은 요구를 했다고요?

기자) 네. 전날(2일) 중국 외교부는 ‘인도 변방부대의 중국 영토 진입에 관한 성명’을 통해 인도군 병력의 조속한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도로공사 때문에 군사적인 대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어떤 사정이죠?

기자) 지난 6월, 중국과 인도, 부탄 세나라 국경이 만나는 지역에 중국군 공병대가 도로 건설을 진행했습니다. 인도에서는 ‘도카라’, 중국에서는 ‘둥랑’이라고 부르며 서로 영향력을 주장하는 곳인데요. 부탄 정부가 도로공사에 항의하자, 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인도군이 출동했습니다. 이후 무장한 인도군과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수천명이 지금까지 현지에서 대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중국의 잇단 철군 요구에 인도의 반응은 어떤가요?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

기자) 인도 정부는 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면전은 피해야한다는 입장인데요. 어제(3일) 상원에 출석한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은,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하라는 의회 요청에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전쟁중에도 대화는 하는 것이고, 그럴 바에야 전쟁 말고 대화를 하는 게 낫다”며 양측이 대치상태 해소를 위해 외교적 접촉을 진행중임을 시사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최근 베트남의 경제가 다시 좋아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올해 초,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하면서 주춤했던 베트남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나라를 하나로 묶는 거대한 다자간 경제 공동체인데요. 베트남의 경우, 특히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TPP가 출범하면 일본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수혜국 가운데 하나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미국의 TPP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TPP의 존폐마저 위협을 받으면서 베트남의 경제도 주춤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어떻게 베트남의 경제가 다시 좋아지게 된 건가요? 동력이 뭐였습니까?

기자)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해왔다는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선거 공약의 하나로 TPP 탈퇴를 공약해왔기 때문에 TPP 탈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는데요. 베트남은 이후, 지난 2015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유럽국가들 쪽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진행자) 베트남이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적극적인 접촉을 해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제1 교역상대국인 중국에는 관광 문호를 더 활짝 열고 있는데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인은 22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인도의 한 회사가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일대에 230만 달러 규모의 화력발전소를 건설중이고요. 매년 8만 명이 넘는 인도인들이 베트남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베트남 당국자들은 이들이 처음에는 관광목적으로 베트남을 방문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투자를 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 베트남 항공사가 현재 인도와의 직항 개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베트남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는 어떻습니까?

기자) 직접 투자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전년 대비 9% 올라 거의 160억 달러에 달했는데요. 올해는 이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는 미국의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의 삼성전자, LG 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데요. 베트남의 값싼 노동력과 세금 혜택, 기간 시설 건설 등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들 외국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조건이 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베트남이 앞으로도 이런 경제 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기자) 그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약 6.2%였는데요.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의 경제는 이보다 더 성장해 6.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서는 향후 10년간 베트남의 성장률이 6%에서 6.5%대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는 아시아에서 월등히 좋은 성장률입니다. 베트남의 견고한 성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요인은 중산층이 튼튼하게 지탱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오는 2020년이면 베트남의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베트남 중산층의 대부분은 외국 수출업체나 지역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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