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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군수뇌 화상통화...중국 '경제회랑' 주변국 비판


존 리처드슨(왼쪽) 미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해군본부를 친선 방문, 우성리(오른쪽) 당시 사령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존 리처드슨(왼쪽) 미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의 인민해방군 해군본부를 친선 방문, 우성리(오른쪽) 당시 사령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해군 참모총장과 중국 해군 사령원이 화상통화를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행위 대응 협력을 논의하고, 양국간 군사적 교류를 넓히기로 했는데요. 미-중 해군 수뇌부간 대화 내용,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중국이 '경제회랑' 사업으로 파키스탄과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 함께 짚어보고요, 이어서, 파키스탄 이웃나라 인도에서 ‘불가촉 천민’ 출신 대통령이 당선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의 해군 수뇌부가 화상 통화를 했다고요?

기자) 네. 존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과 선진룽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사령관)이 어제(20일), 통신망을 연결해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화상통화를 실시했습니다. 두 사람은 북한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간의 군사적 관계 현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선진룽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
선진룽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사령원

진행자) 두 나라 최고 군사당국자들이 통화하는 게 흔치는 않은 일인데,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 지 살펴보죠.

기자) 리처드슨 미 해군 참모총장이 먼저, 북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을 중단시키는데 중국이 군사적 역할을 해달라고, 선진룽 중국 해군 사령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로이터통신이 전했는데요. 미 해군은 성명을 통해, “리처드슨 총장이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도발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로 규정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중국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중국군의 특별한 역할, 무얼 말하는 건가요?

기자) 한시간 넘게 이어진 영상통화에서, 리처드슨 미 해군 총장이 중국 해군에 요구한 ‘특별한 역할’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리처드슨 총장은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해 “함께 일해나가자”고 선 사령원에게 말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 도발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면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 해군 함정이 한반도 인근에 진출했는데요. 앞으로는 미-중 양국 해군이 한반도 일대에서 협동 작전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군사전문매체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쪽에서는 통화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나요?

기자) 오늘(21일)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가 미-중 해군 수뇌부의 화상통화를 비중있게 보도했는데요, 북한에 대해 오간 대화 내용은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리처드슨 미 해군 총장이 다음달 1일로 다가온 중국군 창군 90주년을 축하했다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선진룽 사령원이 "(미국과의) 해군 관계 강화는 두 나라 정상의 공통 인식을 관철하는 중요한 조치”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공감대가 있음을 시사하고, 이는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 것으로 소개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중국군이 미군과 역내 안정을 위한 포괄적인 협력에 동의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렇잖아도, 최근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 미 해군과 중국 해군이 충돌할 뻔한 일들이 몇 차례 있었죠?

기자) 맞습니다. 중국이 끊임없이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웃나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는 미 해군 함정이 중국 인공섬 주변을 통과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이달 초 미 해군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스테섬’함이 트리톤섬(중국명 중젠다오) 인근에 기동했을 때, 중국군은 미사일 호위함인 ‘뤄양’함과 ‘쑤첸’함, 소해함 ‘타이산’함과 함께 ‘젠-11B’ 전투기 2대를 현장에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는데요. 지난주에는 홍콩반환 20주년 행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국 ‘랴오닝’ 항공모함 전단이 타이완해협 인근을 지날 무렵,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 해당해역에 진출해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해군이 아시아 밖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요?

진행자) 그렇습니다. 중국 인민해방군 남해함대 소속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 ‘창사’함 전단이, 북해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 ‘옌청’함과 함께 오늘(21일) 북유럽 복판에 있는 발트해에 진출했는데요. 이달 말까지 러시아 해군과 함께, 실전을 가정한 기동 훈련인 ‘워 게임(war game)’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신문망은 "인민해방군 역사상 첫번째 사례"라면서, 이 같은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요. 발트해는 미국이 주도하는 유럽지역안보협력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 나토)의 역점 방위지역이어서, 미군 당국은 이곳에서 중국군과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이 진행한 워게임 현장.
지난 2013년 발트해에서 러시아 해군이 진행한 워게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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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최근 몇 년 새 중국과 파키스탄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으로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양새인데요. 중국이 파키스탄과의 경제협력 진척 과정에 큰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이라는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CPEC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대외경제정책인 '일대일로' 구상의 가장 중요하고 비중있는 사업인데요. 중국 정부는 CPEC가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서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조기 수확'의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4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직후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있다. 왼쪽은 누르칸 공군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영접하고 있는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
시진핑(왼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5년 4월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직후 주민들의 환영을 받고있다. 왼쪽은 누르칸 공군기지에서 시 주석을 직접 영접하고 있는 맘눈 후세인 파키스탄 대통령.

진행자)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회랑 사업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기자) 네, 지난 2015년 시진핑 주석이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9년 만에 처음 파키스탄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제시된 건데요. 중국 서북부 신장 위구르 자치구 도시인 카스에서부터 파키스탄 남부 아라비아 해상의 과다르 항까지 3천km 길이의 도로와 철도, 송유관, 광섬유 케이블 등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중국은 이를 위해 6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여러 양해각서를 체결했는데요. 최근 자오리젠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리대사는 이 중 190억 달러 규모, 19개 사업이 현재 완료됐거나 또는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중국과 파키스탄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경제회랑을 구축하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중국과 파키스탄 정부는 양국 간 경제회랑은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역설하는데요. 파키스탄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을 연결하는 길목에 있습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이른바 새로운 '실크로드'를 확보해 국제 무역로를 단축할 수 있게 되는데요. 특히 중국은 파키스탄과 합작으로 건설 중인 과다르 항을 40년간 장기 임차하기로 해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시장까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파키스탄은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기자) 파키스탄 정부는 CPEC 사업에 따른 사회 기간시설 구축이 일자리 창출과 빈곤 퇴치 등 경제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이웃한 경쟁국인 인도에 비해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이 많이 뒤처지고 있는데요. 중국과의 경제회랑을 통해 중국과 아시아, 중동을 잇는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웃 국가 인도는 이런 움직임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인도는 CPEC가 영유권 분쟁 지역인 히말라야 인근 카슈미르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안보상의 우려가 있다며 경제회랑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데요. 테미나 잔주아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인도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파키스탄이 공동으로 건설 중인 과다르 항은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지역에 있는데요. 최근 CPEC 건설 노동자들이 공격을 당해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파키스탄은 사건의 배후로 인도 정보 당국을 의심하며, 중국의 투자를 막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했는데요. 인도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파키스탄 안에서도 CPEC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CPEC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실행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고요. 또 중국이 파키스탄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자칫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이런 비판이나 의혹에 대해 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양국의 관리들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근거가 없다며 일축하고 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대리대사는 "여러 비판과 잡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CPEC는 더이상 이런 잡음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고 강조했고요. 테미나 잔주아 파키스탄 외무장관도 "중국과 파키스탄은 CPEC가 합의된 일정 안에 성과를 이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면서, "CPEC에 대한 어떠한 위협에도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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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인도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군요?

기자) 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어제(20일)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람 나트 코빈드 후보가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의 메이라 쿠마르 후보를 제치고 65.6% 득표율로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나라여서, 총리가 정부의 실권을 가지는데요. 대통령은 명목상의 국가원수로서 의전적인 역할만 수행하지만, 헌법상 군 최고 통수권자이고, 게다가 사면권과 법률안 거부권 등을 행사할 수 있어서 국내 정치와 주요 외교사안에 고비 때마다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람 나트 코빈드 인도국민당(BJP) 대통령 후보가 지난 15일 서부도시 아마다바드에서 유세하고 있다.
람 나트 코빈드 인도국민당(BJP) 대통령 후보가 지난 15일 서부도시 아마다바드에서 유세하고 있다.

진행자) 그런데, 새 인도 대통령의 출신 배경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과거 한반도에서 양반과 천민을 차별하지 않았습니까? 인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카스트’라는 신분 제도가 운영됐는데요. 근대화 이후 폐지됐지만 여전히 사회적 관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성직자 계급인 ‘브라만’, 군인과 통치자 계급인 ‘크샤트리아’, 상인계급 ‘바이샤’와 천민계급 ‘수드라’로 나눠지는데요. 여기에도 못 드는 최하층, 불결해서 접촉하면 안된다는 뜻인 ‘불가촉 천민’으로 통하는 ‘달리트’ 계급이 바로, 코빈드 인도 대통령 당선인의 출신 배경입니다.

진행자) 최하층민이 대통령이 된 것, 그야말로 흔치 않은 사건이겠군요?

기자) 인도에서 요즘은 '하리잔'이라고 부르는 ‘불가촉 천민’, 달리트 출신이 대통령이 된 게 처음은 아니지만, 말씀하신 대로 흔치 않은 일입니다. 1997년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 이후 20년 만의 사건인데요. 소수계층이 주류의 중심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인도사회에 미칠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하층민이 대통령이 된 의미, 현지에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이번 경우와 같이 사회적 하층민 말고도,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에서 종교적 소수인 이슬람교도, 그리고 성 차별이 여전한 상황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돼 사회통합을 상징하는 일이 이어져왔다고 영국신문 텔레그래프가 전했는데요. 그동안 이슬람교도 대통령이 두 차례 선출됐고요, 여성으로는 지난 2007년 프라티바 파틸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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