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남부의 심장' 앨라배마주


앨라배마주 포트페인의 면 가공 공장 관계자가 생산 라인을 살피고 있다.
앨라배마주 포트페인의 면 가공 공장 관계자가 생산 라인을 살피고 있다.

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남부의 심장'으로 불리는 앨라배마주로 갑니다.

'남부의 심장' 앨라배마주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10:01 0:00

안녕하세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박영서입니다. 그 옛날 한반도는 목화를 재배하기 전에는 고관대작, 부자들은 주로 견,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입었고요. 가난한 백성들은 베옷을 주로 입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목화 덕분에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됐다고 해요. 미국도 아주 오래 전부터 목화를 재배해왔는데요.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 주는 미국에서 목화 생산지로 아주 유명한 곳입니다. 미국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코튼 스테이트(Cotton State), 면(綿)의 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앨라배마 주로 가보겠습니다.

미국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앨라배마 주는 면적이 13만6천km²로, 남한이나 북한보다는 좀 더 큰 곳입니다. 앨라배마 주는 앞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목화 재배지로 워낙 유명해 '코튼 스테이트'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요. 이 별명 말고도 'Heart of Dixie', '딕시의 심장'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습니다. Dixie의 심장이라니 딕시가 사람 이름인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실 텐데요. 'Heart of Dixie'라는 별명은 앨라배마의 지리적 위치와 관계가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미국의 남부 지방, 그러니까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조지아 같은 남부 여러 주들을 통틀어서 '딕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앨라배마 주는 이들 남부 주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런 별명을 갖게 됐다고 해요.

앨라배마는 사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는데요. 앨라배마 주 역사기록보관소의 웨슬리 거만 교육관은 앨라배마는 북쪽에는 산이 있고, 남쪽에는 바다가 있어서 미국의 내륙지방에서는 좀처럼 경험해 볼 수 없는 좋은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자랑하네요. 직접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웨슬리 거만 앨라배마 주 역사기록보관소 교육관] "앨라배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북미주에서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산들이 앨라배마 주에도 많이 있습니다. 애팔래치안 산맥이 앨라배마 중부까지 뻗어 있거든요. 또 멕시코 만에 인접한 남쪽으로 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집니다."

그런데요. 사실 미국인들도 앨라배마 하면 남부의 내륙지방이라고 생각해 앨라배마에 이런 바다나 해변 구경을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제법 많습니다. 앨라배마 주 관광국 브라이언 존스 홍보국장의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브라이언 존스 앨라배마 주 관광국 홍보국장]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멕시코 만을 만납니다. 오렌지 비치, 다우핀 아일랜드 같은 아름다운 해변들이 있습니다. 앨라배마 모래는 설탕 같아서 사람들이 설탕 모래라고 부르죠. 정말 멋진 풍경입니다. 맛있고 신선한 해산물도 풍부하고요. 앨라배마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곳입니다.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산이 나타나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앨라배마에서 13년째 살고 있다는 앨라배마 몽고메리 한인회 사무장 김수잔 씨는 그래서 여름 휴가철이면 앨라배마 주민들은 남쪽을 많이들 찾는다고 소개하네요.

[녹취: 김수잔 씨] "휴가철이나 바다를 많이 가요. 가족들끼리... 남쪽으로 많이 내려가는 편인데요. 두세 시간 내려가면 낚시도 많이 하고 휴가철에 계시다가 지내고 오시죠. 저도 남편이 워낙 낚시 좋아해 따라가는데요. 낚시를 하다 보면 먼 발치 하얀 산처럼 보이면서 모래로 둘러싸인 산들이 있어요. 멀리서 보면 하얀 눈덮힌 산처럼 모래산이에요. 네. 모래도 너무 좋고 물도 깨끗하고요."

앨라배마의 날씨는 어떤지 브라이언 존스 앨라배마 관광청 홍보국장에게 한번 물어봤는데요.

[녹취: 브라이언 존스 앨라배마 관광청 홍보국장] "앨라배마는 일 년 내내 비교적 따뜻한 곳입니다. 겨울에도 많이 춥지 않죠. 기본적으로 앨라배마는 남부 깊숙이 아래쪽에 있는 주거든요. 가끔 폭설이 내리는 곳도 있긴 하지만 드물죠. 그리고 토양이 아주 좋습니다. 농업에 중요한 조건들이 잘 갖춰져 있죠. 그래서 목화 산업도 아주 잘 되고요, 옥수수, 콩 같은 작물도 아주 잘 됩니다. 나무도 아주 잘 자라서 목재 산업도 매우 성행하고 있죠."

하지만 한여름에는 섭씨 37도를 넘나드는 무더운 날씨라고 하는데요. 다행히 습도가 높지 않아서 후덥지근한 날씨는 아니라고 합니다. 김수잔 씨 도움말입니다.

[녹취: 김수잔 씨] "앨라배마 날씨는 한여름 100도를 넘나들고 바람이 잦은 편이 아니고요. 토네이도가 올라오는 경우 있지만 바람이 세게 불지는 않고, 습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요. 산이라기보다는 들판에 가까운데 그래도 나무가 있으면 산이라고 하니까, 나무 밑에 들어가면 선선하고...북쪽 버밍햄은 산 지대가 있어요.한여름 햇빛 따가울 정도로 덥긴 한데 견딜 만 하고요. 추운 지방에 사시던 분들이 은퇴하고 따뜻한 곳을 찾다가 살만한 곳인가 해서 문의하기도 합니다. "

앨라배마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490만 명 정도고요. 백인이 약 70%, 흑인이 27%, 아시안이 1.5%가량 됩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서는 흑인의 비율이 높은 주에 속한 편인데요. 이들의 상당수는 그 옛날 목화밭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이라고 합니다. 앨라배마의 목화 산업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웨슬리 거만 앨라배마 주 역사기록보관소 교육관의 도움말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웨슬리 거만 앨라배마 주 역사기록보관소 교육관] "목화 산업은 앨라배마의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습니다. 1850년대까지 미국 전체 생산량의 4분의 1가량이 앨라배마에서 생산됐죠. 앨라배마에서 수확된 좋은 품질의 목화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도 수출됐는데요, 기록을 보면 1821년 한 해 동안 앨라배마가 목화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이 3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당시 화폐 가치로 볼 때 이건 어마어마한 수입이었죠. 목화는 앨라배마의 경제뿐만 아니라 역사,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친 매우 중요한 작물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목화밭이 많이 사라졌다고들 합니다. 앨라배마타임스 편집장 안정란 씨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가끔 변두리 나가면요, 목화밭 있어요. 그건 농민들이 짓는 것이고 옛날에는 노예들이 짓는 거였잖아요, 그 주위, 이제 관광지로 변했고, 주재원들 오면 골프 많이 즐겨요. 자동차 공장 단지도 생겼고요."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앨라배마 주는 미국의 역사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한 위대한 사건이 있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부터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흑인들에게는 투표권이 없었는데요. 1965년 3월 7일 수백 명의 흑인들이 흑인들도 투표할 권리를 달라며 앨라배마의 작은 동네인 셀마라는 곳부터 앨라배마의 주도인 몽고메리 시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인 겁니다. 하지만 당시 앨라배마 주 경찰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이들을 무력 진압했는데요. 이런 모습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미국민이 함께 분노했습니다. 결국 그로부터 몇 달 후, 린든 존슨 대통령이 흑인의 참정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투표권법에 서명했고요. 흑인들도 참정권을 갖게 된 거죠.

지난 1965년 3월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하던 흑인 시민들을 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지난 1965년 3월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행진하던 흑인 시민들을 주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제니 스마일리 씨는 당시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에서 흑인들에게 투표가 처음 허락됐을 때 참가했던 흑인 여성들 가운데 한 명인데요.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해주네요.

[녹취: 제니 스마일리 씨] "수많은 사람들이 몽고메리 시와 인근 지역에서 몰려나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에 들어가 투표하는 걸 정말 두려워했어요. 하지만 우리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용기를 냈고 투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서 투표를 하라고 용기를 줬습니다. "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위대한 역사의 한 순간은 이렇게 앨라배마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시간이 다 됐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앨라배마에 진출한 한국의 기업들과 한인들 이야기 들려드리겠고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