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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미국인 3명...과거 억류자 “고압적 태도에 심리적 압박 상당”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가 지난해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가 지난해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북한에는 아직도 3명의 미국인들이 억류돼 있습니다. 과거 북한 당국에 억류됐던 유나 리 씨는 당시 심리적 압박이 상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재 북한이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은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 씨 등 모두 3명입니다.

이들은 모두 한국계로, 김동철 씨는 지난 2015년 10월, 김상덕 씨와 김학송 씨는 각각 4월22일과 지난달 6일 평양에서 북한 당국에 체포됐습니다.

목사인 김동철 씨에게는 국가전복음모와 간첩 혐의가, 평양과학 기술대학교에서 근무했던 김상덕 씨와 김학송 씨에게는 반공화국 적대 혐의 등이 적용됐습니다. 이들 중 김동철 씨는 지난해 4월 10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입니다.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은 영사 접견이 제한되고,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수감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김동철 씨는 북한에 억류된 지 20개월이 넘었지만 최근까지 미국 정부를 대신해 영사 접견을 하고 있는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측과 접촉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혼수 상태로 지난 1년 간 병상에 누워있던 오토 웜비어 씨와는 달리, 현재로선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웜비어 씨의 석방을 이끌어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13일 평양 방문 중 이들 3명을 면담했습니다. 조셉 윤 특별대표는 이들의 건강 상태가 모두 양호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남은 미국인들의 석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웜비어 씨의 석방을 발표하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3명의 미국인 억류자 문제를 놓고 북한과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9년 북한에 억류됐던 유나 리 씨는 15일 ‘VOA’에 당시 참혹했던 억류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가장 힘든 점은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죠. 12년 노동교화소로 가는 형을 받았을 때는 ‘과연 내가 북한에서 이런 상황을 12년 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건강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약해지니까…”

지난 2009년 8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유나 리 씨와 로라 링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후 마중나온 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다.
지난 2009년 8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유나 리 씨와 로라 링 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후 마중나온 가족들과 포옹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VOA’ 에 근무 중인 유나 리 씨는 5개월 억류 기간 동안 가족과의 연락이 단절된 것은 물론, 감시자들과의 짧은 대화 외에 아무와도 말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사관들이 원하는 답변을 듣기 위해 고압적인 태도와 폭력을 행사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이 컸다고 밝혔습니다.

유나 리 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은 모두 13명입니다.

특히 지난 2014년 풀려난 케네스 배 씨의 경우, 억류 외국인 중 가장 긴 735일을 북한 측에 붙들려 있었습니다.

반공화국 적대범죄 행위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던 배 씨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특사로 파견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의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9년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로버트 박 씨는 억류 당시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1996년 억류됐던 에반 헌지커 씨는 풀려난 지 한 달도 안 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혼수 상태에 빠진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 측으로부터 폭행 등 가혹 행위를 당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나 리 씨는 자신은 억류 중 폭력이나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저한테 항상 물을 끓여 먹으라고 그랬어요. 그런 게 신기하더라고요. 박테리아 때문에 아플까 봐 항상 물을 끓여 먹으라고 해서, ‘내가 아프면 안 되나 보다, 이 사람들한테’라고 생각했죠. 아프면 굉장히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억류자들을 일종의 ‘인질’로 활용하면서, 미국 등과의 정치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한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지난 4월 ‘VOA’에, “북한 정권은 미국으로부터 인질의 몸값에 해당하는 정책 변화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민간인을 억류하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시간끌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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