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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화가의 북한그림 전시회가 열립니다. ‘채하나: 자아를 찾아서’ 전시회 소식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2살 때 실종된 어머니. 어머니를 잃고 어둡고 우울한 사춘기를 지낸 20대 한국계 미국인 채하나 작가.

미 하와이주 호놀룰루에서 나고 자란 한인 3세 여성화가 채하나 씨는 현재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활동하는 촉망 받는 신예 작가입니다.

채 작가는 샌프란시스코 예술아카데미에서 미술학사를 받은 후 개인전과 단체전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채 작가의 작품들은 어릴 때 실종된 어머니를 찾고,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 속에 꾸준히 등장하는 어머니 혹은 작가 자신의 모습은 그런 오랜 여정을 지나는 동안 작가로서 느끼는 혼란과 아픔 등 번민을 보여줍니다.

‘1991’이라고 적힌 ‘샌프란시스코’라는 제목의 그림 속에는 작가가 기억하는 어머니에 대한 행복한 기억이 담겼지만 그림 전체에 무겁게 깔려있는 짙은 회색도시는 작가의 우울한 심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채하나 작가의 작품 ‘북한으로부터의 탈출’
채하나 작가의 작품 ‘북한으로부터의 탈출’

그러나 채 작가의 이번 전시회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제의 그림들이 소개돼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채하나: 자아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총 17점이 소개되는데요, 5점이 북한 관련 작품입니다.

2017년작인 ‘한’, ‘북한으로부터의 탈출’, ‘박연미, ‘고요한 아침의 나라’ 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채 작가의 작품입니다.

‘북한으로부터의 탈출’이란 제목의 그림은 북한 보위부에 의해 체포되는 엄마와, 엄마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소녀를 담았습니다.

그림 속에는 ‘거센 풍랑의 바다’, ‘거대한 물고기들’, ‘얼굴이 가려진 김 씨 부자의 동상’, 그리고 ‘붉은 태양’과 ‘인민의 얼굴’ 등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탈북자들이 처해 있는 위험하고 어려운 상황을 관객들에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채 작가는 탈북을 시도하다 잡힌 북한 주민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았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채하나] “I’ve started to find something about North Korea, and I found the photo..”

채하나 작가의 작품 ‘북한사람들의 한’
채하나 작가의 작품 ‘북한사람들의 한’

채 작가의 북한그림 가운데 북한 주민의 고통이 가장 잘 표현된 것은 ‘한-북한 사람들’이란 제목의 작품입니다.

피로 물든 채 절규하는 얼굴들이 화면의 절반으로, 십 여 개의 얼굴들 위로는 뾰족한 이빨을 드러낸 거대한 도깨비 형상이 등장합니다.

매우 끔찍하고 붉은 빛이 강렬한 이 그림은 채 작가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 북한 주민들이 보인 고통스런 절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채하나] “I haven’t seen that kind of face before, I felt their HAN..”

사람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지도자의 죽음을 마치 신이 죽은 듯 받아들이며 통곡하는 모습은 북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한처럼 느껴졌다는 설명입니다.

탈북자 박연미 씨의 초상화는 곱게 한복을 입고 자신의 경험을 눈물로 증언하는 탈북 소녀의 모습에 감동을 받아 그렸다고 채 작가는 말했습니다.

채 작가는 아직 탈북자들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박연미 씨 등 탈북자들을 만나면 안아주고 격려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화려한 색채와 한 가지 주제를 표현하는 다양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채 작가의 북한그림은 지금까지의 탈북 화가들의 작품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릅니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휴스턴 한인회관의 국지수 예술감독 입니다.

[녹취: 국지수] “우리가 봐왔던 북한에 대한 주제로 한 작품, 탈북 화가들의 작품과 굉장히 다르다고 느꼈어요, 작가가 굉장히 신예 작가잖아요. 자기만의 색깔이 독특한 분인 거 같아요.”

작가의 이런 이색적인 화풍은 그의 정체성 탐구 과정에서 형성됐습니다. 채 작가는 북한에 가족을 둔 할머니의 손에 키워진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한국이란 나라를 배웠고, 동시에 북한에 대해 처음 접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채 작가는 한국의 전통민화에 매료됐고, 민화의 화려한 색채와 기법을 자신의 작품들에 접목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민화’는 조선시대 후기에 등장한 서민예술로 보통 단순감상과 복을 빌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고, 형식에 구애 받지 않았던 채색화를 말합니다.

국지수 예술감독은 채하나 작가의 ‘한-북한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예로 들며, 이런 민화적 화풍이 메시지 전달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국지수] “작가가 그걸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작품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한이라는 작품에서 느껴지는 어떤 민족적인 아픔이나 한 맺힌 인권 상황이 굉장히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채 작가는 25일 열리는 휴스턴에서의 첫 전시회를 앞두고 이런 그림들이 나오기까지 매우 의미 있는 여정을 거쳤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어머니를 주제로 연 전시회를 통해 치유를 경험했고, 이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채 작가는 자신이 오랜 여정 끝에 치유를 경험한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열악한 인권 상황에서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며, 자신과 북한 주민은 한 뿌리에서 나왔고 같은 정체성을 가졌다고 말했습니다.

채 작가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작품에 담은 이번 전시회 수익금 일부를 미국 내 탈북자지원단체 링크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생생 라디오 매거진 장양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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