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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 사드 배치 놓고 찬반 극명하게 갈려


지난달 29일 한국 서울의 미국대사관 주변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달 29일 한국 서울의 미국대사관 주변에서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번 한국 대선의 핵심적인 안보 쟁점 가운데 하나는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입니다.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사드 배치를 놓고 날카롭게 맞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과 한국은 지난해 7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를 한국에 배치키로 합의하고 이후 경상북도 성주 지역으로 부지 선정까지 마쳤습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는 한국의 19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내내 후보들의 외교안보 분야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에 타당한 방어무기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온 데다 중국이 사드 배치가 자국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며 한국에 경제 보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 당 후보들은 진보와 보수 성향에 따라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과 반대, 그리고 차기 정부 재검토 등 다양한 입장들로 맞섰습니다.

1일 한국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1일 한국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에 사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이런 입장 차는 지난달 25일 밤부터 26일 새벽 사이 주한미군이 사드 핵심 장비를 성주지역에 전격 배치한 데 대한 반응에서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한국에 배치된 사드가 조만간 작동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국 내에선 사드 배치 전 환경영향평가 등 밟아야 할 법정 절차가 무시됐다며 반발 여론이 커졌고 장비 배치 과정에서 반대 시위를 하던 성주 주민들이 부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후보들은 이 문제로 TV토론 등 선거운동 과정에서 날카롭게 대립했습니다.

대선 기간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진보 성향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 후 새 정부에서 사드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 정부가 북 핵 폐기를 위해 사드 배치 문제를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문재인 후보 / 더불어민주당] “이렇게 대선을 앞두고 지금 정부에서 이렇게 무리하게 강행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드 반대 입장이었다가 4월 한반도 위기설이 대두되자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성주 지역 전격 배치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 자체는 찬성한다며 다만 미-한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안철수 후보 / 국민의당] “사드 배치는 한-미 간 합의에 의해서 이행돼야 합니다. 필요한 환경영향평가 같은 절차를 생략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한 목소리로 환영했습니다.

유승민 후보는 대선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사드 조기 배치는 물론 추가 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유승민 후보 / 바른정당] “대통령 선거 전에 사드가 배치되는 게 오히려 국론 분열을 막는 길이다.”

후보들 간 사드 논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일부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돌출 발언으로 또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반발 여론이 커지자 사드 비용 분담 문제는 미-한 두 나라 간에 이미 합의된 사안이고 사드 배치 비용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국이 부담하도록 돼 있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사드는 미군 자산으로,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한국 측이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한다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 국회의 비준 절차가 필요하다며 한층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녹취: 문재인 후보 / 더불어민주당] “그 때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것은 그 전 정부 이야기입니다. 지금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10억 불을 요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아무리 한-미 간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내적으론 헌법이 정한대로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되는 것이죠.”

사드 찬성 입장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비용 언급을 정상회담을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홍준표 / 자유한국당] “대통령이 되면 제일 먼저 칼빈슨 호 함상에서 한-미 정상회담 하겠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 한미 FTA 문제 모두 같이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배치에 10억불 내라고 하는 것은 좌파정부가 들어오면 이제 ‘코리아 패싱’을 하겠다는 그 뜻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방위비 분담금의 한국 측 부담을 늘리려는 협상전략 차원의 발언으로 보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사드를 미국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 이규창 박사는 분단 상황에 있는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안보 이슈는 늘 주요 쟁점이었다며, 그러나 보수 성향 표심과 진보 성향 표심이 이미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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