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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새긴 대통령들의 얼굴' 러시모어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 산에 있는 대통령들의 거대한 얼굴상.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사우스다코다주 러시모어 산에 있는 대통령들의 거대한 얼굴상.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즈벨트,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곳곳의 멋과 정취, 문화와 풍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을 찾아보는 '타박타박 미국여행'입니다. 오늘은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러시모어 산으로 안내합니다.

안녕하세요? 박영서입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유명한 사람의 동상 한 두개 없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산을 통째로 깎아 동상을 새긴 경우는 드물죠. 중국 쓰촨성에 있는 러산 대불, 낙산 대불이라고도 하죠? 이 불상이 암벽을 깎아 만들었는데, 얼마나 큰지 발등상에 사람 100명이 앉을 정도라고 합니다.

미국에도 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조각상이 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부처, 불상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존경하는 대통령들의 얼굴을 새겨놓았는데요. 미국을 소개하는 책자 겉표지를 보면 대개는 백악관이나 뉴욕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사진이 있는데요. 이들 대통령의 조각상이 새겨진 사진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미국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는 소리인데요.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타박 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러시모어 산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산을 깎아 대통령들의 얼굴을 새기다' 러시모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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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해드릴 러시모어 산은 미국 중서부 사우스 다코다 주의 블랙힐스(Black Hills)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러시모아 산에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요.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머리에서 턱까지의 길이가 무려 18m라고 합니다. 18m면 보통 6층짜리 건물 높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코 길이가 6m, 눈 크기가 3m라고 하니까 얼마나 큰지 좀 상상할 수 있겠죠? 더구나 이런 엄청나게 거대한 조각상이 한 둘도 아니고 네개나 산봉우리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바위산을 깎아서 말이죠. 말이 산을 깎아 만들었다지만 참 정교해, 마치 대통령들의 초상화를 보는 것만 같기도 합니다.

한 초등학생에게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4명의 대통령....누구 누군지 한번 물어봤는데요.

[녹취: 초등학생] "Washington and Abraham Lincoln....I don't know other ones..."

네, 조지 워싱턴 대통령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쉽게 말하는데요. 하지만 나머지 2명의 이름은 금방 대답을 하지 못하네요.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 러시모어 산을 잘 압니다. 역사 시간을 통해, 또는 한번쯤 방문하는 관광명소 중의 하나기 때문인데요. 블래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의 도움말을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블래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러시모어 산의 대통령 조각상들은 1927년부터 1941년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조지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미국을 빛낸 4명의 대통령들을 새겨놓았습니다. 러시모어 산 자체도 해발 5천725피트, 약 1750 m 높이죠. 그래서 산봉우리에 새겨놓은 대통령 조각상들은 멀리 100km 밖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모습입니다."

네, 1927년부터 1941년까지...무려 14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얘긴데요.

그런데 이 다소 황당해 보이기도 하고, 무모해 보이기도 한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녹취: 블래인 커트마이어 러시모어 국립공원 교육 담당관] "조각가 거천 보글럼(John Gutzon Borglum)이 책임자였습니다. 400명의 남녀 인원이 동원되서 이 조각상을 만들었습니다.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려서 산을 폭파하고 사람들이 줄에 매달려서 못과 망치로 조각을 했죠. 당시는 산을 깎는 어떤 기술이 발달되기도 전이었죠. 임금도 낮았고 위험 부담도 컸지만 인부들은 국가 사업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에 차 열의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사람들의 의지가 성공시킨 위대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사우스 다코타 주의 역사학자인 '도안 로빈슨'이라는 사람이 사우스 다코다 주의 관광 산업을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조각가 보글럼에게 작업을 의뢰했다고 해요. 로빈슨은 그 주인공들로 미국 서부 개척사의 영웅들인 루이스와 클라크 등을 새기면 어떨까 제안했는데요. 하지만 보글럼은 미국의 이상을 나타내고 미국민 모두에게 의미를 부여할 좀 더 보편적인 인물들이면 좋겠다고 해서 4명의 대통령을 뽑았다고 합니다.

덴만크에서 미국에 이민온 이민 2세인 보글럼은 미국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요. "미국은 믿어지지 않는 나라다. 기적이 일어날 뿐만아니라 그 기적이 항상 일어나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라는 신념을 갖고,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는데요. 어떤 미국 사람들은 이걸 보고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과 애국심을 저절로 갖게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글럼은 안타깝게도 1941년 3월, 완성 직전, 마무리를 보지 못하고 사망했고요. 그의 아들인 링컨 보글럼(Lincoln Borglum)이 대를 이어 작업을 끝냈는데요. 사실 원래 계획은 각 대통령들을 머리부터 가슴까지...손과 옷까지 만들 생각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그해 10월 모든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타박타박 미국 여행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국의 나다니엘 호손이라는 아주 유명한 소설가가 쓴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인데요. 어느 산골 마을에 어니스트라는 한 소년이 살았습니다.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바위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큰 인물이 될 거라는 마을의 전설을 듣습니다. 어니스트는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틈만 나면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도 진실되고 겸손하게 살아가죠.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자도 만나고 장군도 만나고, 정치가, 시인도 만나지만 모두 어니스트가 생각했던 사람들은 아니었는데요. 그러던 어느날, 어니스트를 보고 있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 그 큰 바위 얼굴이라고 소리칩니다. 늘 자신이 동경하던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을 성찰하고 진실되고 겸손하게 살아갔더니 언젠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꿈꾸던 바로 그 모습이 되어 있더라는 꽤나 유명한 소설인데요.

나다니엘 호손이 이 소설을 발표한 게 1850년이고, 러시모어 산의 조각이 마무리된 게 1941년이긴 한데요. 하지만 호손이 러시모어 산의 조각상들에 영감을 얻었는지, 아무 관계가 없는지 알려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큰 바위 얼굴...하면 대부분 바로 러시모어 산의 조각상들을 떠올리게 되죠. 또 실제로 큰 바위 얼굴에 새겨진 대통령들은 미국을 빛낸 위대한 대통령들로 선정된 인물들이기도 하고요.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미국인 인터뷰] "모든 사람과 조화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을 선출한 사람들을 잘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단 현명해야 겠고요. 온화하고 또 관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굳이 말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러시모어 조각상 작업이 시작됐을 때가 1927년...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31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앞에 30 명의 대통령들은 있었다는 소리인데요. 그런데 그들 중 왜 이 4명이 선정된 걸까요?

러시모어 산 조각상의 제일 왼쪽, 제일 먼저 보이는 사람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민주주의의 서장을 열었던 초대 대통령으로 맨 먼저 조각상의 주인공으로 선택됐습니다.

그 옆에는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작성하고, 중부의 광활한 '루이지애나 영토'를 프랑스로부터 사들인 3대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쓸모없는 땅을 산다는 비난도 적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이 루이지애나 영토를 구입함으로써 서부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죠. 제퍼슨 대통령은 그러니까 오늘날 광대한 미국의 지형이 가능하도록 밑그림을 그린 대통령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세번째가 26대 시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인데요. 당시로서는 너무 최근의 인물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약한 공로와 미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결국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네번째 인물이 바로 흑인 노예해방을 선포한 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나이 마흔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요. 사실 링컨도 결코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던 걸로 유명합니다. 아동문학작가 최효섭 선생은 링컨의 얼굴을 이렇게 설명하는데요.

[녹취: 최효섭 아동문학작가] "아주 특색있는 얼굴이죠. 고집스럽고, 강한 인상을 주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인자하고, 다른 사람과 쉽게 사귈 수 있는 우정이 얼굴에 새겨져 있는 특색있는 얼굴이라고 생각됩니다. "

어쨌거나 링컨도 표준적 기준에서 볼 때 잘 생긴 외모가 아니었던 건 분명한데요. 그런 링컨이 왜 갑자기 외모 이야기를 했을까요? 사람이 살면서 어떤 표정을 지었느냐에 따라 나이 마흔 정도가 되면 자기만의 인상으로 고착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마흔 즈음의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직업, 습관 심지어 삶의 수준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 듣다 문득 거울을 보고 싶으신 분들도 계실듯 하네요.

네,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위대한 미국 대통령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마운트 러시모어를 찾아봤습니다. 저는 박영서였고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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