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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납세 공개' 유혈 시위...버지니아텍 총기난사 10주기


15일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15일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 주말 미국 내 여러 도시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금보고서 공개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 소식 먼저 전해 드립니다.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일요일(16일)로 10년이 됐습니다.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열린 추도식 소식, 또 이 사건이 미국의 총기 규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오는 9월 새 학기부터 새로운 연방교육법이 시행에 들어가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화요일(18일)이 전년도 세금보고 마감일입니다. 이날까지 다들 세금 보고를 해야 하는데요. 원래는 4월 15일인데, 올해는 며칠 미뤄졌네요.

기자) 네, 올해는 4월 15일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세금 보고의 날이 주말이면 월요일로 연기되는데요. 올해는 마침 또 월요일이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공휴일입니다. 1862년에 워싱턴 DC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것을 기리는 노예해방의 날이어서, 화요일로 하루 더 미뤄진 겁니다. 덕분에 올해는 미국인들이 며칠 더 여유를 갖고, 세금 보고서를 준비할 수 있게 됐죠.

진행자) 지난 주말 많은 사람이 세금 보고 준비에 바빴을 텐데요. 세금 보고의 날을 맞아 미국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내 150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잠시 시위 현장 소리 들어보실까요?

[녹취: 시위 현장음] “Show us your taxes…”

기자) 네, 들으신 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세 내용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였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위에 각각 약 5천 명이 참가했다고 추산했습니다.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연방 의사당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1천500명 이상이 참가했고 일부 연방 의원도 동참했습니다. 민주당의 론 와이든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적표를 감추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다면서, 숨기는 일을 그만두라고 촉구했습니다. 와이든 의원은 상원 재정위원회 소속인데요. 조세개혁안을 주도하는 곳이 바로 재정위원회입니다.

진행자) 이번 시위에서 다치는 사람이 나왔다든가, 불상사는 없었습니까?

기자)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는데요.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충돌하면서 폭력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양 측이 서로 유리병과 깡통을 던지고 주먹다짐을 하면서 유혈 사태로 번졌고요. 최소한 21명이 체포됐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납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시위였다고 했는데, 어떻게 시위가 벌어지게 된 거죠?

기자) 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이 일반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용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보고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이에 분개한 제니퍼 텁 버몬트 법률전문대학원 교수가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를 통해 전국적인 항의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했고요. 여기에 많은 사람이 호응하면서 시위가 벌어지게 된 겁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번 시위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16일) 인터넷 단문 사이트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불만을 나타냈는데요. 공화당에 거의 불가능한 일을 자신이 해냈다, 선거인단 수에서 쉽게 승리했는데, 이제 또 세금 문제가 나오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또 전날 벌어진 작은 시위에 누가 돈을 댔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시위대 매수 의혹을 제기했고요. 선거는 끝났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전통적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납세 내용을 자진해서 공개해 왔는데요. 이런 전통이 40년 넘게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세금 보고서 공개를 거부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미 연방국세청(IRS)의 감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는데요. IRS가 감사와 납세 내용 공개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보고서를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는 선거운동 당시부터 문제가 됐는데요. 201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에 폭탄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렇게 비판하기도 했고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도 트럼프 당시 후보에게 세금 보고서를 공개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용이 왜 문제가 되는 거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관련 의혹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편법, 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했을 것이다, 이 점하고요.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이 본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많지 않을 것이란 의혹입니다.

진행자)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이 지난 3월에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2005년 납세 내역을 공개했는데요. MSNBC 방송이 2005년 세금 보고서 일부를 입수했다며 방송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방송 몇 시간 전에 미리 공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2005년에 1억5천만 달러가 넘는 소득을 올렸고, 3천800만 달러를 세금으로 냈는데요. 소득의 약 25%를 세금으로 낸 겁니다. 당시 최상위층의 세율은 35%였는데, 1억 달러 사업상의 손실 때문인지, 그보다는 낮은 세율이 적용됐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보고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유출된 일도 있었고요.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10월에 뉴욕타임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1995년도 세금 보고서 일부를 입수했다며, 이 해에 트럼프 대통령이 9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길게는 18년 동안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고, 조세 회피 의혹에 불을 붙였습니다.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일요일(16일)이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10주년을 맞아서 어제 버지니아 공대에서 추도식이 열렸는데요.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가 딸과 함께 버지니아 공대에 세워진 추념비를 찾아 헌화했고요. 오후에는 희생자 유족과 재학생 등 1천 명이 모인 가운데 추도식이 벌어졌습니다. 10년 전 총격으로 숨진 32명의 생애를 한 사람씩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고요. 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보내온 위로 서한을 낭독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 미국 역사상 최악의 교내 총기 폭력 사건으로 기록됐는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돌아볼까요?

기자) 네, 2007년 4월 16일, 미국 동북부 버지니아 주에 있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대규모 총격 사건이 일어나 32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이 대학에 재학 중이던 23살 한인 학생 조승희가 자동소총 2정과 탄약 400정으로 무장하고 대학 건물에 들어가 학생들과 교수들을 향해 총을 난사한 건데요. 약 10분 동안 무차별 사격을 가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진행자) 특히 범인이 한인 학생이어서 한인 사회는 물론이고, 한국에까지 큰 충격을 주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조승희는 한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였는데요. 정신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미 2년 전에 버지니아 법원이 정신질환자로 선포했는데요. 그랬는데도 조승희가 아무 문제 없이 총기를 구입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그러면서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었는데요. 이 사건이 일어나고 1년도 안 돼서 부시 당시 대통령이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는데요. 주 당국이 정신질환자에 관한 정보를 연방 당국에 넘기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총기 규제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총기 소지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권리라며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이 오히려 총기 옹호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총기 소지 옹호가들이 주 정부 차원의 규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동안 14개 주가 허가 없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대부분이 버지니아 공대 사건 이후에 나온 것입니다. 또 10개 주는 공립대학 교내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공대 사건 이후에도 2012년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등 여러 총기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미국에서 총기 규제 세력과 옹호 세력 간의 다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미국은 9월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요. 올해 신학기부터 미국의 새로운 연방 교육법이 시행에 들어가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 말에 의회를 통과해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서명한 이른바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갑니다. 이전 교육법이 영어와 수학 등 전국 표준 시험 성적을 통해 학생과 학교를 평가했다면 새 교육법은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통해 얼마만큼의 성장을 거뒀느냐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또 이를 평가하기 위해 각 주가 자율적으로 기준을 도입해 학생과 학교, 교원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교육 평가 방식을 각 주의 재량에 맡긴다면 주마다 평가 방식이 많이 다를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월요일(17일) 기준으로 총 9개 주와 워싱턴 DC가 연방 교육부에 새로운 평가 계획 접수를 마쳤고, 7개 주는 마무리 작업에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주 역시 오는 9월에 계획서를 제출하게 되는데요. 그러면 벳시 디보스 신임 교육부 장관이 내용을 검토해서 계획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디보스 교육부 장관은 각 주와 지역 당국이 교육에 있어 융통성을 발휘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미 평가 계획을 마련한 주도 있다고 했는데 어떤 식으로 평가한다는 건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기자) 네, 우선 대부분 주가 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을 학생들의 성적보다는 출석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코네티컷 주와 델라웨어 주의 경우 출석률과 함께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갈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여부로 학교를 평가한다는 방침인데요.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선행수업을 얼마나 듣고 있는지, SAT라고 하는 미국 대학입학 시험 성적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진행자) 학교 평가 방식에 있어 좀 더 창의적인 방법을 도입하는 주들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체력을 좋은 학교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주도 있고요. 예술 활동을 평가하겠다는 주도 있습니다. 일리노이 주의 경우 학교 분위기를 본다고 하는데요. 학생들이 생활하기에 안전하고, 또 학생들을 환영하는 분위기 여부에 따라 좋은 학교인지 아닌지를 따진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학생들의 성적만으로 학교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물론 시험도 중요하고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향상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은 주가 학생들의 단순한 성적보다는 학교가 학생들을 전반적으로 얼마나 잘 보살피느냐에 중점을 두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교육법의 도입으로 학교의 질을 더 공정하게 평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렇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새로운 교육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없습니까?

기자) 있습니다. 새 법이 소수계나 장애아동, 영어를 배우는 이민 자녀 등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보니 일부 주에서는 이들 학생을 간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전국적인 기준 방식이 사라지면서 각 학교의 전국 비교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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