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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시리아 공습' 설전...터키 대통령권한 강화 개헌 투표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모스크바에서 회담에 앞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렉스 틸러슨(오른쪽)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모스크바에서 회담에 앞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최근 화학무기 사용으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는데요.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방문 일정, 짚어보겠습니다. 오는 일요일(16일)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터키 국민들 사이에서 찬성 여론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이어서, 타이완 당국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개와 고양이의 식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고요?

기자) 네. 전날(11일) 이탈리아 루카에서 주요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참가한 직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을 통해 러시아에 도착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수요일(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습니다. 지난주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살포해 어린이들을 포함한 89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미국과, 아사드 정권을 꾸준히 지원해온 러시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고위당국자들을 만나서 어떤 해법을 마련할 지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과 푸틴 대통령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까?

기자)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을 만나기 직전 관영방송 ‘미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졌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실무 차원, 특히 군사적인 측면에서 신뢰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나빠졌는데, 특히 군사적인 부분에서 그렇다. 왜 그렇게 말한 걸까요?

기자) 화학무기 살포 사태 이틀만인 지난주 목요일(6일) 트럼프 대통령의 응징 명령으로 미군이 시리아 공군시설을 미사일로 공격한 일이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시리아 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증거가 어디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한 뒤 “전혀 없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사실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11일)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회담 후 회견에서도,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의 책임을 전면 부인하면서 유엔 산하기구에 화학무기 사태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몇 년전부터 시리아 내전에 본격적으로 개입해,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시리아 사태 해법을 놓고 설전을 벌였습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수요일(12일) 회담에서 시리아 정부를 상대로 추가 공격을 하지 말라고 틸러슨 미 국무장관에게 촉구했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런 문제적인 행동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미국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라브로프 장관이 미국의 대 시리아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수많은 국제적 현안에 대해 워싱턴에서 매우 모호한 인식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해, 솔직히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당초 시리아 내전 해법으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는다고 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화학무기 사태 이후 ‘정권교체’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겁니다. 다만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결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커다란 가능성"을 보고있다고 말해, 두 나라 사이가 더 나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 측에 아사드 정권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화요일(11일) 이탈리아에서 주요7개국(G7) 외교장관들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 논의한 직후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보조를 맞출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이란, 헤즈볼라 무장세력을 끌어안을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 아사드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통치가 “끝나고 있다”고 이날(11일) 말했고요.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전날(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권좌에 있는 한,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리아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지난 일요일(9일) CNN방송에 출연해서, "모든 당사자들이 아사드는 시리아의 지도자일 수 없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은 중동지역 정세 불안에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백악관은 화요일(11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화학공격에 사린가스를 사용한 사실이 분명하며, 러시아정부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다”는 내용의 정보평가서를 공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관계자는 “시리아와 러시아 정부가 함께, 화학무기 사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관해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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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터키에서 헌법을 고치는 국민투표를 한다고요?

기자) 네. 터키 정부가 오는 일요일(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칩니다.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권력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해 쿠데타 진압 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서방국가들로부터 인권탄압 비판을 받고 있는 에르도안 정부의 향후 대외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1일 샤늘르우르파에서 진행된 개헌 찬성 군중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1일 샤늘르우르파에서 진행된 개헌 찬성 군중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진행자) 터키 개헌안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총리가 정부를 이끄는 현행 의원내각제 하에서 명목상의 국가 수반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실권을 갖게됩니다. 거기에 더해, 대통령에게 국가 권력을 집중시키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대통령이 부통령과 장관들을 의회 인준절차 없이 임명할 수 있고요, 의회의 권한인 입법권도 일부 갖게 됩니다. 대통령 뜻에 따라 의회도 해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고요,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대통령 칙령을 발동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이같은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바뀐 헌법 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됩니다.

진행자) 개헌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현재 터키 여론이 찬·반 양쪽으로 비슷하게 갈리고 있는데요. 찬성 의견이 약간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업체 ‘게지치’의 지난 7일 조사에서는 찬성 53.3%, 반대 46.7%로 나왔고요. 앞선 ‘ORC’ 조사에서는 찬성 57.2%, 반대 42.8%로 격차가 조금 더 컸습니다. 터키 정부가 최근 수개월동안 꾸준히 국내외 군중집회를 통해 개헌안 통과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선데 비하면, 찬성 여론이 그다지 높지 않아 집권세력이 고민에 빠졌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터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찬성 투표를 호소하고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8일)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수십만 군중이 참가한 개헌 찬성 집회에서 직접 연설한 것을 비롯해, 우호 여론 확산을 위해 앞장서고 있고요. 제밀 에르템 대통령 경제고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터키가 이웃 유럽국가들에 비해 발전을 못한 것은 총리와 대통령이 따로있는 권력구조 때문”이라며,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의 모범사례로 한국을 꼽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미 투표를 마친 곳도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로 유럽국가들에 거주하는 터키인들을 중심으로 57개국 재외국민 투표가 지난 일요일(9일) 마감됐는데요. 투표율이 비상식적으로 높게 나온 지역들이 있어서, 유럽 각 지역 언론들로부터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개헌 투표가 앞으로 터키의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전해주셨는데, 무슨 뜻이죠?

기자) 당장 유럽연합(EU) 가입을 꾸준히 추진해온 터키와 EU당국의 협상에도 개헌 성사 여부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U 측은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는 터키 개헌안의 비민주적인 조항들을 문제 삼고 있는데요. 특히 EU가 금지하고 있는 사형제도를 에르도안 대통령이 개헌관련 입법을 통해 되살리겠다고 선언한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럽은 붕괴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EU가입 추진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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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타이완에서 개와 고양이 식용을 금지한다고요?

기자) 네. 타이완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원이 화요일(11일) 개와 고양이를 먹거나, 식용 목적으로 도살· 유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은 내각과 총통부 서명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달 안에 공식 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타이완은 개· 고양이 고기를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했는데요, 먹는 것까지 처벌하는 것은 아시아에서 처음입니다.

진행자) 어떤 처벌을 받게 되나요?

기자) 관련 죄목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최대 25만 타이완 달러(미화 8천200달러) 벌금을 물거나 최고 5년의 징역형을 받고요. 여기에 더해 관보와 인터넷 등을 통해 얼굴과 신원이 일반에 공개됩니다.

진행자) 이렇게 강력한 조치가 나온 배경은 뭡니까?

기자) 전통적으로 개나 고양이를 먹는 아시아 일부 국가들 가운데서도, 특히 타이완에서 개·고양이 식용 인기가 높았는데요.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 차이잉원 총통이 동물애호가인데요. 은퇴한 맹인 안내견 3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함께 키우고 있는 차이 총통이 이번 입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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