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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반체제 작가 소설 ‘고발’ 세계 주요 매체들에 소개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의 소설 '고발'을 영어로 번역한 'The Accusation' 표지. 한국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했다.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의 소설 '고발'을 영어로 번역한 'The Accusation' 표지. 한국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영국 최고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했다.

북한에서 당국의 감시 아래 자유 없이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그린 단편소설집이 세계 주요 매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강력하게 고발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주요 매체들이 북한의 현역 반체제 작가인 반디(필명)가 쓴 단편소설집 ‘고발’을 잇따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3일,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쓴 ‘고발’에 대해, 끊임없는 감시 아래 자유 없이 살고 있는 일반 북한 주민들의 삶에 관한 단편소설들을 모은 책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허구를 다루는 소설이란 형식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권의 통치 아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신문도 지난달 13일, 반디의 단편소설집 ‘고발’을 소개하면서, 7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 책이 전체주의 사회인 북한에서의 삶에 대한 강렬한 고발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은 여성들이 남편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일성의 사망에 슬픔을 표시하도록 프로그램된 사회이고, 아들이 여행허가서를 얻지 못해 죽어가는 어머니를 볼 수 없는 사회라는 겁니다.

캐나다의 `토론토 스타’ 신문은 지난달 12일, 이 책은 북한이 얼마나 다른 나라들과 다르고 위험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반디는 사실적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서구의 시각으로 보면 작가가 암울한 미래상에나 나올 법한 일부 어두운 환상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의 `가디언’ 신문은 지난달 11일, 북한 내부의 금지된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이 어떤 북한 주민도 정치적인 파괴의 위협 아래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소설의 이야기들은 당국이 시키는 대로 살던 무고한 주민들이 우연히 당국과 충돌하면서 정치적 환상을 잃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디의 원고를 입수해 책으로 출간한 서울의 민간단체 ‘행복한 통일로’의 도희윤 대표는 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주요 언론들의 관심이 북한 내부의 목소리를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희윤 대표] “반디 선생이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널리 이 책이 읽히는 것이거든요. 그런 차원에서 특히 미국이나 영국에서 이런 차원의 언론들이 관심을 갖고 보도해 주는 것 자체가 귀한 북한 내부의 목소리,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렇게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디라는 필명을 쓰는 저자는 북한의 공인 작가단체인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탈북자를 통해 원고를 외부 세계로 반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에는 아버지 때문에 온갖 차별을 받는 남자 주인공이 탈북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를 다룬 작품 ‘탈북기,’ 아이가 창 밖으로 보이는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초상화를 보고 경기를 일으키자 커튼을 달았다가 평양에서 추방당하는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유령의 도시’ 등 북한체제를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의 단편소설 7편이 수록돼 있습니다.

행복한 통일로의 도희윤 대표는 이 책이 정치범 수용소나 공개처형 등을 직접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생활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도희윤 대표] “담담하게 그냥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썼습니다. 생활들을 쭉 나열하고, 특히 가족사랑, 가족에 대한 애정 걱정 이런 부분들을 쭉 썼거든요. 그런데 그것이 워낙 공포스럽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그 자체가 바로 노예와 같은 삶이다 하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지고 싶으신 거예요.”

도 대표는 작가의 메시지는 북한 주민들이 나름대로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도 관심을 갖고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절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14년 5월에 한국어로 출판됐고, 2015년에 프랑스어로 처음 번역된 이후 일본과 미국, 영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등에서도 출판됐습니다.

도희윤 대표는 앞으로 그리스와 헝가리, 타이완, 이스라엘 등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전세계 21개국에서 19개 언어로 반디의 ‘고발’이 출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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