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을 받아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화요일(21일)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 전대통령은 14시간 동안 이어진 조사에서 제시된 혐의들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자세한 상황 살펴보겠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불참하고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고요. 일본 정부가 각계의 반발 속에 ‘테러방지법’을 의결한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했군요.
기자) 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난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화요일(2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지 열하루, ‘국정농단’ 관련 수사가 시작된 지 6개월여 만인데요. 그동안 불체포·불소추 특권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어서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직접 조사를 피할 수 있었지만, 이제 ‘자연인’ 신분으로 사법당국의 수사에 응하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번째입니다.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난 지 열 하루 만에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이나 소감을 밝힌 게 있습니까?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반도 시간으로 화요일(21일) 아침 9시 3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는데요. 출입구로 들어가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 곧장 조사실로 향했습니다. 당초 그 동안의 ‘국정농단’ 파문과 이로 인한 탄핵 국면에서 불거진 정치적· 사회적 혼란에 대한 유감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한국 언론은, 단 두 마디의 간단하고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표명에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혐의를 받고 있나요?
기자) 뇌물과 기밀유출죄를 비롯한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8개, 특별검사가 5개 혐의를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는데요. 특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가운데 4가지 정도를 핵심 혐의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그룹에서 433억원(미화 3천870만 달러) 뇌물 수수, 주요 대기업들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774억원(미화 6천920만 달러) 강제 모금,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인물 명단인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와 정부 내 기밀문건 유출 등인데요. 이 중 가장 비중이 큰 게 삼성에서 낸 돈과 관련한 뇌물죄입니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게되면 무기징역 또는 최소 10년형에 이를 정도로 형벌이 무겁습니다.
진행자) 혐의를 공모하거나 관계된 사람들이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불법행위들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주변 사람들은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최씨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에서 돈을 끌어모으는 일을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주도하고,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정부 기밀문서를 넘겨받아 열람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진 인물입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측에 대가를 바라고 거액을 건낸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 상태에서 재판중입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은 혐의들을 인정했습니까?
기자)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조사 진행상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만, 한국 언론은 박 전대통령이 13개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불법 의혹이 있더라도 최순실 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주도했고, 박 전 대통령 자신은 전혀 개입하지 않아 모르는 일이라거나, 일부 의혹 사항에 관여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일환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한국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조사가 잘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조사를 마친 수요일(22일) 새벽, "악의적 오보, 감정 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진행자) 앞으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 가능성도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범죄 혐의가 다양하고, 내용도 방대해서 한 차례 대면 조사로는 부족할 것으로 보여서요, 구속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다면, 오는 5월 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내로 영장청구와 실질심사를 모두 마쳐 빠르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진행자) 외신들도 한국의 박 전 대통령 수사 상황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화요일(21일)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 검찰 출두 소식을 주요 기사로 전하면서, 수사당국이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킬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신문은 박 전 대통령이 군사반란으로 집권했던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 이후 첫 한국의 전직 대통령 기소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느슨하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고 구속 수사를 예측하고 있고요. 블룸버그 통신은 사설을 통해 “이번 조사로 박 전 대통령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어야한다”고 한국 사회의 현실을 진단했습니다. CNN방송은 검찰 조사 직후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을 전했고요, 영국의 BBC방송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과 강요,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이웃나라들에서도 관심이 크겠군요?
기자) 중국관영 CCTV는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현장을 동시통역을 동원해 생중계했습니다. 일본의 NHK도 서울 특파원을 수시로 연결하면서 박 전대통령의 검찰 수사 상황에 진전이 있는지 점검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한국의 내정이어서 발언을 삼가야한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큰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과 범죄혐의 수사를 둘러싼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이 “북한 문제를 비롯한 안보 상황과 확실히 연계가 되고 있다는 점은 말해두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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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러시아를 방문한다는 보도가 나왔군요?
기자) 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중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화요일(21일)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가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러시아의 타스통신도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다음달 5일부터 이틀 동안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외무장관회의에 불참하고,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12일부터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줄곧 밝혀왔는데요. 틸러슨 장관이 나토 회의에 불참하는 게 혹시 상관이 있을까요?
기자) 그런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고요. 중요한 일정이 겹치는 탓으로 해석됩니다. 틸러슨 장관은 6일부터 7일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나토 외무장관회의에는 틸러슨 장관을 대신할 국무부 최고위 인사가 참석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의 러시아 방문 목적은 뭘까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강인하고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하면서, 집권하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대형석유기업인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였던 틸러슨 장관은 사업상 푸틴 대통령과 친숙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논의하고, 중동지역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 퇴치작전에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문제에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그런 국제적인 문제 말고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직접적인 현안도 많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인터넷포털 사이트 ‘야후’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산망 불법침입(해킹) 사태에 연루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2명과 관계자 2명을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이 기소했고요. 미 대선과정에 러시아 정보당국이 개입했다는 수사결과를 미국 정부가 내놓기도 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이 대선기간부터 러시아 측 고위인사들을 부적절하게 접촉한 의혹 때문에 당국의 조사와 의회 청문회가 진행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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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일본에서 조직범죄를 처벌하는 법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가 테러행위를 비롯한 조직범죄를 실제 감행하지 않더라도, 사전 모의와 계획 여부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범죄 처벌법’ 개정안을 화요일(21일) 각료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각의 후 기자회견에서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제 조직범죄방지협약 비준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이번 정부 입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이번 조치에 반발하면서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테러에 대처하자는 건데, 반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이번 개정안은 2명 이상이 '조직'을 만들어 범죄를 꾀하고, 그 중 한명이 돈을 마련하거나 범행연습을 하는 등 준비행동만 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공모죄’ 조항을 신설했는데요. 일본 정부가 공모죄 항목을 만들려고 시도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세 차례나 관련 입법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요. 공모죄 적용대상이 될 ‘조직’에 대한 해석이 문제였습니다. 정부에 적대적인 사회단체와 노동조합 등 민간조직이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이 모두 폐기된 건데요. 이번에는 정부가 법 적용 범위를 ‘조직적 범죄집단’으로 한정했지만, ‘범죄집단’을 판단하는 잣대가 지극히 자의적이어서 정부가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새 법안을 다시 폐기시키는 운동을 진행한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일본변호사연맹은 “선량한 일반 시민이 부당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며 ‘공모죄’ 신설 법안에 우려하는 성명을 냈고요, 각종 문화·사회 단체들도 잇따라 반대 성명을 발표하면서 공동 대응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야마노이 가즈노리 국회대책위원장은 입법저지 투쟁을 선언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반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일본 정부는 이번에는 꼭 입법을 관철시킨다는 각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카네다 카츠토시 일본 법무장관은 화요일(21일) 회견에서 “조직적 범죄 집단의 관여가 현실적으로 상정되는 살인과 납치, 불법약물관련 혐의 등 277가지로 대상 범죄를 명확히 한정한다”고 새 ‘공모죄’ 적용 대상을 설명하면서, 이전에 추진됐던 공모죄 조항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