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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포퓰리즘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15일 헤이그에서 열린 자유민주당 지지 행사에 참석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가 15일 헤이그에서 열린 자유민주당 지지 행사에 참석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수요일(15일) 네덜란드에서 시행된 총선거에서 집권당인 자유민주당(VVD)이 승리했습니다. 마르크 뤼테 총리는 선거 승리가 확실해지자 지지자들에게 "네덜란드가 잘못된 포퓰리즘에 중단을 선언했다"고 말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포퓰리즘'이란 무엇인지 들여다봅니다. 박영서 기자입니다.

“포퓰리즘의 뜻”

포퓰리즘은 인민, 대중, 민중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포퓰루스(POPULUS)'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포퓰리즘을 “보통 사람들의 관심사를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고요. 캠브리지 사전에는 “보통 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사상과 활동”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얼핏 사전적 정의만 들어보면 대중의 뜻을 따른다는 말로, 전혀 나쁜 의미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실 텐데요. 하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오늘날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대적 의미의 포퓰리즘은 정책을 수립할 때, 현실성이나 가치 판단, 옳고 그름 등을 외면하고 일반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서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로 고착됐습니다.

[녹취: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캐나다 기자회견]

바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캐나다 방문 때 했던 기자회견 연설 들어보셨는데요. 당시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의 정의를 설명해 화제가 됐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진정한 포퓰리즘은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자신은 포퓰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포퓰리즘'이란 말을 제대로 정의했다며 인터넷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한국어로는 포퓰리즘을 대중주의, 민중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대중영합주의'라는 말을 더 자주 쓰고 있습니다.

“포퓰리즘의 역사”

기원전 2세기경, 로마의 관리였던 티베리우스 그라쿠스가사람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농지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농작물을 시가보다 싸게 파는 등 농지 개혁을 추진했는데, 역사가들은 그라쿠스의 이 농지 개혁 운동을 포퓰리즘 정치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1870년대 러시아에서 일어난 ‘브나로드(VNAROD) 운동’을 대표적인 포퓰리즘으로 보고 있는데요. ‘민중 속으로’라는 뜻을 가진 이 농민 계몽 운동은 러시아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정치적 발판이 됐습니다.

미국에서는 1891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인민당(People’s Party or Populist Party)을 미국 포퓰리즘의 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인민당은 농민과 노조 등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성이나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들을 내놓았다가 결국20년도 채 안 돼 해산됐습니다.

“포퓰리즘의 사례들”

'포퓰리즘'이라는 개념이 어려운 건, 어디까지, 어느 정도를 포퓰리즘이라고 할지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은 오늘날 포퓰리즘의 대명사처럼 부르는 데 거의 이견이 없는 인물입니다.

페론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장기 집권을 했고 아르헨티나 정치인 가운데서는 가장 유명한 인물 가운데 1명인데요. 하지만 1945년에 집권한 페론 전 대통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심성 복지 정책을 무분별하게 펼치는 바람에 아르헨티나의 국력이 쇠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비옥한 땅과 풍부한 천연자원 등으로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였는데요. 하지만 페론 정부가 복지지출은 마구 늘린 반면, 세금은 내려서 결국 나라의 재정을 파탄에 빠뜨렸다는 지적입니다.

[녹취: 아르헨티나 경제 관련 뉴스]

아르헨티나는 지금도 그 후유증을 앓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데요.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실패 사례를 교훈 삼아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녹취: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전 대통령]

노동운동가 출신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역시 포퓰리즘 정치인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최저 생계비 보조 정책 등을 펼쳤는데, 국가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 즉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극심한 빈곤에 기아로 죽는 어린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과감한 복지 정책과 경제 개혁 정책을 동시에 펼치면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룩했고요. 브라질을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바꾸는데 성공하는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룰라 정권의 포퓰리즘을 성공한 포퓰리즘 사례로 꼽기도 합니다.

“전 세계에 부는 포퓰리즘”

[녹취: 한국 정치 뉴스]

한국에서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수도 이전, 사교육제 폐지, 저소득층 지원, 군복무기간 단축 등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실효성이나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우선 발표하고 보는 이른바 표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미국 정치 뉴스]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제조업 증가와 일자리 창출,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공약을 내세워 표심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성이나 효율성이 결여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유럽의 주요 나라에서 선거들이 있는데요.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들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이민 반대를 내세우는 국민전선이 큰 지지를 얻고 있고요. 오스트리아 역시, 반이민 ·반 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당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역시,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의 집권 가능성이 점쳐질 만큼 선전하고 있는데요.

[녹취: 다보스 포럼 포퓰리즘 경고]

지난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또 로마 가톨릭교 프란치스코 교황도 포퓰리즘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 같은 사람을 낳을 수 있다며 포퓰리즘의 부상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포퓰리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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