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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자료사진)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행정명령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 나라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연방 대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시행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결정을 사법부가 막을 수 있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미국 정부의 ‘견제와 균형’ 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숙 기자입니다.

“삼권분립, 그리고 견제와 균형”

미국 연방 하원은 지난 15일, 의회 동의 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시아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녹취: 척 슈머 상원의원]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 제재를 행정부가 금지하는 것은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자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의 원칙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재를 막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핵심 권력을 분리해서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제도, 바로 견제와 균형입니다.

견제와 균형을 이해하려면 먼저 권력분립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법을 만드는 입법권, 법을 집행하는 행정권, 그리고 법을 해석하는 사법권, 이렇게 정부의 핵심 권력을 세 개의 다른 기관에 분배하는 것을 권력분립, 또는 삼권분립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입법부, 즉 의회가 법을 만들고,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가 법을 집행하고, 사법부, 그러니까 법원이 법을 해석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렇게 정부 핵심 권력을 셋으로 나눔으로써, 어느 한쪽이 정부 권력을 독차지할 가능성을 줄이고 또 정부가 권력을 남용하거나 국민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일을 방지하게 되죠.

이 권력분립을 헌법에 처음 명시한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권력분립의 개념 자체는 미국이 세워지기 전에도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 시대에도 권력분립과 비슷한 형태의 정부가 있었고. 영국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 역시 저서 ‘법의 정신’에서 3권분립을 주장했죠.

하지만 권력분립을 헌법에 명시하고, 그 원리를 바탕으로 정부를 세운 나라는 미국이 처음입니다. 또 미국은 사법부, 그러니까 법원의 완전한 독립을 보장한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합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와 균형”

이 삼권분립이 제대로 유지되게끔 하는 장치가 바로 견제와 균형인데요. 우선,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연방 의회가 법을 만들지만, 대통령은 의회가 통과시킨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죠. 그러니까 법이 발효되기에 앞서 의회는 대통령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겁니다. 이것이 의회에 대한 대통령의 견제 기능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의회의 견제 기능이 또 있습니다. 대통령이 어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서 의회에 돌려보낼 경우, 의회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이 거부했어도 그 법안이 법으로 확정됩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인준 청문회]

지난 1월,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목소리를 들으셨는데요. 현재 상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각료에 대한 인준 청문회가 진행 중입니다.

장관이나 대사 등 정부 고위 관리를 임명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는데요. 하지만 상원 인준 과정을 반드시 거치게 돼 있습니다.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거죠. 또한, 대통령을 포함해 공직자들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의회가 탄핵 소추할 수 있습니다. 탄핵 소추란 대통령이 위법 행위를 했을 때 고발해서 심판을 받게 하는 걸 말합니다.

견제와 균형의 또 다른 예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대통령은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사 작전을 수행할 권한을 갖게 되죠. 그러니까 나라가 전쟁에 들어간다고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일단 의회가 전쟁을 선포하면, 실제로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결정은 대통령이 내리는 겁니다.

“사법부와 입법부,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

사법부, 그러니까 미국 연방 법원 역시 의회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위헌심사권인데요. 의회가 법을 승인하고 대통령이 법을 집행하지만, 의회와 대통령의 행동이 합법적인 것인가 판단하는 것은 법원입니다. 만약 법원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리면, 대통령은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하는 거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연방 법원의 최근 판결이 바로 좋은 예가 됩니다. 지난 10일, 연방 항소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 집행을 정지시킨 1심 법원의 판결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에게 이민 정책을 세울 권한이 있긴 하지만, 사법부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검토할 권한을 가진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퍼거슨 워싱턴 주 법무장관]

행정명령에 소송을 제기한 밥 퍼거슨 워싱턴 주 법무장관은 미국 헌법의 승리라고 말했는데요. 미국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보여주는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실 연방 판사를 임명하는 사람이 대통령이고, 이를 인준하는 기관이 바로 의회인데요. 하지만 판사는 종신직입니다. 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해서, 정부나 의회가 판사에 대해 보복할 수 없습니다.

물론 사법부의 권한에 대한 견제 기능 역시 의회와 행정부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회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법원 해석이 나왔다면, 의회에서 새로 법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또 대법관을 탄핵해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 역사상 의회가 대법관에 대한 탄핵을 논의한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대법관을 탄핵하는 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의회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서 통과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대법원 판결이 무효가 되죠. 하지만 미국에서 헌법을 수정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상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고, 50개 주 가운데 4분의 3 이상의 주에서 비준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견제와 균형의 단점”

정부 기관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잘 이뤄지면, 이상적인 민주국가가 되겠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국력이 낭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독재국가 같은 경우, 독재자가 결정을 내리면 그걸로 끝이니까요.

하지만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나온 이유가 바로 독재자가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인데요. 지배하려는 권력들이 서로 경쟁하고 견제할 때, 국민의 자유가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견제와 균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현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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