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뉴스따라잡기] 행정명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국토안보부 청사를 방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워싱턴 DC 국토안보부 청사를 방문,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개 나라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이에 반발해 소송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여러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요.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현숙 기자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이란”

대통령 행정명령은 영어로 ‘Executive Order’라고 하는데요. 연방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연방 기관과 기관의 장, 그리고 연방 공무원들에게 내리는 명령으로 미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입니다.

미국 헌법에 ‘대통령이 행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헌법 제2조에 보면 ‘대통령에게 행정 권한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바로 이 내용이 행정명령의 근거가 되는 겁니다. 행정명령은 또 일반법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구속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명령은 해당 대통령의 임기 내에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회에서 통과된 법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 때부터 행정명령을 발동했는데요. 초기엔 해당 기관만 볼 수 있게 돼 있고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900년대 초부터 미 국무부가 행정명령에 번호를 매겨서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기록상에 남아 있는 행정명령만 1만3천 건이 넘고, 또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인터넷에서 백악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누구나 읽어볼 수 있습니다.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이유”

미국에선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법을 고치고 싶어도 대통령 혼자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미국의 법은 연방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요.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자기 뜻에 반대하는 의회를 거치지 않고 뜻을 실행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행정명령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명령을 내리는 즉시 효력이 발휘되죠.

의회가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막을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만약 의회가 행정명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기존의 법을 개정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어떤 식으로 시행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안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런 의회에 제안을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이 또 있죠. 의회가 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로 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지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명령을 막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의회는 행정명령에 반대하기 위해 해당 명령을 집행하기 위한 재정 지원을 축소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행정명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요. 주로 행정명령 내용이 헌법에 어긋난다거나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라는 이유로 법정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이민 관련 행정명령도 현재 소송 중에 있는데요.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7개 국가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이민 관련 행정명령을 내리자 연방 지방법원이 집행을 정지시켰고 법무부가 이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는데 항소 법원이 이를 기각한 겁니다.

하지만 항소 법원의 결정은 행정명령이 위헌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행정명령을 집행하지 못하게 막았던 건데요. 이번 소송은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행정명령과 대통령 각서의 차이점”

미국 대통령이 발표하는 행정명령은 대통령이 취하는 행정조치(Executive Action)의 하나입니다. 행정조치에는 행정명령뿐 아니라 대통령 각서(Memorandum)와 대통령 포고(Proclamation)도 포함되죠.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행정명령은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한 건강보험제도인 일명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이었습니다.

대통령 각서의 경우 환경적인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단했던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건설 재협상 관련 등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외에 여러 건의 각서도 발표했습니다.

그렇다면 행정명령과 각서의 차이는 뭘까요? 두 가지 다 대통령이 연방정부 기관이나 당국자에게 직접 하달하는 명령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행정명령은 연방관보국에서 일련번호를 부여받아 발표해야 하지만, 각서는 이런 절차가 필요 없습니다. 또한, 각서는 행정명령보다는 다소 약한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행정명령들”

미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주요 정책 중에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탄생한 것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역사에 있어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되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령도 바로 행정명령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미 군부대 내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죠.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내려 흑백 통합 학교 정책을 추진했고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거주와 취업에서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전임 바락 오바마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관련 조처 역시 행정명령이었는데요. 이민개혁안이 의회에서 진전을 보이지 않자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500만 명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을 유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제동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행정명령 수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 2주간 서명한 행정명령의 수를 보면 전임 오바마 대통령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2주간 9건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1건 적은 8건을 시행했죠.

미국 대통령 연구기관인 ‘아메리카 프레지던시 프로젝트’는 의회를 통해 정책을 시행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대선 공약을 이행해 국민에게 성과를 보이기 위해 취임 초기에 대통령들이 행정명령을 많이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 역시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세금과 관련한 행정명령이나 군대의 규모와 관련한 행정명령 등 재정과 관련한 행정명령이 시행되기 위해선 의회가 관련 법을 제정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역사상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내린 대통령은 누구일까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3천700건이 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존 애덤스 대통령 같은 초기 대통령은 재임 중 단 1건의 행정명령만 내렸고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8번 발동했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91건을 발동했고, 전임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8년간 총 277건의 행정명령을 시행하면서 1년 평균 35건을 기록했는데요. 지난 120년간 행정명령을 발동한 대통령들의 연평균 건수 36건보다 적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현숙이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