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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서울] 이북5도위원회 웃으면서 배우는 한문 교실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소강당에서 한문교실이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이북5도위원회 소강당에서 한문교실이 열리고 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울의 이북5도위원회에서는 실향민을 대상으로 한문 교실이 매주 열리고 있는데요, 옛 어른들의 지혜가 담긴 한문을 배우고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달래고 있다고 합니다. 한반도 통일과 북한, 탈북자와 관련한 한국 내 움직임을 살펴보는 ‘헬로 서울,’ 서울에서 김미영 기자입니다.

[헬로서울 오디오] 이북5도위원회 웃으면서 배우는 한문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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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하얗게 센 분들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한문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녹취: 현장음]

한 획 한 획 아주 정성스럽게 한자를 쓰며 강사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이북5도위원회 5층 소강당에선 일주일에 한번씩 웃으면서 배우는 한문교실이 열리고 있습니다. 북한이 고향인 이북도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평안남도 지사이자, 공인 한자1급 자격증과 훈장 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김중양” 지사가 직접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중양 평남지사] "평남지사로 작년 9월에 왔는데요, 이북5도민이면 누구나 다 와서 듣는 것이니까, 한자를 알면 한문 해석이 용이하게 되는 그런 방법을 이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근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수업은 2017년 올 한 해 동안 분기별로 석 달씩 진행되는데, 지난 1월부터 시작한 수업이 어느새 두 달째로 접어들었습니다. 북한이 고향인 이북도민을 대상으로 한문 교실을 진행하게 된 건 한문을 통해서 지혜와 경험을 배우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하나 더 있는데요.

[녹취:김중양 평양지사] "사실 우리나라 말의 한 70% 정도가 한자어에서 유래가 됐고, 그래서 평안남도 사람들이나 이북도민들이 자료는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게 다 옛날 자료라 한자가 많아요 그래서 한문을 해석을 못하니까 한문 해석을 일단 시켜야 향토문화를 발전시키겠다 해서 한문 교실을 금년부터 열었습니다."

[녹취: 현장음]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처럼, 한문 교실 수업을 듣는 분들 가운데 젊은 분이 실향민 2세대로 50대고, 대부분 70대 이상 나이가 많이 든 분들입니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열의는 젊은 학생들 못지 않습니다.

왕복 두 세 시간 거리에서도 일주일에 한번 이 한문 교실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고 있습니다. 이북5도 실향민 방준면, 김세갑 씹니다.

[녹취: 실향민 방준면, 김세갑] "제가 한문 실력은 별로 없거든요, 들어보니까 너무 재미있고, 또 한문이 이렇게 쉽다고 하는 것을 느끼게 되요, 너무 재미있어요. 또 선생님도 같은 평안남도 동향이고 그래서 너무 의미도 있고, 분위기도 좋고요" (방준면)

"우리가 한문 한자 한자 뜻은 알았지 이렇게 영어처럼 해석하는 건 힘이 들어요 그런데 여기서 훈장님이 이렇게 가르쳐 주니까 너무 좋습니다. 이런 기회가 없어요. (김세갑)

[녹취: 현장음]

이 교실에선 5, 60대 실향민 2세대는 젊은 세대에 속합니다. 역시 실향민 2세대로 평안남도 도민회장을 맡고 있는 장운호 씨도 이 한문 교실에서 아버님, 어머님 세대와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녹취: 장운호, 평남 도민회장] "도민회장으로써 도민들이 이렇게 함께 한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그래서 선조들이 그동안 지혜를 한문을 통했는데, 강의를 듣다 보니까 한문을 파자 시켜가지고 그 어원을 이야기해주며 하실 때 너무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했죠, 1강을 마쳤을 때 제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하는 궁금함도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많은 사람이, 도민이 같이 참가 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문 수업은 진지하면서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지만, 몰랐던 뜻이 숨겨져 있는 한문도 있습니다.

[녹취: 김중양, 평남 지사] "우리말에 유래된 “벽창호” 이런 말이 있잖습니까? 고집이 세서 남의 말 안 듣는 사람을 벽창호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평안북도에서 “벽창우” 라는 소가 있었거든요 힘이 세고 고집이 셉니다. 그 소를 가지고 벽창우라고 그러는데, 그게 자꾸 쓰다 보니 벽창호로 바뀐 겁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말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니까 재미 있죠, 그리고 그 한자를 알게 되죠."

이렇게 몰랐던 한자를 알고, 한문의 문장을 이해하면서 뒤늦게 학구열을 불태우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엇 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함께 하는 시간이라 이 한문교실이 더 소중하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녹취: 실향민들] "우리가 항상 꿈에 그리는 게 통일이 되는 게 저건데요, 같이 공부하면서 또 여기 한문을 배울 때 고향에 대한 향수도 나오고 그러면 아주 가고 싶은 생각도 있고, 통일이 빨리 될 거다 이런 생각도 들죠 / 이북서 내려 온 고향 사람들이고 저는 피난 중에 내려와서 이분들이 다 나이가 많이 드셔서 많이 안 계세요, 우리가 이제 마지막이 되고 있는데 앞으로 통일, 우리는 이제 통일 밖에 없어요 다 아버지 고향이고, 다 알고 있는 있는 거죠 우린 다…"

[녹취 : 현장음]

웃으면서 배우는 한문 교실을 통해서 분단으로 반세기 넘게 가보지 못했던 고향 마을에 대한 향수도 달래고, 학구열도 불태우고 있는 이북5도민들, 나이가 있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미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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