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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평양과기대 "유럽, 북한 학생 비자발급 거부...제재 영향"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가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 학생들의 외국유학 길이 막히고, 대북 인도주의 지원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깊이 있는 보도로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들을 살펴 보는 심층취재, 김현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최초의 국제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이 유엔 대북 제재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평양과기대 박찬모 명예총장은 지난 2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독일과 이탈리아, 폴란드가유엔의 대북 제재로 비자를 내주지 않아 학생들이 유학 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유럽 대학원에서입학 허가를 받았는데 정부에서 비자가 안 나오는 데가 있었어요. 독일과 이탈리아, 폴란드. 그래서 우리 학생들이 유학을 못 가고 있죠.”

독일 괴팅겐대학과 이탈리아 사니오대학, 이탈리아 브레시아대학 등이 입학 허가를 내줬지만,해당 정부에서 비자를 거부해 유학이 무산됐다는 겁니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 박찬모 명예총장이 지난해 5월 VOA와 인터뷰 했다.
북한 평양과학기술대 박찬모 명예총장이 지난해 5월 VOA와 인터뷰 했다.

박 명예총장은 현재 유엔의 대북 제재 이전에 유학을 갔던 5명이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으며, 중국에도 적어도 3명이 유학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유럽보다는 브라질이나 러시아,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방안을 모색하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외교부는 3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독일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북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결의를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는 원칙적으로 양국 간 상호 이해가 있는 분야에서 북한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특정 분야의 경우 북한 유학생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유학생들의 개별 비자 신청을 철저히 검토해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270호는 북한인에게 핵 활동이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북한의 핵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급물리, 컴퓨터 시뮬레이션, 핵 공학기술, 항공우주공학기술 등을 북한 사람에게 교육, 훈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박찬모 명예총장은 30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평양 과기대 교수들은 북한의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계되는 과목은 전혀 가르치지 않는데도 독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는게 문제”라며 앞으로는 “농생명과학부와 국제금융학부 학생들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명예총장은 또 학생들 논문 작성에 필요한 기기 구입을 위해 자금을 송금해야 하는데 제재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 “재작년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작년에는 3월 제재 때문에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송금을 하면 중국 은행이 바로 돈을 내주지 않고 여러 가지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고, 물건사는 것에 invoice 등 여러 가지를 제출하라고 했어요. 결국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많이걸렸습니다.”

평양과학기술대학은 특히 지난해 가을 의과대학을 신설하려 했지만 대북 제재로 계획을 미뤘습니다.

평양과기대 의과대학 노대영 학장은 지난해 6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의 제재로 자금송금 길이 막히고 의료기기 등도 확보할 수 없어 사실상 개교가 무산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대영 평양과기대 의과대학 학장] “The school of medicine was supposed to open this fall, but I don’t think it’s going to happen because of economic sanction that we’re under….”

박 명예총장은 또 대북 제재로 후원금도 줄고 교수 모집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평양주재 외교 공관들의 활동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평양주재 서방 외교관은 30일 ‘VOA’에, 최근 태국에서 활동에 필요한 일본제차량을 구입해 북한으로 들여오려고 했지만 태국 세관이 대북 제재를 이유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의 제재로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도 줄거나 중단되는 추세입니다.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간 민간기구의 구호 또는 자선 지원품목(NAICS 990000)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년도인 2015년 대북 구호-자선 지원품목이 전체 대북 수출의 85%인 약 400만 달러를 차지했던 것과 크게 대조되는 겁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된 물품도 총 13만9천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7% 감소했습니다.

이 기간 북한에 들어간 물품은 1월 ‘실험실 연구장비’ 2만1천 달러어치, 5월 ‘상업용 인쇄물’ 3천 달러어치, 9월 '가공된 가금류' 4만5천 달러어치, 10월 '주류나 음료' 7만1천 달러어치가 전부입니다.

실제로 매년 4 차례씩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해온 미국의 민간단체 아메리케어스는 지난해 단한 차례도 북한에 의료품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도나 포스트너 대변인은 1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부터 북한에 의료용품이나 물품 (consumables) 등을 보내기 전에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으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새로 생겨 지난해 단 한차례도 의료품을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3월 유엔의 새 대북 제재로 의약품이나 의료용품 (medical supplies)도 산업안보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도록 규정이 바뀌었다는 게 아메리케어스의 설명입니다.

아메리케어스는 올해 초 북한에 의약품을 지원할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선적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는 유엔 기구들의 대북 지원에도 적잖은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의 리사 도우튼 대표는 3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대북 제재로 북한에 지원물품을 보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사 도우튼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 대표] “Most time consuming factors of process of acquiring special export permit and licenses from supplying countries for DPRK. As a result of the sanctions, additional documentation is required to support the applications of permit and licenses which varies from country to country…which is resulted in significant delay shipment and increase paperwork for UN…. ”

지원물품을 보내는 나라에서 수출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작업이 너무 많아졌고, 이 때문에 지원품 수송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겁니다.

지원품을 조달해 주는 회사들이 북한과 관련된 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도우튼 대표는 밝혔습니다.

[녹취: 리사 도우튼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 대표] “The very few suppliers are willing to participate, well often ask for premium fee to cover the additional administrative legal procedure involved export process. Ultimately, these additional requirements mean that available fund available to assist beneficiaries reduce and operating costs are much higher due to these factors… ”

많은 회사들이 물품이 북한으로 가는 경우 거래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판매를 하는 경우에도 수출 허가 등에 필요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대북 지원 비용이 점점 높아져 결과적으로 지원이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 구호단체 관계자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제재로 대북 지원을 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중국에 송금하는 게 많이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구입한 지원 물자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중국 은행에 돈을 송금해야 하지만,은행들이 북한과 관련된 어떤 거래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또 밀가루나 미량영양소 등 지원품을 조달해주는 회사들도 점점 더 북한과 관련된거래를 꺼리고 있다며, 지원품을 구입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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