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터키 주재 러시아대사 총격 피살…연말 유럽 테러 잇따라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살 다음날인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두번째) 러시아 외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오른쪽 세번째) 터키 외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오른쪽 두번째) 이란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모여 시리아 내전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피살 다음날인 2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왼쪽 두번째) 러시아 외무장관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오른쪽 세번째) 터키 외무장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오른쪽 두번째) 이란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모여 시리아 내전 수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한국어를 잘해서 북한에서도 오래 근무했던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수도 앙카라의 한 행사장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습니다. 범인은 터키의 현직 경찰관으로 확인됐고요, 범행 동기가 시리아 내전과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인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어제(19일) 독일 베를린 시내 성탄절 시장을 대형트럭이 덮쳐 사상자 수십명이 나왔는데요. 같은날 스위스 이슬람사원 인근에서 총격이 발생해서, 연말연시 휴가철에 돌입한 유럽 각국이 테러 비상경계 체제에 돌입했다는 이야기, 알아보겠고요. 중국 인민해방군이 타이완 상공을 비행하는 자국 핵폭격기를 찍은 사진을 최근 공개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터키에서 러시아 대사가 저격 당해 숨졌다고요?

기자) 네. 어제(19일) 오후 터키 수도 앙카라 시내 현대미술관에서 ‘터키의 눈으로 본 러시아’라는 주제의 사진전시회가 개막했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터키와 러시아의 외교·친선 관계를 강조하는 행사였습니다. 인근에 터키 ‘국부’ 아타튀르크의 묘소와 의회가 있는, 수도 앙카라에서도 가장 중심부에 있는 현대미술관 행사 현장에는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가 직접 참석했는데요. 카를로프 대사는 축사를 하던 중, 옆에서 연설을 듣는 듯 하던 한 남성으로부터 9발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곧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건 당시 모습이 현지 방송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는데요. 카를로프 대사가 축사를 하는 모습이 정면으로 잡히다가, 몇 마디 말을 이어간 뒤에 갑자기 총성이 연이어 들리더니, 일그러진 표정으로 쓰러지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카메라는 곧이어 옆에 있던 사람으로 방향을 돌리는데요, 한손에 권총을 든 정장차림의 남자가 “신(알라)은 위대하다, 알레포를 기억하라”고 반복해서 소리치는 모습이 계속됩니다. 이 장면이 전국에 전파를 타면서 터키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특히 최근 터키와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는 강대국 러시아의 대사가 백주대낮에 총격 사망했다는 점에서, 터키 당국은 긴장감 속에 범행 배후와 사건 배경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진행자) 범인이 현직 경찰관이어서 충격을 더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범인은 매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라는 이름의, 올해 스물 두 살 현직 경찰관으로 확인됐는데요.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한 뒤, 별다른 제지 없이 총기를 소지한 채 현장에 입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범인은 현장에서 진압경찰에 사살됐습니다.

진행자) 범행 후 “신(알라)은 위대하다. 알레포를 기억하라”라고 외쳤다면, 종교적인 동기가 있었던 겁니까?

기자) “알레포를 기억하라”라고 외친 부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였는데요. 최근 러시아가 지원하는 정부군의 승리로 4년여에 걸친 전투가 마감된 뒤 반군과 민간인들의 철수작업이 진행중인 곳입니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의 범인이 알레포 현지에서 반군세력이 패퇴한 데 앙심을 품고,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한 러시아 측을 응징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시리아 반군에 동조하는 사람이었다면, ‘신(알라)’를 언급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시리아 반군의 주축이 이슬람 수니파 병력입니다. 터키는 이슬람교가 지배적인 나라인데요. 범인은 카를로프 대사를 살해한 직후 알라신과 알레포를 언급한 뒤에 “우리는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추구하는, 선지자 무함마드를 지지하는 이들의 후예”라고 소리쳤다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증언했습니다. 범인은 이어서 “우리 (이슬람 성전주의자)를 핍박하는데 관여한 사람은 누구든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터키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 정부에 긴급 연락을 취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직접 사건 발생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소식을 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터키 관계의 정상화와 시리아 사태 해결에 차질을 빚게 하려는 도발”이라고 분노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이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행위"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터키 정부가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범인이 현장에서 소리친 내용을 근거로, 시리아 내전 전개상황에 불만을 품은 개인 혹은 집단의 소행일 것이라는 범행동기 외에, 터키 당국이 중점을 두고 수사중인 부분이 있는데요. 미국에 머물고 있는 반체제 이슬람학자인 펫훌라흐 귈렌이 이번 사건을 배후 조종해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리려했다는 겁니다.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치적인 갈등을 겪은 뒤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인데요. 지난 7월 발생한 군사반란을 진압한 뒤 연루세력 숙청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터키 당국은 귈렌이 쿠데타 배경에 있다고 지목하고, 미국 측에 송환을 요구해왔지만, 번번히 거절당했습니다. 귈렌 측은 자신을 러시아 대사 피살사건 배후로 꼽은 터키 정부의 언급이 알려진 뒤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사망한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 대사는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어제(19일) 총격을 받고 숨진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는 향년 62세로, 20대 초반부터 40년동안 외교관 생활을 했습니다. 한국어를 잘해서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북한대사로 평양에서 근무했고요. 이후 러시아로 귀국해 외무부 영사국장을 지낸 뒤 지난 2013년 7월 터키에 부임했는데요. 지난 7월 쿠데타 진압 이후 대대적인 배후세력 숙청작업으로 인권탄압 사례가 빈발하면서 미국과 서방세력의 비판을 받고 있는 터키 정부가, 최근 러시아 당국과 가까워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유럽에서 테러 사건이 잇따랐군요?

기자) 네. 어제(19일) 오후 성탄절 장이 서있던 베를린 시내 브라이트샤이트 광장에 대형 트럭이 덮쳐, 최소한 12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지금까지 확인됐습니다. 트럭을 몰았던 사람은 사건 현장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독일 언론은 트럭을 의도적으로 장터 한복판으로 몰고가 사상자를 낸 이 용의자가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출신 난민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늘(20일) 회견을 통해 “현재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테러 공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설명하고, “만일 이번 공격을 자행한 사람이 보호받기 위해 독일에 온 난민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우리는 힘든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스위스에서는 총기 난사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같은 날 오후 스위스 취리히 시내 대형 이슬람 사원 인근에서 괴한이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인은 총을 쏜 직후 달아났는데요. 아직 정확한 신원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건이 발생한 이슬람 사원은 주로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기도하는 곳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렇게 사건이 이어지자, 유럽각국이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는 성탄절과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휴가철인데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무차별 공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유럽 각국이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독일 베를린의 성탄절 장터를 트럭이 덮친 사건 직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위로 메시지와 사건 수습 과정에 협력 의사를 전했고요. 곧이어 프랑스 전역의 테러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습니다. 체코 내무부도 주요 도시 곳곳에 무장경찰을 추가 배치하고, 성탄절과 연말연시 행사를 위해 군중이 밀집되는 장소 주변에 대한 경계수위를 상향 조절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에서도 테러 대비 태세 수위를 높였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독일 트럭 테러 직후 미국 최대도시 뉴욕 경찰국은 유니언 스퀘어와 콜럼버스 서클, 브라이언트 파크를 비롯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연말연시 행사 명소에 중무장한 긴급대응팀(SWAT)을 배치했습니다. 뉴욕경찰국 대변인은 이날(19일) 성명을 통해 “독일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긴급대응팀을 포함한 고도로 훈련된 병력을 명소에 배치해 만일에 사태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날 시카고 경찰국도 시내 유명 성탄절 시장이 서있는 네이퍼빌과 데일리 플라자에 경찰력을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 BRIDGE ///

진행자) 중국군이 타이완 상공을 비행하는 폭격기 사진을 공개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인민해방군이 타이완 상공을 비행하는 최신형 전략폭격기 훙6K의 모습을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사회연결망 '웨이보'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훙6K는 핵탄두를 포함한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12t까지 탑재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인데요. 공개된 사진은 지난 10일 타이완 남부 핑둥현의 베이다우산 상공을 비행하는 장면으로 보인다고 오늘(20일) 타이완 언론들이 분석했습니다.

진행자) 사진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전략폭격기가 지난 10일과 지난달 25일 타이완 상공을 선회 비행해, 미 해군 EP-3 정찰기와 공군 RC-135 정찰기가 대응 출동했던 것으로 일부 매체에 보도가 됐는데요. 중국 당국이 현장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타이완 신문 '연합보'는 “타이완 상공에 핵 폭격기가 나는 모습이 담긴 시각적 충격을 통해, 타이완 당국을 압박하려는 중국 정부의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중국이 이런 심리전에 나선 이유가 뭘까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달초 타이완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는데요. 1970년대 미국이 본토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뒤로는 양측 정상이 직접 접촉한 일이 37년만에 처음이었습니다. 중국은 타이완이 중국의 영토이고, 국제사회에서 타이완을 대표하는 것도 중국 정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미국 측에 항의했는데요.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갖가지 국제질서 위반 사례를 지적하면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얽매일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언론은 중국 당국의 이번 폭격기 비행 사진 공개가 타이완 당국의 독자적인 외교활동을 경고하는 의미 외에, 미국의 새 정부를 상대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라는 시위의 뜻도 담겨있다고 분석했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