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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탈북민들 '북한인권 가해사실' 공개 증언..."ICC 제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ICC제소, 북한 인권 가해 사실 증언공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전 북한 비사회주의 그루빠 일원 등 탈북자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ICC제소, 북한 인권 가해 사실 증언공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전 북한 비사회주의 그루빠 일원 등 탈북자들이 증언을 하고 있다.

한국 내 탈북민들 가운데 북한 당국의 지시로 인권 침해에 직접 관여했던 사람들의 인권 가해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탈북민 단체는 이 자료를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제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ICC 회부를 촉구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19일 서울에서 개최한 ‘ICC 제소, 북한인권 가해 사실 증언 공개 기자회견’에서 북한 당국의 지시에 따라 주민 인권 침해에 직접 참여했던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들이 나왔습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탈북 전 함흥공산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2000년 4월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비사회주의검열상무(비사회주의그루빠)’ 함경남도 검열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한 전력을 공개했습니다.

김 대표는 외부 세계와 접근하지 못하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비인간적 행위도 서슴지 않으면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한 이 조직의 활동을 상세하게 증언했습니다.

일례로 2000년 함흥시 동흥산 구역 개인주택 불신검문 과정에서 중학생 3명이 남한 드라마 ‘모래시계’를 몰래 시청하는 장면을 적발한 사건을 꼽았습니다.

도당위원회 선전비서의 아들이 녹화테이프를 가져온 것으로 드러나 아버지인 선전비서를 취조했는데 그 과정에서 선전비서는 열 손가락이 다 부러졌고 각목을 맞는 등 매일 고문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비사회주의검열상무에 관여한 3년 동안 500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다며 자신이 직접 하진 않았지만 손가락 꺾기나 각목으로 무릎 때리기, 손톱 뽑기, 전등 앞에서 잠재우지 않기, 굶기기 등 온갖 비인간적인 고문이 자행됐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가 속했던 비사회주의검열상무는 198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당과 군, 보위, 안전기관들에서 선출된 충성분자들로 조직됐습니다.

또 탈북민 출신으로 겨레얼통일연대의 장세율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암행어사’로 불리던 국방위원회 ‘109검열상무’ 조직에서 일했습니다.

장 대표는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망가진 영상저장 매체들을 살리거나 휴대용 도청장비나 전파감지기를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장 대표는 자신을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된 기술 팀에서 6개월 동안 저장매체를 살려 외부정보 시청 기록을 보고한 건수만 수 천 건이 넘었다며, 이런 집요한 분석으로 극형에 처해지거나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된 주민들도 상당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장세율 대표 / 겨레얼 통일연대] “저희들이 살려낸 (저장매체)기록 때문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겠구나, 수용소 내지는 교화소 이런 데서 피눈물을 흘렸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너무나 죄스럽습니다.”

노동당 경공업성 소속으로 2000년 7월부터 체코에서 합영 신발공장의 사장을 지낸 김태산 씨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여성근로자들을 현대판 노예라며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통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김 씨는 여성 근로자들의 월 급여가 150~170 달러 수준이었지만 숙식비와 식비 외에 당국에 상납하는 액수를 빼면 하루 1달러 정도로 생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노동자들은 가격이 저렴한 안남미나 마카로니를 구해 물을 부어 오랜 시간 끓여 조금씩 아껴 먹었다며, 이 때문에 영양실조와 체중 미달에 시달렸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탈북자 김태산 씨] “돈을 왜 우리가 번 거만큼 안 주고 이렇게 조금 주느냐고 물어보면 평양에선 너희들은 당에서 외화벌이하라고 보낸 당의 전사이지 자기 돈벌이하도록 보낸 게 아니라는 답변이 와요. 개인주의하려면 그런 사람들은 당장 들여보내라고 그래요.”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탈북민들이 북한인권 가해 사실을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증언자들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북한 당국을 ICC 법정에 세우기 위해 기자회견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흥광 대표 / NK지식인연대] “지금까지 나온 증거에 대한 보충의 의미와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 보는 시각에 따라 사건이 달리 구성되지 않습니까? 그런 범죄의 다양한 면들을 보여주자는 거죠. 직접 지시를 내가 받았다, 실제로 받았어요 우리가. 그러나 피해자는 그런 것을 모르지 않습니까?”

NK지식인연대는 이번 증언 자료들을 오는 23일 ICC에 제출하고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에도 제출할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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