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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통령 사임의사' 외신 긴급 타전…태국 와치라롱꼰 왕자, 국왕 추대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문을 발표한 29일 밤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담화문을 발표한 29일 밤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고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측근들이 관여된 갖가지 추문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9일) 자신의 임기를 단축할 수 있으며, 관련 일정을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외신들은 한국 대통령이 조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일제히 긴급 타전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태국 정부가 지난달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후계자인 마하 와치라롱꼰(64) 왕세자의 국왕 임명을 오늘 승인했고요. 이어서, 다음달 10년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일본 언론과의 고별 회견에서 자위대의 해외활동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힌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군요.

기자) 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2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고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치생활동안)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박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않고 물러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건데,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란 게 무슨 뜻인가요?

기자) 최근 수개월동안 한국에서는 박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최순실씨와 그 친·인척, 또 최씨의 측근들이 청와대의 비호 아래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인사와 외교 관련 사안에 관여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파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씨와 관련 인물들, 그리고 당시 박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들이 구속 수사를 받고있는데요. 검찰은 박 대통령이 주변인사들과 함께 관련 범행을 저지른 공범이라고 지목했습니다. 수사팀은 공소장에서 최씨 등이 박대통령과 ‘공모’해서 일을 저질렀다고 적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입건했지만, 박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급기야 국회는 박대통령을 탄핵하기로 뜻을 모아서 준비절차를 진행하고 있고요. 이와는 별도로 특별검사가 대통령과 그 주변을 수사해야한다고 합의해, 오늘 특검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진행자) 오늘 대통령 담화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 언론들은 대체로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탄핵 절차를 앞두고 시간을 벌고, 정치권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게 된 계기를 만든 초기 보도를 한 언론사 중에 하나인 세계일보는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담화도 분노한 민심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변명으로 일관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국회로 떠넘기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즉각 하야’나 적어도 ‘질서있는 퇴진’을 표명하기를 바랐던 민심과 동떨어진 ‘꼼수 회견’이란 비판이 많다”고 적었습니다. 국가기간 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최순실과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박대통령이 답하지 않고 퇴장했다고 전하면서 5분만에 담화가 끝났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박대통령 담화에 대해서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박대통령이 사임할 의사가 있다”고 긴급 타전했고요, 블룸버그통신은 “박 대통령이 임기 만료전에 직위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속보를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통해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도 “한국 대통령이 의회가 요구하면 사임한다”는 내용으로 대국민담화를 소개했습니다.

진행자) 주변국가들은 더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고요?

기자)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호외’를 발행했습니다. ‘호외’란 신문이나 잡지 같은 정기간행물의 발행 시점이 아닐 때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비정규판을 내는 건데요. 그만큼 박대통령 거취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높다고 볼 수 있는겁니다. 이 신문은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박대통령 사의 표명’이라는 제목을 단 호외를 통해 “한국 국정개입사건에 인책”, 다시 말해,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기 위해 임기 만료 전에 정권을 이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와 관련한 정치적 혼란에 대해,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외신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을 둘러싼 추문이 한국 사회에 측정하기 어려운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박 대통령은 당장 검찰에 나가 최순실과의 관계를 모두 털어놓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즉각 사임해서, 수개월· 수년동안 한국이 마비되고 정치적 다툼에 휘말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사설에서 “한반도가 항상 그랬지만 앞으로 몇 달은 특별히 더 위험할 것"이라고 적은 뒤 "북한 김정은이 최근의 혼란상을 한국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국 주요 도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최근 두 달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평화적 시위와 집회를 지지하는 우리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어제(28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시위 관련 보도를 봐서 내용을 알고 있다”면서 “국민은 당연히 정부에 대한 우려에 대해 나서 말할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의지가 확고하다고도 밝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상황이 “한국과 한국 정부, 한국 국민에 대한 우리의 방위 약속을 조금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우리의 모든 동맹과의 약속을 계속 확실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커비 대변인은 이어 “한국은 미국의 확고한 동맹이자 친구, 동반자”라면서 “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 그리고 한반도 안전에 대한 서약에 대해 아무것도 변할 게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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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태국의 왕위 승계 절차가 시작됐다고요?

기자) 네. 태국 정부가 지난달 13일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한 뒤 공석이었던 왕위를 후계자인 마하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승계하도록 하는 절차를 오늘(29일) 승인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부터 특별회의를 진행하는 과도의회 격인 ‘국가입법회의’가 조만간 와치라롱꼰 왕세자를 차기 국왕으로 추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와치라롱꼰 왕세자는 태국 짜크리 왕조의 10번째 왕, ‘라마 10세’로 등극하게 됩니다.

진행자) 푸미폰 국왕이 서거한 게 한달이 넘었는데 왜 왕위 승계절차가 미뤄져 온 거죠?

기자) 태국 정부는 푸미폰 국왕 서거 직후 왕위승계 절차를 시작하려했지만, 푸미폰 국왕이 지난 1972년 후계자로 지명했던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애도기간’을 더 가져야 한다면서 승계를 미뤘다고 BBC방송을 비롯한 외신들이 설명했습니다. 왕위 승계가 미뤄지면서 태국 정부와 왕실 사이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었는데요, 오늘 관련절차가 승인되면서 이 같은 우려가 불식된 셈입니다. 다만 와치라롱꼰 왕세자가 애도기간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 왕위에 오른 뒤에도 공식 대관식은 푸미폰 국왕의 화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0월 13일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태국의 차기 국왕으로 확정된 와치라롱꼰 왕세자,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와치라롱꼰 왕세자는 푸미폰 국왕의 네 자녀 가운데 유일한 아들입니다. 1952년생으로 올해 64세이고요. 영국과 호주의 사립학교에서 유학했습니다. 호주 캔버라의 왕립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 태국 육·해·공군 모두에서 장성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군 내에서 특별한 역할을 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잡한 사생활로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오르내렸고요, 이 때문에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아버지 푸미폰 국왕의 뒤를 이을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진행자) 태국의 왕위 승계가 현재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서 주목되는 중이라고요?

기자) 네. 현재 태국에서는 군부통치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2년 전 군사반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프라윳 찬 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부가 지난 8월 헌법 개정을 통해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는 정당성을 확보했습니다. 태국 정부가 왕위 승계를 미뤘던 와치라롱꼰 왕세자를 다그쳐 절차를 앞당긴 것은, 푸미폰 전 국왕에 비해 영향력이 낮은 왕세자를 앞세워 국정 장악력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일부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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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달 말 퇴임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일본 언론과 고별 회견을 했군요?

기자) 네. 10년에 걸친 두차례 임기를 마치고 다음달 자리에서 물러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일본 언론들과 고별회견을 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과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매체들은 오늘 회견내용을 일제히 전했는데요, 반 총장은 자위대의 해외활동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고요, 최근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뒤 “모국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심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이 말이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두가지가 회견의 요점이군요. 자위대의 해외활동에 감사한다고 말한 것과 귀국 후 활동 의지. 자세히 들어볼까요?

기자) 반 총장은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일본 자위대에 대해 “더 큰 공헌을 하려 하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교도통신이 전했습니다. 교도 통신은 반 총장이 해외파병 자위대의 새 임무인 ‘출동경호’를 염두에 두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출동경호는 해외파병 자위대의 무기 사용 가능성을 넓히는 조치인데요, 일본 자위대의 '군대화'를 경계한 일본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했던 조치여서 반 총장 발언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반 총장은 이어서 최근 한국 상황과 관련, “엄청나게 많은 국민의 분노와 불만을 보고 있다. 나도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명예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고 말한 뒤 “내년 1월 1일 한국으로 돌아가 무엇을 하는 게 가능할지 한국 사회의 지도자들과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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