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월요일(26일) 대선 후보들의 첫 번째 TV 토론회가 열립니다. 현재 주요 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막상막하이다 보니 TV 토론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는데요. 오늘은 TV 토론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죠. 김현숙 기자가 소개합니다.
[녹취: 2012 대통령 후보 토론회]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후보와 재선을 노리는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TV 토론회에서 열띤 논쟁을 벌였습니다. 1차 토론회에서 롬니 후보가 더 잘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2차 토론회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며 공방전을 이어갔는데요. 결국, 2012년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역대 대통령 후보 토론회를 보면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예상치 못했던 상황들이 연출되는가 하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 경우도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지난 1960년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들 간의 첫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와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와의 토론회였는데요. 현직 부통령으로서 경험과 인지도에서 앞서던 닉슨 후보는 예상과는 달리 새내기 정치인이었던 케네디 후보와의 토론에서 참패하고 맙니다.
[녹취: 케네디 대통령 토론회 연설]
젊고 자신감 있는 모습에 똑 부러진 토론 실력을 보인 케네디 대통령은 수많은 유권자들을 매료시켰고 결국, 케네디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죠.
조지 메이슨 대학의 제러미 메이어 박사는 이런 결과는 TV 토론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조지 메이슨 대학 제러미 메이어 교수]
TV 토론회는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건데요. 유명한 후보와 얼굴을 맞대고 토론을 하면서 지명도가 낮은 후보 역시 동등한 관심을 받게 되고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겁니다.
미국에서 TV 토론회가 처음 열린 건 1960년이지만, 그 이전에도 대통령 후보들의 정치 토론회는 있었습니다. 사회자를 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토론하는 식이었는데요. 그러다가 1920년대 라디오가 보급되면서 이런 토론이 라디오로 중계되기 시작했고요. 이후 텔레비전이 대중화되면서 1960년에 TV로 생중계되는 토론회가 처음 열린 겁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법으로 규정돼 있는 건가요?”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1960년에 첫 TV 토론회가 열리긴 했지만 이후 중단됐다가, 1976년에 가서 다시 열렸습니다.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 주지사를 지낸 지미 카터 후보와 공화당 소속의 제럴드 포드 대통령 간의 TV 토론회였는데요. 포드 대통령이 TV 토론회에서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녹취: 포드 대통령 1976년 TV 토론회]
포드 대통령은 동유럽에서의 소련의 영향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동유럽은 더 이상 소련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말한 건데요. 카터 후보는 포드 대통령의 실언을 지적했고, 바로 이 실수가 포드 후보가 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토론회 이후부터 미국 대선 후보의 토론회는 일종의 필수과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데요. 당시 두 후보는 모두 3차례의 토론회를 했는데 지금도 3차례 TV 토론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요?”
TV 토론회는 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양자 간의 토론으로 진행됩니다. 토론회에 참가할 수 있는 조건이 전국 주요 5개 여론조사에서 15%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후보이다 보니 군소정당의 후보는 참여하기가 힘들죠. 그리고 대체로 사회자와 질문단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후보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TV 토론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통령토론위원회’라는 비영리기구가 주관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의 경우 26일 뉴욕 주의 헴스테드에서 첫 번째 토론이 열리고 10월 9일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와 19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총 3차례 진행됩니다.
“대통령 후보 토론회의 영향력은 얼마나 큰가요?”
대선 후보 토론회는 후보들의 공약을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후보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980년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와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 간의 토론회인데요. 카터 대통령이 공격을 해오자, 극우 성향의 이미지였던 레이건 후보는 “또 시작이군요.”라며 가볍게 웃어넘겼죠.
[녹취: 카터, 레이건 후보 1980년 토론회]
또한 레이건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대선 후보 토론회의 표본이라고 불리곤 하는데요.
[녹취: 레이건 후보 1980년 토론회]
“유권자 여러분,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십시오. 4년 전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진 것 같습니까?” 라고 질문을 던진 겁니다. 그리고 레이건 후보는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됐죠.
이렇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대통령 토론회이다 보니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들어 대선 후보들이 토론회에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조지 메이슨 대학의 제러미 메이어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조지 메이슨 대학 제러니 메이어 교수]
최근 들어 TV 토론회를 생방송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차 줄어들면서 예전처럼 직접적인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발전했기 때문에 실수라도 하면 타격이 더 크다는 겁니다. 실수하는 장면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급속히 확산돼 후보를 끈질기게 괴롭히게 된다는 거죠. 따라서 후보들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철저하게 TV 토론회에 대비한다는 겁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첫 TV 토론회였던 케네디 후보와 닉슨 후보 토론회는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3인 7천만 명이 시청했고,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존 매케인 후보 토론회의 경우도 6천만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선 토론회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TV를 통해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현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