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내일(2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이 막을 올립니다. 북한은 올해 불참하는데요, 이번 포럼 최대 관심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만남입니다. 아베 총리가 러시아와의 최대 현안인 ‘북방영토’ 분쟁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할 전망인데요, 어떤 건지 들여다 보겠습니다. 필리핀의 독재자였던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하는 계획에 대해 현지에서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오늘 개표결과가 확정 발표된 아프리카 가봉 대통령 선거를 두고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소식부터 살펴보죠.
기자) 내일(2일)부터 이틀동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제2차 동방경제포럼이 진행됩니다. 개최국 러시아와 아세안 회원국들을 비롯, 일본과 중국, 한국 등 ‘동방’지역 주요국가 지도자와 정부 관계자, 경제계 인사 2천500여명이 한 곳에 모여 동아시아 지역 투자와 경제활성화 의제를 중심으로 역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됩니다. 올해 포럼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각각 진행할 양자회담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중입니다.
진행자) 러시아와 일본은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는 중인데, 이번 행사를 통해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수도 있다고요?
기자) 네. 러시아의 동쪽 끝에 위치한 캄차카 반도와 일본 열도 북쪽 끝 사이에 있는 섬들을 놓고 두 나라가 오랫동안 분쟁을 겪어왔는데요, 러시아에서는 ‘쿠릴열도 분쟁’, 일본에서는 ‘북방영토 문제’라고 부릅니다. 지난 5월 러시아 소치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기존의 발상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로 의견 일치를 봤기 때문에, 이번 포럼 중 진행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합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일본 언론들이 예측했었는데요. 그 ‘새로운 접근 방식’이 뭔지, 오늘 일본 정부 관계자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영토 분쟁을 해결할 ‘새로운 접근 방식’이 뭔가요?
기자) 쿠릴 열도에 속한 섬들 가운데, 지리적으로 일본 쪽에 가까운 4개 섬,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을 2차대전 이후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이 꾸준히 영유권을 주장해왔습니다. 이게 70여년을 끌어온 두 나라 사이의 영토 분쟁의 핵심인데요, 일본은 러시아 정부가 이들 ‘북방영토’를 ‘반환’하면,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 1만7천여명의 거주권을 전폭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자치기구를 구성하는 수준의 독립적인 지역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러시아가 섬들을 일본에 돌려주면, 거기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이 자치 사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인정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본은 근대화 이후 고도의 중앙집권 국가를 이룩하면서 소수민족의 자치기구를 인정한 적이 없었는데요, 이번 포럼 중에 이처럼 예외적인 수단을 러시아 측에 제시하면서 ‘북방영토’를 돌려받을 수 있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 계획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을 바꿀 정도로 일본이 적극적이라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는 오늘(1일) 발표한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러시아 경제분야협력담당상’을 신설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지원을 전담할 장관급 각료 직위를 새로 만든 건데요, 일본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이 업무를 겸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산업 협력과 지원을 진행하게 됩니다. 일본의 ‘러시아 경제문제협력담당상’은 러시아가 ‘북방영토 반환’에 합의할 경우, 러시아 국영전력회사에 약 3억3천만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일본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돕는 구체적인 정책 집행 방향도 세워놓은 상태입니다.
진행자) 쿠릴열도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자치권을 보장하는데 더해, 러시아에 대규모 경제 지원까지 하는 거군요?
기자) 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북방영토 분쟁 해결 방안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퍼주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일본 현지에서도 나오고 있는데요,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오랫동안 60%를 넘기는 중이라, 이런 비판 여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진행자) 자치권과 경제적 지원, 이 두가지 제안을 러시아 쪽에서 받기만 하면 ‘북방영토 문제’, ‘쿠릴열도 분쟁’이 해결되는 군요?
기자) 관건은 러시아 쪽 반응인데요. 러시아 국민들이 쿠릴 열도를 일본에 넘기는 것을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달초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공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쿠릴 4개 섬을 일본에 돌려주는 데 반대하는 비율이 78%에 달했습니다. 찬성 의견은 7%에 불과했고요. 일본은 이번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 진행될 러시아와의 정상회담과, 오는 12월로 예정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일정 안에 ‘북방영토’ 분쟁을 해결하고, 2차대전 종전 이후 아직도 마무리를 보지 못한 두 나라 사이의 평화조약까지 체결하겠다는 구상인데요, 이 모든 문제가 러시아 정부의 의중에 달려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이번 동방경제포럼 기간 중 개최국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하죠?
기자) 포럼 둘째날 일정 가운데 러시아와 한국의 정상회담이 계획돼있다고 크렘린궁 측이 밝혔습니다. 유리 우샤코브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의 단독 회담으로 시작돼, 두 나라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배석하는 확대 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히고 “2014년을 정점으로 두 나라 사이의 교역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 이번 포럼을 계기로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제를 설명했습니다.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단독 회담이 진행되는 초반부에 두 정상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누게 될 전망인데요, 당초 이번 포럼 참석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북한 대표단은 나오지 않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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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국립 영웅묘지’에 안장하는 계획을 두고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고요?
기자)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지난 1965년 집권한 이후 1972년 계엄령을 선포하고 장기 독재를 이어간 인물입니다. 이후 코라손 아키노를 대통령으로 만든 1986년 민주화 시위인 ‘피플 파워’ 혁명을 통해 20여년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뒤 하와이로 망명했다가 1989년 사망했습니다. 재임기간 중 각종 인권 탄압과 비민주적 통치 행태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는데요,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는 지나친 사치 행태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초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국립 영웅 묘지’에 안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필리핀 전국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계속되면서, 취임초 최고조에 이르렀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입니다.
진행자) 독재자였기 때문에 국립묘지에 묻으면 안된다는거군요?
기자) 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시신은 하와이에서 미라 형태로 보존된 뒤 필리핀 고향 마을로 옮겨진 상태인데요. 유가족 측의 요청에 따라 오는 14일 영웅묘지에 안장될 예정입니다. 필리핀 정부는 마르코스가 전직 대통령인데다가, 나라의 안전을 위해 싸웠던 군인 출신이어서 영웅묘지에 묻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은 “독재자를 영웅 취급하는 정부는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면서, 두테르테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중입니다.
진행자) 필리핀 대법원이 이 문제를 심리중이라고요?
기자) 네. 지난달 7일 필리핀 정부가 마르코스 전 대통령을 국립영웅묘지에 안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법원에 ‘행정집행중지 가처분 소송’을 잇따라 냈습니다. 정부 조치가 부당하기 때문에, 실제로 집행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건데요. 굵직한 관련 소송 사례만 6건에 이르고,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부분이라 대법원이 직접 심리를 진행중입니다. 어제(31일) 필리핀 대법원이 진행한 소송 제기인 측 의견 청취에서는 마르코스 전 대통령 시절 있었던 다양한 독재 행태와 불법 통치 사례들에 대한 증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진행자) 어떤 증언들이 있었나요?
기자) 필리핀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민권운동가 에타 로살레스가 이날 대표 증인으로 나섰는데요, 로살레스는 “마르코스 재임시절 경찰과 군대를 비롯한 공권력이 7만5천여명 이상을 잡아들여 고문과 강간 등 갖은 악행을 자행했다”고 대법관들에게 설명한 뒤, 자신과 여동생이 겪었던 개인적 고통을 회고했습니다. 그는 “반국가 활동 혐의로 나를 잡아간 정보기관원이 내 입에 권총을 집어넣고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면서 비웃었다”고 증언하면서, “내 여동생은 불법서적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고문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필리핀 언론들은 로살레스를 비롯한 마르코스 재임 당시 고문· 감금 피해자들의 증언을 크게 다루면서 대법원 심리 결과를 조심스럽게 예측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요?
기자) 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 ‘폭력조직과의 전쟁’을 내세워 마약· 범죄 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업을 진행중인데요.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오늘(1일)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검거한 무기 밀매 용의자로부터 두테르테 대통령 암살 음모와 관련한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무기 밀매 용의자는 자신이 거래하던 사람 가운데 하나가 ‘두테르테 대통령 암살에 쓰일 총기를 주문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경찰에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필리핀 범죄조직이 두테르테 대통령에 맞서기 위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L과 접촉한 정황도 드러났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오늘 회견에서 “거물 마약상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ISIL과 접촉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필리핀 남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반군단체 ‘방사모로자유전사단’(BIFF)도 마약조직들의 대통령 암살 음모 협력 대상에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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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프리카의 가봉에서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장기집권하게 됐다고요?
기자) 지난 2009년 집권한 서아프리카 가봉의 알리 봉고 온딤바 현 대통령이 부정 선거 논란 속에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42년동안 가봉을 통치했던 아버지 오마르 봉고 온딤바 전 대통령에 이어, 반세기가 넘는 봉고 가문의 장기 집권이 계속될 예정입니다. 가봉 내무부는 오늘(1일) 대선 개표 결과를 확정 발표하면서, 봉고 대통령이 득표율 약 50%를 기록하며 약 48%를 얻은 야당의 장 핑 후보를 5천594표 차로 가까스로 따돌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짙다고요?
기자) 이번 가봉 대통령선거 결과와 관련, AFP 통신은 “가봉 전체 9개주 가운데 봉고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주의 투표율이 99.93%로 나왔다”고 전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는데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난 이 지역에서 봉고 대통령은 득표율 95.5%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야당은 물론 선거결과에 불복한 시위대와 군경 간 충돌까지 벌어지면서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시위대는 대통령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요?
기자) 대선 결과 발표를 전후해 가봉 수도 리브르빌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진압경찰과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위대 일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습격을 시도하기도 했는데요, 정부는 군대를 투입하면서 맞섰습니다. 시위대는 봉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면서 대통령궁으로 행진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 등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치는 등 20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