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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베트남 무기 금수 전면 해제...오바마 히로시마 방문에 전쟁포로 출신 노병 동행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풀기로 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포로였던 미군 노병과 히로시마 방문에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세계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제1회 세계 인도주의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진행자) 먼저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소식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베트남을 방문 중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 (22일) 늦게 베트남에 도착해 23일(월요일)부터 공식 일정에 들어갔는데요. 월요일(23일)에는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두 나라 간의 군사, 통상, 보건, 인적 교류 확대 계획 등에 대해 밝혔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전격 해제할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있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발효돼온 베트남에 대한 군사장비 판매 금지를 전면 해제한다”며 그간의 보도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지만, 베트남에 대한 무기 판매는 여전히 인권 문제 등 엄격한 요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래도 베트남이 앞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무기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 주석은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은 양국 정상이 군사, 보건, 통상, 인적 교류 등 다양한 현안들에 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면서 두 나라가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쩐다이꽝 주석은 이로써 미국과 베트남의 고통스러운 역사의 한 장이 끝나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도 과거 오랫동안 미국과 베트남은 협력과 갈등의 관계였다면서 지난 1995년 관계 정상화를 선언한 이후 이제 두 나라는 새로운 순간을 맞고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베트남 방문은 8년 임기 중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베트남을 방문한 대통령은 또 없습니까?

기자) 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이후 미국 현역 대통령으로는 처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고요.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도 지난 2006년 베트남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각에서는 미국과 베트남 간의 최근 이런 움직임에 대해, 혹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최근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중국이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베트남을 비롯해 주변국들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요. 미국은 공해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를 이유로 최근 이 지역에 대한 순찰 활동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종종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번 결정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이제 대립과 반목을 끝내길 원하는 많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의 뜻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중국 정부는 23일(월요일)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놨는데요. 중국 외교부의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베트남의 우방으로서, 두 나라의 협력 관계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 발전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밖에 정상회담에서 어떤 내용이 합의됐나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과 꽝 국가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중국과의 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악화 방지와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안보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요. 또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베트남에 사상 처음으로 평화봉사단(Peace Corps)지부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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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에 이어서 일본을 방문하게 되죠?

기자) 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일본을 방문하면서 오는 금요일(27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았던 히로시마에도 들를 예정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히로시마 방문에는 당시 일본군에 잡혀 포로생활을 했던 미 육군 재향 군인, 올해 94세의 대니얼 크롤리 씨가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대통령과 히로시마에 동행하는 대니얼 크롤리 씨,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일본 교도 통신에 의하면, 크롤리 씨는 미 육군 항공대 소속으로 2차 대전에 참가해 지난 1942년 필리핀의 바탄 반도에서 부대원들과 함께 일본군의 포로가 됐습니다. 크롤리 씨는 1944년 3월, 참전 군인들이 ‘지옥선’이라고 부르는 배편으로 일본으로 이송됐습니다. 이후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도쿄 북동부 히타치의 구리광산에서 강제노역에 종사했습니다.

진행자) 크롤리 씨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동행하게 된 경위는요?

기자) 크롤리 씨와 함께 일본군에 전쟁 포로로 잡혔던 미 참전 군인들의 모임인 ‘바탄· 코레기도르 방어 미군 추모회’ 측은 앞서 오바마 대통령 앞으로 보낸 공개 서한을 통해 ‘일본에서 사망한 미군 포로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추도할 때까지 히로시마행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이 같은 인연으로, 추모회원 중 한 명인 크롤리 씨가 히로시마 방문 길에 동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크롤리씨가 동행할 거라는 보도를 부인했다고 AP 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크롤리 씨의 동행 소식에 대한 일본 현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교도 통신은 참전 미군의 히로시마행에 대해 “전쟁의 피해자는 일본만이 아니라는 점을 내외에 강조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일요일 (22일)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계획을 전반적으로 짚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미·일간 역사논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진행자) 역사 논쟁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거죠?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 (22일) 방영된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방문 때 밝힐 메시지에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고, 그것을 검증하는 것은 역사가의 몫”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두 나라 국방장관이 통화를 했다고요?

기자) 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토요일(21일) 오키나와 주둔 미군 군무원에 의한 일본인 여성 살해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와 관련, 성명을 통해 카터 장관이 이날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과 통화하고 일본인 여성 사망에 대해 “애도와 유감을 표했다”며 “희생자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방장관이 일본에 사과한 게 어떤 사건에 관한 겁니까?

기자) 앞서 지난 19일 일본 경찰은 오키나와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회사원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주일미군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 해병대 출신 30대 군무원 케네스 프랭클린 신자토 씨를 체포했습니다. 이날 곧바로 오키나와 현지를 찾은 나카타니 일본 방위상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 최고 책임자인 로런스 니컬슨 제3해병 원정군 사령관을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항의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노력을 촉구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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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난민 문제를 놓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의견을 나눈다고요?

기자) 터키 정부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주관하는 ‘제1회 세계인도주의정상회의’가 월요일 (23일) 터키 수도 이스탄불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는 수요일(25일) 까지 계속될 이번 회의에는 193개 유엔 회원국 중 125개국이 참가합니다. 국가 정상급 지도자 50명을 비롯해 비정부기구(NGO)와 학계·언론계 인사, 인도주의 활동가, 청년대표 등 민간 분야 5000여 명도 함께 참가합니다.

진행자) 난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터키에서 모인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터키는 최근 유럽 인근에서 난민 수용에 관한 가장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터키는 지난 2011년 중동 각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번졌던 ‘아랍의 봄’ 이후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진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지에서 난민 300여만 명을 지금까지 받았습니다. 특히 시리아 출신 난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이번 국제회의가 성사된 계기가 있다고요?

기자) 네. 이번 회의는 난민 문제와 관련해, 4년 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150여개국 관계자를 면담한 뒤 설정한 ‘인도적인 의제(Agenda for Humanity)’를 토대로 성사됐다고 주요 언론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내세운 ‘인도적인 의제’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분쟁을 예방하고 끝낸다’, ‘전쟁 관련 규범을 준수한다’, ‘(난민을) 한 사람도 방치하지 않는다’,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르게 일한다’, 그리고, ‘인류애에 투자한다’ 등 다섯 가지입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종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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