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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첫 여성총통 차이잉원 취임...오바마 내주 베트남 방문, 인권·교역 등 주요 안건


20일 타이완의 차이잉원 신임 총통(왼쪽)이 취임 후 첫 공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20일 타이완의 차이잉원 신임 총통(왼쪽)이 취임 후 첫 공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20일) 타이완 역사상 첫 여성 총통으로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취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즉각 차이 총통의 취임사 내용을 문제 삼아, 강력한 비판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오는 22일부터 나흘 동안 베트남을 방문합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는 베트남을 확실한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기 금수 해제는 물론, 그밖에 각종 지원책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올해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름 나기 계획 철저히 세우셔야 할 텐데요. 자세한 소식 이어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새 총통 취임식이 오늘(20일) 진행됐죠?

기자) 한국에서는 한때 ‘대만’이라고도 불렀죠. 타이완의 차이잉원 민진당 주석이 오늘 14대 총통에 취임했습니다. 취임식은 오늘 오전 타이완 수도 타이베이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대도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차이 총통은 타이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입니다. 게다가 중화권 전체를 통틀어서도 당나라 측천무후 이래 첫 여성 통치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차이 신임 총통은 총통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정권 승계의 상징인 국새를 인수했습니다.

진행자) 취임사에 나타난 타이완 새 정부의 계획,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경제가 화두였습니다. 차이 총통은 취임 연설 대부분을 할애해, 청년실업 해소와 이를 위한 개혁작업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근 몇 년 새 타이완에서는 극심한 취업난과 함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주민생활 양극화 현상이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3월 타이완 대학생들이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협정에 격분해 입법원 점거 사태를 벌인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입니다. 이 사태는 ‘해바라기 운동’이라고 불리면서 근래 타이완 사회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됐는데요. 타이완 청년층의 국민당 마잉주 정권에 대한 분노가 결국 8년 만의 정권교체로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요즘 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놓고 보면, ‘경제를 살려라’ 하는 게 정치권에 대한 공통적인 요구네요.

기자) 네. 경제난 해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바람은 타이완에서도 예외가 아닌데요. 타이완에서는 특히 청년층의 실업률과 저임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취업도 잘 안 될뿐더러, 직장을 얻더라도 돈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이 총통이 취임 일성에서 “가장 중요하고, 내가 특별히 강조해야 하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저임금 현실”이라고 밝힌 것은 현실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청년실업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합니까?

기자)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타이완의 20대 청년 실업률은 12%대까지 급등했습니다. 타이완 전체 실업률이 4%선에 머물고 있는 데 비해, 3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입니다. 실제 타이완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법정 최저임금인 월 613달러(2만8 타이완 달러)보다 조금 높은 671달러(2만2천 타이완 달러)를 평균 초임으로 받는다고 해서 ‘22K 세대’로도 불립니다. 지난해 한 타이완 신문은 “한국의 대졸 초봉은 2천249달러(7만4천 타이완 달러)로 대만 대졸자의 2.78배”라는 기사를 내보내서 타이완 젊은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차이 총통이 소속된 민진당이 타이완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시키자는 주장을 꾸준히 펼쳐왔기 때문에, 새 총통이 독립 논의에 대한 입장이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기자) 차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양안 관계, 다시 말해 중국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안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타이완의 새 정권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습니다. 타이완을 중국의 국가 주권이 미치는 영역 아래 놓인 자치구역으로 묶어두겠다는 중국의 입장에 화답하라는 것이었는데요. 차이 총통은 이날 취임사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담은 지난 1992년 양측의 합의사항인 ‘92공식’에 대해, 과거 양안 회담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만 언급했을 뿐, 92공식 자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음으로써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 내지는,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의 탈피 쪽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독립을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또 중국 측이 요구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언급을 피한 건데요. 이런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서 중국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중국은 차이 총통의 취임식 직후 즉시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 “타이완 정국에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타이완 독립 반대, ‘2개의 중국’ 반대, 또한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타이완’ 반대라는 중국의 입장은 모두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화 대변인은 이어, 차이 총통이 취임사에서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타이완의 국제적 지위를 제고하겠다”고 말한 데 대해 “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는 중국이 세계 각국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정치적 기초이자 전제조건”이란 점을 거듭 힘줘 말하면서, 타이완이 독자적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을 앉아서 지켜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의 새 정권과 중국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두고 봐야겠군요.

기자) 네. 차이잉원 신임 타이완 총통은 친중국 노선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유화적인 정책을 펼쳤던 전임 마잉주 총통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차이 총통은 오늘 취임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타이완 민주화와 독립을 염원하는 저항 가요 ‘메이리다오(美麗島)’를 합창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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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에 베트남을 방문하는 길에,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요?

기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 처음으로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베트남 신임 국가지도부와 만나 두 나라 사이 현안과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인데요. 중국의 남중국해 패권 확장에 맞서기 위해 베트남과의 협력 강화가 중요한 것으로 보고, 경제·사회 개발은 물론 안보·국방 분야에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미국이 베트남에 이번에 어떤 걸 해줄 수 있습니까?

기자) 대표적인 것이 살상무기 금수 조치 해제입니다. 미국과 베트남은 베트남 전쟁에서 맞서 싸운 적대국이었죠. 미국은 종전 약 10년 후인 지난 1984년, 베트남의 인권상황을 문제 삼아 무기 금수 조치를 발동했는데요, 1995년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한 이후, 지난 2006년 살상능력이 없는 무기에 한해 수출 금지를 해제했습니다. 이후 살상무기 금수조치도 2014년 10월 P-3C 초계기 등을 비롯한 일부 항목이 풀렸습니다. 베트남은 최근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적으로 풀어줄 것을 미국에 꾸준히 요구해왔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 동안 금수 조치 전면 해제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이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 조치 전면 해제를 지지한다고 밝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베트남 전쟁의 후속 조치도 있을 거라고요?

기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이 베트남전 때 살포한 고엽제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불발탄 제거를 위한 협력 방안도 논의할 계획입니다.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자는 300만∼48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베트남 전역에 남아있는 불발탄은 약 80만t으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제거된 비율은 3~4%에 불과해, 폭발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밖에 두 나라 사이에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조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 베트남과 TPP 이행 방안을 협의합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7월 국회에 TPP 비준 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앞서, 남중국해 분쟁을 둘러싸고 미국이 베트남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중국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 일정은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베트남 방문과 대비되면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베트남 지도부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악화 방지와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돈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베트남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하나요?

기자) 시 주석과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회담 직후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5년간 베트남이 학교, 병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건립하는 데 1억5천만 달러를 지원합니다. 중국은 또한 베트남 동북부 몽까이-번돈 구간 고속도로 건설에 3억 달러, 하노이 도시철도 건설에 2억5천만 달러를 저리 장기대출 조건으로 빌려주게 됩니다. 낮은 이자율로 오랜 기간 빌려주는 거죠. 이들 3개 사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액만 7억 달러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다른 협력사업까지 포함하면, 중국의 베트남 지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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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곳 미국 워싱턴은 올봄 유난히 비도 잦고,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올해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지구 전체적으로 가장 더운 해가 될 것 같다고요?

기자)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달은 137년 전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4월 기온으로는 가장 따뜻한 달을 기록, 지난해 5월부터 한 달도 빠지지 않고 12번째 가장 더운 달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이런 기록 경신의 규모가 예년에 없었을만큼 크기 때문에, 연초부터 4개월까지의 기온만으로도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의 전망을 통해 보도했습니다.

진행자) 아닌 게 아니라, 벌써부터 세계 각지에서 폭염과 가뭄 소식이 들려옵니다.

기자) 오늘(20일) 영국 BBC방송이 전한데 따르면, 인도의 라자스탄주에서 낮 최고 기온이 섭씨 51도에 이르러, 인도 역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했습니다. 인도 북부지역에서는 최근 몇주 동안 기온이 40도를 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지난해에도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되면서 2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올해 벌써부터 상당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밖에 스리랑카에서는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고 있고요. 중앙 아시아 내륙과 북 아프리카에서도 이상 고온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진행자) 이런 기록적인 무더위의 원인이 뭐죠?

기자) 강력한 고온현상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강하게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이 큽니다. 지난 겨울 한동안 유난히 따뜻하지 않았습니까? 12월 중순 미국 워싱턴DC에는 때아닌 벚꽃이 만개했고, 알프스 스키장들은 눈이 녹아 맨땅이 드러났죠.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이 기간 북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이처럼 지난 겨울 전 세계에 기상이변을 몰고 왔던 슈퍼 엘니뇨는 급격하게 약해져 점차 소멸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번엔 엘니뇨와 정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나타날 것으로세계 기상기구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더 차가워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가뭄 피해지역에는 홍수가 닥치고, 홍수를 겪었던 곳에는 가뭄이 이어지는 등, 슈퍼 엘니뇨로 고통받은 지역들이 라니냐로 다시 고통을 받는 기후 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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