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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에 인권 강조...ISIL, 점령지 축소되자 '존재감 과시용' 테러 남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 (자료사진)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오종수 기자 함께 합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인권과 법치를 강조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IL이 본거지였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점령지를 상당 부분 잃자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테러를 잇달아 저지르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가 러시아 운동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파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진행자)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다고요?

기자) 네. 백악관이 화요일 (17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두테르테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필리핀 대통령 선거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유권자들의 참여가 높았던 점 등을 언급하면서,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필리핀의 활기찬 민주주의’를 높이 평가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과 법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고 하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백악관은 이번 통화가 개인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 중 상당 시간을 할애해 인권과 법치를 강조했다고 합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포용적인 경제성장 등 두 나라가 공유하고 있는 항구적인 가치들을 부각시키면서 이런 가치들을 토대로 두 나라가 오랫동안 동맹 관계를 맺어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두 지도자는 또 이러한 가치들을 토대로 양국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나가기로 재확인했다고 합니다.

진행자) 보통 국가 정상들 사이에 당선축하 인사를 할 땐 의례적인 덕담이 오고 갈 텐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인권이나 법치를 강조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기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는 이번 선거 운동 기간에 “인권 관련 법규들은 잊어라,” 이렇게 말하면서 범죄자들을 즉시 처형시키겠다는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워 득표율을 끌어올렸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통화에서 인권과 법치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두테르테 당선자의 초법적인 행보를 우려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또한 지난 일요일(15일) 대통령 당선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범죄 용의자와 조직 범죄자에 대한 사살 명령을 경찰에 내리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범죄 용의자라면 아직 유죄가 입증되지도 않은 사람인데요, 범죄를 저질렀을지 모른다는 의심만으로 즉각 사살하겠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실제로 두테르테 당선자가 22년 동안 시장을 지낸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에서는 범죄자 약 1천700명이 재판 없이 처형되는 등 초법적인 일들이 벌어졌었습니다. 더우기 두테르테 당선자는 이번 필리핀 대선과정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바오 시장으로서 범죄자들을 처단해왔던 것과 똑같이 하겠다,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마닐라만에 버리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때문에 두테르테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면 필리핀에서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독재가 부활할 것이라는 비판이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선거 과정에서야, 표를 모으기 위해 자극적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공식 당선자 신분이 된 지금은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해서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두테르테 당선자는 필리핀의 대통령 당선자로 국제 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후에도 돌출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당선 직후, 과거 교황에게 막말을 하고 성직자들을 폄훼했던 일을 사과하기 위해 바티칸 방문 계획을 대대적으로 알렸다가 최근 돌연 취소했습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지난 주말 기자회견에서 “이미 바티칸에 사과 편지를 보냈으니까 충분하다. 더 이상은 없다”며, 얼마 전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던 교황청 방문 계획을 말 한마디로 뒤집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당선자가 ‘세습정치’를 한다는 비판도 있죠?

기자) 네, 두테르테 당선자가 필리핀 남부도시 다바오의 시장직을 일곱 차례나 지냈는데요. 이번에 딸인 37세의 사라 두테르테가 시장직을 이어받게 됐습니다. 아들인 파올로 두테르테는 다바오시 부시장에 취임하게 됩니다. 물론 두테르테 당선자의 자녀들이 선거를 통해 시장과 부시장직에 당선됐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후손들이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는 ‘가문정치’에 염증을 느낀 필리핀 유권자들의 지지가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자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는 점에 비춰볼 때,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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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ISIL)의 테러 공격 소식이 최근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졌는데요. 이 소식 전해 주시죠.

기자) 네. ISIL이 태동 이후 줄곧 활동 근거지로 삼아왔던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점령지를 상당 부분을 잃었습니다. 미국 일간 신문 USA투데이 화요일(17일)자 보도에 따르면, ISIL은 한때 장악했던 이라크 땅을 45%, 시리아 땅을 20%가량 상실했습니다. 이렇게 되면서 꾸준히 세가 줄어들자 ISIL은 최근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듯한 무차별 테러 공격을 잇따라 저지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ISIL이 자행한 테러 공격이 어떤 게 있었죠?

기자) 지난 1주일 동안 이라크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테러로 200명 이상 숨졌습니다. 화요일 (17일) 하루에만 바그다드의 시아파 거주지 시장과 식당 등지 4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적어도 69명이 사망했고, 이틀 앞선 일요일(15일)에는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0㎞가량 떨어진 타지 마을에 있는 천연가스 발전소에서 자살폭탄 공격과 함께 총격전이 벌어져 적어도 1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한, 지난주 수요일(11일)에는 바그다드의 시장에서 사람들로 붐비는 시간에 폭탄이 터져 최소한 62명이 사망했습니다. ISIL은 이들 테러사건 직후 속속 배후를 자처했습니다.

진행자) 겨우 1주일 동안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네요.

기자) 네. ISIL은 최근 꾸준히 세력이 약해진 데 대한 반격으로 민간인에 대한 이 같은 폭탄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고 USA 투데이는 지적했습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와 미국주도 국제연합군 관계자들 역시 ISIL이 정규전에서 밀리면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기 위해 ‘게릴라’식 테러 공격, 그러니까 갑자기 급습하는 방식의 공격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라크의 정정이 불안한 것도 이런 상황에 한몫을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기자) 네, 일각에서는 이라크가 정정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틈을 타 정부를 와해시켜, ISIL이 이라크를 통째로 차지하기 위해 공세를 강화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고질적인 종파간 갈등과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미 궁지에 몰린 이라크의 하이데르 알아바디 정부가 ISIL의 잇따른 테러로 더 큰 압박을 받고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알아바디 총리가 종파 간 갈등을 해결하겠다면서 전문 관료 출신으로 구성한 내각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하기도 했죠?

기자) 네, 하지만 일부 후보자에 대한 의회 표결이 무산되면서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와 추종자들은 거세게 반발해왔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정부 청사와 의사당, 외국 공관을 비롯해 국가 기간시설이 모여 있는 안전지대인 ‘그린존’ 방벽을 넘어 한때 의사당까지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그 이후로 이라크 정부는 거의 마비 상태에 있습니다. ‘그린존’이 외부 세력에 뚫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한편으로는 ISIL이 주 활동무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세력이 약해지면서, 내전으로 불안정한 리비아를 노리고 있다는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이탈리아, 독일 등 각국 외교장관들이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국제정세를 논의한 자리에서도 리비아를 ISIL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미 국무부 측은 ISIL이 “리비아는 물론 인근 지역에 거대한 문제”라는 점에 주요국 외교장관들이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어 “리비아는 북아프리카와 근동지역은 물론, 지중해와 유럽으로 향하는 요충지”라면서 “다에시(Daesh)가 리비아에 발을 담그는 일은 모두에 불행한 사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에시는 ISIL을 낮춰 부르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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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은 미국 검찰이 러시아 운동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사건을 수사한다는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미국 법무부가 최근 불거진 러시아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파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화요일(17일) 보도했습니다. 타임스는 미국 뉴욕 동부지방 연방검찰청이 러시아 관리들과 선수, 코치, 반도핑 당국자들을 비롯해 금지 약물 복용과 관련해 불공정하게 이득을 취한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이번 사건에 정통한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불거진 러시아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파문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주 목요일(12일)자에서,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때 러시아 정부가 개입한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메달을 딴 자국 선수가 최소 15명에 달한다고 그레고리 로드첸코프 당시 러시아 반도핑 기구(RUSADA) 모스크바 실험소장이 폭로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선수들의 부정행위 혐의를 미국 검찰이 조사하는 이유가 뭐죠?

기자) 미국 연방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미국에서 개최된 경기에서 부정행위를 꾀했거나 도핑을 위해 미국 은행 시스템을 이용했는지를 조사하고 사기와 모의 혐의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러시아 스포츠계의 최고 스타 선수들은 보스턴 마라톤을 비롯해, 국제 봅슬레이 대회, 레이크 플래시드 스켈레톤 세계 선수권대회 등 미국에서 열린 다양한 국제 스포츠 경기에 출전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내에서 벌어진 불법행위를 조사한다고는 합니다만, 검찰 수사가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 연방검찰의 이번 수사가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데는 여러 난관이 예상됩니다. 검찰이 사법권을 행사하더라도 러시아 당국이 협조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증거와 증인 확보는 물론이고 피고인을 미국으로 소환하는 등 수사 전반에 러시아 당국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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