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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부패 자금 유입 차단 노력...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악재 '첩첩산중'


일본 고치현 아키에서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일본 고치현 아키에서 태풍 '제비'의 영향으로 높은 파도가 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어제(12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된 ‘반부패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영국이 탈세, 재산 도피 등 특히 후진국에서 만연한 부정부패 문제와 싸우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브라질 대통령 탄핵 심판 개시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미셰우 테메르 대행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경기침체와 함께 정치· 사회적 혼란이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의 국정 관리에 발목을 잡으리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또 레바논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군사조직 총사령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세계 여러 나라 지도자들이 영국에 모여 ‘반부패 정상회의’를 열었는데, 어떤 모임입니까?

기자) 영국 런던의 랭카스터하우스에서 어제(12일) 열린 ‘반부패 정상회의’는 부패의 폐단과 부패 척결의 필요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정상급 국제회의입니다. 이날 하루 동안 진행된 올해 회의는 세계 주요 20개국의 모임인 G20에서 중국과 함께 반부패 실무그룹 의장국을 맡게 된 영국 정부가 주관했습니다. 주최국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비롯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황수셴 중국 감찰부장 등 30여 개국 정상· 각료들을 비롯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IMF) 총재,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비롯한 주요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한국에서 김현웅 법무장관도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회의에서 내놓은 결과물은 뭔가요?

기자) 과거부터 일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사기범죄나 각종 비리 등으로 돈을 빼돌린 뒤, 관련 자금을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구 선진국에 묻어놓는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정부패의 책임을 후진국들에게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부패 자금의 목적지인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책임을 자각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하자는 게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합의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후진국에서 ‘더러운 돈’이 선진국으로 가면, 돈을 받아들이는 선진국들도 책임이 있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죠. 후진국과 개발도상국 출신 사기· 비리 혐의자가 미국이나 영국으로 돈을 빼돌리면 미국· 영국의 은행들이 이득을 봅니다. 또 이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집을 사거나 땅을 매입하면 해당 지역 부동산 중개인들이나 개발업체들에게 수익이 돌아가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영국은 후진국의 부패자금을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국 국민들이 혜택을 입는 관계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서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기로 했습니까?

기자) 네. 이처럼 미국과 영국의 도피처로 빼돌려지는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부패자금이 통산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두 나라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를 내놓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규모라는 데에 양국 의견이 일치합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반부패 정상회의 직후 공식 발표문을 통해서, ‘페이퍼 컴퍼니’를 비롯해, 우리가 흔히 ‘유령회사’라고 부르는 명목상 사업체들이 사라지도록 모든 기업체의 실소유주 등록을 강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른바 ‘기업 실명제’를 통해 사기· 부패 자금의 유입을 차단해보자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은 어떤 계획을 내놨습니까?

기자)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만, 앞서 말씀 드린 개발도상국 부패 자금 유입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런 부패자금에 대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의 은행에 숨겨질 것이 아니라,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다리를 건설하고, 교육에 투자 돼야 할 돈”이라면서, “우리는 이 문제와 싸우겠다. 부패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못지않은 우리의 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영국과 함께 이번 반부패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공동선언문을 주도했습니다.

진행자) 공동선언문의 내용은 뭡니까?

기자) 공동선언문에는 ‘부패· 은폐 수단으로 악용되는 법적· 제도적 장치 개선 및 부패신고자의 철저한 보호’, 그리고 ‘정부 예산의 공정한 집행과 조세 투명성 증진’, 이와 함께 ‘부패 관련자의 엄벌과 부패로 인한 피해 복구’, ‘부패문화의 근절과 국제공조 강화’를 비롯한 참석 국가들의 합의가 담겼습니다.

진행자) 앞서 한국도 이번 반 부패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활동을 했나요?

기자) 한국의 김현웅 법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방위사업감독관 신설을 비롯한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 그리고 공공조달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등 한국 정부의 정책을 설명했습니다. 한국에서 방위산업 관련 비리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데 따른 대책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장관은 또 독일·이탈리아·중국·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세네갈 대표단과 별도 면담을 통해 형사 사업 분야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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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번엔 브라질로 가봅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개시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미셰우 테메르 대행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요?

기자) 네. 어제(12일) 날짜로 직무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여전히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 행정부가 오늘(13일)부터 공식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브라질의 경기 침체와 함께 극도로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 때문에 테메르 행정부가 시작부터 불안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서방 주요 언론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떤 모습이 그렇게 불안스러운 겁니까?

기자) 경제난 와중에 브라질 국민의 정치 불신이 극도에 달해있는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테메르 행정부의 내각의 ‘인적 안배’가 부족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진행자) ‘인적 안배’가 부족하다면, 내각 구성이 특정 인종에 치우쳐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브라질 정치에 능통한 정치학자 세르지오 프라시아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테메르 내각의 인적 구성이 나이 많은 백인 남성에 치우쳐 있어 당황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은 원주민과 유럽에서 이주한 백인,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의 후손, 또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 계통 등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나라입니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의 내각에는 장관급 22명 가운데 아프리카 계통 흑인은 물론, 여성이 1명도 없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테메르 정부의 인적 구성이 한쪽에 치우쳐 있는 관계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서, 경제난을 헤쳐나갈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게다가 테메르 행정부는 도덕적 기반마저 확고하지 않다고 AP통신은 분석했습니다.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집권 브라질노동당(PTB)과 연정을 이뤘던 브라질민주운동당(PMDB) 소속인데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이들 두 정당은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의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페트로브라스로부터 직접 뇌물을 받은 혐의는 없지만, 브라질 민주운동당 내부 비리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입니다. 지난달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 62%는 호세프 대통령과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이 함께 퇴진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직무 정지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앞서 전해주셨는데, 호세프 대통령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습니까?

기자) 직무정지 사태를 맞은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의 공식 대통령직 업무 인수 직전 대국민 담화를 남기고 대통령 궁을 떠났습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담화에서 “나는 거대한 불의의 희생자”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내 평생 싸워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최종 탄핵 가결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을 밝혔습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호세프 대통령 지지 세력이 파업과 시위에 나서 브라질 사회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올여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기자)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최대 180일 동안 직무정지에 들어가면서 오는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대통령 없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브라질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재 출범 당일 성명을 내고, 정치적인 문제가 올림픽 개최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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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이어서 중동 소식입니다. 헤즈볼라의 군사조직 총사령관이 시리아에서 사망했다고요?

기자) 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군 총사령관 무스타파 바드레딘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오늘(13일) AP통신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헤즈볼라는 성명서를 통해 1982년부터 대부분의 이슬람 저항작전에 참여해 온 바드레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현지 시각으로 지난 화요일(10일) 밤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친헤즈볼라 방송 ‘알마야딘 TV’도 바드레딘이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졌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바드레딘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헤즈볼라에서 하산 나스랄라 최고 지도자를 제외하면 최고위직 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드레딘은 지난 2008년 사촌 이마드 무그니예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살해된 뒤 헤즈볼라 최고 군사령관이 됐습니다. 지난 2005년 벌어진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암살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다른 3명의 피고와 함께 궐석재판을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2년 바드레딘을 ‘특별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도 굵직굵직한 테러 관련 혐의를 받아왔다고요?

기자) 네. 바드레딘은 쿠웨이트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지난 1983년 발생한 폭탄 공격과 관련된 판결이었는데요. 이 사건으로 쿠웨이트 당국에 의해 구금됐지만, 199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탈옥에 성공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 재무부는 2015년 공식 성명을 통해 2011년 이후 시리아에서 발생한 다양한 군사작전의 책임자로 바드레딘을 지목했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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