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솅겐 조약


룩셈부르크 솅겐 마을 입구의 표시판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금 유럽은 난민 문제가 아주 심각합니다. 내전이나 굶주림 등을 피해 몰려오는 난민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각국이 고심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유럽의 난민 문제가 보도될 때마다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게 ‘솅겐 조약’이라는 말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솅겐 조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솅겐 조약이 뭔가요?”

솅겐 조약은 1985년 룩셈부르크의 '솅겐'이라는 마을에서 체결돼 '솅겐 조약'이라고 부르는데요. 유럽 5개국 대표들이 서로 같은 출입국 관리 정책을 시행해서 각국 간의 인적, 물적 통행에 제한이 없게 하자고 조약을 맺은 게 시작입니다. 1990년에 조약의 구체적인 시행 내용을 보충한 '솅겐 협정'이 발표됐고요. 실제로 시행에 들어간 건 조약을 맺은 지 10년 만인 1995년이었습니다.

솅겐 조약으로 인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솅겐 조약에 가입한 국가의 국민은 여권이나 비자 없이도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잠깐 여권과 비자의 차이점을 짚고 갈까요? 보통 해외 여행을 하려면 여권과 비자가 필요합니다. 영어로 패스포트라고 하는 여권은 해외 여행이나 방문을 원하는 자국민에게 그 나라 정부가 발행해주는 일종의 여행 신분증을 말하고요. 비자는 입국사증이라고 하는데요. 외국인에게 자기 나라의 방문을 허락해주는 일종의 입국 허가증입니다. 그러니까 여권은 발행 대상이 자국민이고, 비자는 발행 대상이 외국인인 거죠. 예를 들어 미국 시민이 어떤 나라를 방문하고 싶다면 미국 정부에는 여권을 신청하고, 방문하려는 나라에는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솅겐 조약은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여권이나 비자 없이 조약에 가입한 나라들끼리는 서로 자유롭게 여행하도록 허용하는 겁니다. 솅겐 조약의 내용은 1997년 체결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조약에 의해 1999년 유럽연합의 법으로 시행됐습니다.

“어느 나라가 셍곈 조약에 가입했나요?"

현재 26개 나라가 솅겐 조약에 가입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22개 나라가 유럽연합 회원국이고요. 4개 나라는 유럽 연합 회원국이 아닙니다. 유럽 연합 회원국이 아니면서 솅겐 조약에 가입한 나라로는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가 있습니다.

1985년에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5개 나라가 가장 먼저 조약을 체결했고요. 이어서 1995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리고 1997년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등이 차례로 가입했습니다. 이후에도 몇 나라씩 꾸준히 가입하다가 2007년 헝가리와 에스토니아 등 9개국이 한꺼번에 가입하면서 범위가 크게 늘어났고요.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이 2008년에 마지막으로 가입했습니다.

“어느 나라가 셍곈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나요?”

유럽 연합 회원국 가운데 국경 개방에 보수적인 편인 영국과 아일랜드는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솅겐 조약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취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솅겐 가입국간에 사법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솅겐 정보 시스템(SIS)'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럽 연합 회원국들인 키프로스와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도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 비회원국 가운데는 알바니아, 세르비아, 벨라루스, 마케도니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솅겐 가입국과 비가입국 간의 국경에서는 난민이나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빚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시리아 난민 문제의 한가운데 있는 그리스는 솅겐 가입국이고요. 터키는 가입국이 아닙니다.

영국은 유럽에서 지도자 격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리아 난민 위기 사태를 정면으로 겪고 있지는 않은데요. 하지만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해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고조되자 오는 2020년까지 2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서약한 바 있습니다.

현재 유럽연합에서는 난민을 수용하지 않는 회원국들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회원국이면서 솅겐 가입국이 아닌 영국이나 아일랜드도 법적 조치 대상이 될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솅겐 조약 가입으로 얻는 혜택은 뭘까요?”

약 4억 명에 달하는 유럽인들이 솅겐 가입 지역은 어디나 여권과 비자 없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이 혜택을 보는 사람이 무려 12억 5천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임금이 낮은 나라에서 임금이 높은 나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이른바 ‘솅겐 비자’라는 것을 발급받으면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그밖에 솅겐 조약 가입국들끼리는 범죄자 추격이나 정보 공유도 쉽게 만들었는데요.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독일로 도주했을 때 프랑스 경찰이 국경을 넘어 독일까지 추격이 가능합니다.

솅겐 조약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현재 솅겐 지역 안에서 이뤄지는 교역량만 연간 미화로 3조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솅겐 조약 붕괴설이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시리아 내전이 5년 넘게 이어지면서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리아 국내에 있는 피난민들 외에도 외국을 떠돌고 있는 난민만 4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이 시리아 난민들과 또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정치적, 사회적 불안으로 고국을 떠난 난민들까지 유럽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유럽 국가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현재 헝가리, 오스트리아, 발칸 국가 등 국경을 통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는데요. 솅겐 조약에 따르면 국경이 위협을 받는 등 예외적 상황에 대해 6개월간 길게는 2년까지 국경을 통제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녹취: 파리 테러 보도]

유럽 국가들의 이런 조치에는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사건이나 올해 벨기에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의 영향도 큽니다. 난민들 속에 테러 분자들이 섞여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유럽연합 지도부는 솅겐 지역의 국경 통제 연장을 허용했습니다. 유럽 연합 지도부는 올해 말까지는 다시 원상 복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유럽연합 붕괴설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이러다 솅겐 조약마저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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