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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 납치문제 '스톡홀름 합의' 2주년...사실상 사문화


지난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정부간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가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일 정부간 협상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교섭 담당대사가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전면적으로 재조사하기로 한 북-일 스톡홀름 합의가 나온 지 이 달로 2 년이 됩니다. 당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이 합의에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요, 북-일 스톡홀름 합의의 경과를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2014년 5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양국 국장급 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시 조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에 북한이 일본인 17 명을 납치했고, 이 가운데 5명만 일본으로 돌아왔다는 공식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괄적으로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신 일본 정부는 인적 왕래 규제, 송금과 휴대 금액 관련 특별규제 조치, 인도주의 목적을 가진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은 같은 해 7월 초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개시에 맞춰 대북 제재를 일부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합의 이행 초반부터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해 현재 스톡홀름 합의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스톡홀름 합의가 나온 뒤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과 9월 중국에서 북한 대표들을 만나 북한 측의 1차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이 먼저 대북 제재를 추가 해제하도록 요구하면서 조사 결과 공개는 계속 미뤄졌습니다.

일본은 그 해 10월에도 평양으로 협상단을 보내 조사 결과 공개를 북측에 거듭 촉구했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습니다.

스톡홀름 합의 이행이 이렇게 지지부진해지자, 해를 넘긴 2015년 일본 정부는 대북 압박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일본 경찰은 지난해 3월 말 북한산 송이버섯의 불법 수입에 연루된 혐의로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의 허종만 의장 자택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허 의장의 차남인 허정도 씨를 같은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총련 뿐만 아니라 북한 측까지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일본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조총련 압수수색을 국가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이런 상태에서는 북-일 정부 간 대화도 할 수 없다면서 스톡홀름 합의 파기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한인권 문제와 연계해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곧이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스톡홀름 합의를 이행하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독자적인 대북 제재안을 선보였고, 이에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현재 일본 정부는 북한의 합의 파기 선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토 가쓰노부 일본 납치문제 담당상은 일본인 납치 문제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가토 납치문제담당상] "Without the resolution of the abduction issue..."

핵과 미사일 문제 뿐만 아니라 납치 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없다는 것입니다.

가토 담당상은 또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대북 제재를 해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당근도 제시했습니다.

[녹취: 가토 납치문제담당상] "If North Korea sincerely works...."

만일 북한이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몇몇 현안에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면 일본은 북한과 건설적인 관계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가토 담당상은 일본 정부가 핵과 미사일 문제 뿐만 아니라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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