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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비판 기록영화 '태양 아래' 국제영화제 수상


영화 '언더 더 선'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
영화 '언더 더 선'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

8살 소녀의 생활상을 통해 북한 체제의 위선을 고발한 기록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잇달아 상을 받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체제선전을 위해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이 영화가 잘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영화 ‘태양 아래(Under the Sun)’가 14일 막을 내린 제21회 빌뉴스 영화제 ‘발틱 게이즈’ 경쟁 부문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에서 지난 1995년 시작된 이 영화제는 이 나라 최대의 영화제입니다.

주최 측은 ‘태양 아래’가 북한 내부에서 북한 정권의 모습을 잘 보여준 공로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저명한 기록영화 제작자인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1시간 46분 길이로, 평양에 사는 ‘진미’라는 이름의 8세 소녀와 그의 가족들, 친구들을 1년 간 촬영했습니다.

특히, 이 소녀가 소년단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촬영하기 직전에 마주한 이 소녀의 생활은 모두 조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인공의 집이 새로 지은 대형 아파트로 바뀌어 있었고, 실제 신문기자였던 주인공 아버지의 직업도 의류공장 노동자로 바뀌는 등 북한 당국이 북한의 이미지를 조작하려 했다는 겁니다.

만스키 감독은 북한 당국자들이 제작 과정에 개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영화 장면이 촬영되는 사전준비 작업까지 그대로 영화에 포함시키면서, 북한 당국이 선전 활동을 위해 어떻게 사실을 왜곡하는지를 관객들에게 여과 없이 보여줬습니다.

만스키 감독은 지난 1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의 간섭 때문에 제작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만스키 감독]

진실을 담는 게 거의 불가능했고, 사람들을 만나고 촬영을 할수록 사실이 아니라 비현실로 꽉 차 있었다는 겁니다.

만스키 감독은 그런 비현실을 사실처럼 왜곡하는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자 북한은 물론 영화 제작을 지원했던 러시아 당국과 정치인들이 반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 영화는 앞서 지난 4일 끝난 제40회 홍콩국제영화제에서도 기록영화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만스키 감독이 북한 당국의 집요한 조작 아래서도 위조된 완벽한 북한의 모습 속에 담긴 부조리를 잘 포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영화는 오는 27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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