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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산림복구 전투 중…매년 평양시 면적 황폐화


북-중 접경도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소녀들이 나무를 지고가고 있다. (자료사진)
북-중 접경도시 신의주 압록강변에서 소녀들이 나무를 지고가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에서는 요즘 나무심기가 한창입니다. 평양은 물론 지방 곳곳에서 ‘산림복구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량과 땔감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신문과 TV는 요즘 ‘나무심기 70일 전투’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오늘의 나무심기는 단순한 실무적 사업이 아니라 70일 전투 기록장에 애국의 뜨거운 마음을 새겨가는 영예롭고 보람찬 애국사업임을 깊이 자각하고...”

북한 TV를 보면 일반 주민 뿐아니라 군인과 초, 중, 고교 학생들까지 동원돼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고급중학교 학생 이향입니다. (나무를 몇 그루나 심었습니까?) 현재 22대 심었는데 아직 더 심어야 합니다.”

특히 지난 2014년, 전 국토를 수림화 하라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별지시를 계기로 한층 더 요란하게 나무심기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나무심기를 장려하는 북한 노래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나무를 심자 나무를 심자~ 우리 사는 거리와 마을마다~"

북한은 1947년부터 70년 가깝게 매년 식수절 행사를 하며 나무를 심어왔습니다. 그러나 과거 울창했던 북한의 산림은 현재 남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폐한 상태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의 대외보험총국에 근무하다 지난 2004년 탈북해 현재 한국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한국에 와서 많이 놀랐고, 제일 부러웠던 것이 산림입니다. 도로가 잘 돼 있고, 차 많고, 산림이 잘 돼 있고, 서울은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인기척이 닿지 않는 부분이 많거든요.”

북한 산림의 황폐화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의 산림청과 유엔 기구가 인공위성 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의 산림 면적은 899만 헥타르로 남한의 1.4 배에 달합니다.

그러나 북한 전체 산림면적의 32%인 284만 헥타르가 황폐화 돼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1990년 820만 헥타르에 달했던 북한의 산림은 2011년엔 554만 헥타르로 줄어들었습니다. 해마다 평양시 크기만한 산림이 황폐화 되고 있는 겁니다.

북한 농업과학원 출신인 탈북자 이민복 씨는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 된 것은 에너지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석탄을 비롯한 연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자 주민들이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냈다는 겁니다.

[녹취: 이민복] “경제가 어려우니까요, 그러니까 산에 나무를 찍을 수밖에 없고, 풀을 긁어내서 불을 때는 형편이니까, 에너지가 공급이 안돼서 그렇습니다.”

주민들이 산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는 ‘소토지’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소토지는 1980~90년대 시작된 것으로, 식량 배급이 잘 안 되자 주민들이 산비탈이나 골짜기를 화전 등으로 일궈 자체적으로 식량을 마련한 것을 의미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산 속 깊이 들어가서 화전을 일궈서 거기서 식량을 해결하려는 것인데, 당국이 막을 수 없는 건, 인민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굶어 죽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소토지는 경작지 부족과 협동화, 집단영농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12년에 산림복구 10개 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오는 2023년까지 전국적으로 65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나무를 많이 심는 게 아니라 나무를 돌보는 사후관리라고 김광진 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심는 것은 과제가 할당되니까 무조건 억지로 심는 거죠. 그런데 나무가 푸르러지려면 자기 집 나무처럼 가꿔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는 거고, 사후관리가 잘 안 되고, 심는 것과 푸르게 하는 것이 따로따로 노는 거죠.”

이민복 씨는 북한이 산림을 푸르게 만들려면 한국처럼 개인이 산과 산림을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이민복]”내 것이 아니니까 그래요. 여기는 (남한) 산림경찰은 따로 없지만, 내 산이기 때문에, 내 것이기 때문에, 개인이 목숨 걸고 내 산을 지키는데 거기는 그런 게 없으니까, 산림 간수 하나가 사람들을 다 어떻게 막습니까?”

나무를 심는 식수절이 너무 이른 것도 문제라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북한은 지난 1999년 식수절을 4월6일에서 3월2일로 변경했는데, 3월 초는 나무를 심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안찬일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안찬일]”4월에는 심어야 북한에서도 나무가 살 수 있는데, 3월에 심는다? 이건 전혀 기후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고, 정치적 성격이기 때문에 상당한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북한은 1946년 3월2일 김일성 주석이 모란봉에 올라 산림 조성에 관해 언급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식수절을 3월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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