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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대법관


미국 워싱턴의 대법원 건물.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의 대법원 건물. (자료사진)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지난 2월 13일, 앤터닌 스캘리아 미 연방 대법관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로 인해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를 둘러싸고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새 대법관을 지명하겠다며 인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반면 공화당은 새 대법관 지명은 다음 대통령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관의 자리가 어떤 위치길래 이렇게 여야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연방대법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연방대법관 지명과 인준 절차”

미국의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 대법원의 판사인 연방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합니다. 미국의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이나 연방 대법관 같은 고위 공직자를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요. 하지만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 법사위원회가 먼저 청문회를 열어 후보를 검증하고요. 여기서 통과되면 임명동의안을 만들어 상원 전체 회의에서 표결에 부칩니다. 여기서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만 정식 임명됩니다. 미국 헌법은 연방 대법관의 자격에 대한 규정을 따로 명시해놓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역대 대통령들은 판사들의 정치적 사상과 견해, 판례 등을 검토한 후 자신과 신념이 비슷한 판사들을 지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원의 인사청문회 과정은 몹시 까다롭지만, 미국 역사상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를 상원이 거부한 경우는 12명에 불과합니다.

“연방 대법관의 임기”

미국의 헌법 3조는 사법부에 대한 규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이 헌법 3조는 연방 대법관의 임기에 대해 ‘선한 행동을 하는 동안 직위를 가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선한 행동(good behavior)이라는 용어는 의회의 탄핵이나 기소를 당하지 않는 한 평생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종신직인 거죠. 단 스스로 은퇴나 사임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사람의 기대수명이 훨씬 늘었고, 변화한 시대상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종신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역대 연방 대법관의 이모저모”

미국의 연방 대법관은 1789년 연방 대법원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230여 년간 불과 112명만 배출된 영예로운 자리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역대 연방 대법관의 평균 임기는 16년이었는데요. 가장 오랫동안 재임한 연방 대법원장은 존 마샬 대법원장으로, 34년 5개월 11일이라는 재임 기록을 세웠습니다. 마샬 대법원장은 또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법원장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한데요. 제임스 오헤라 대법원 역사협회 이사의 설명 한번 들어보시죠.

[녹취: 오헤라 이사]

“가장 위대한 연방 대법원장은 미국 건국 초기에 대법원장을 지낸 존 마샬이었다는 데, 거의 모든 대법원 전문가들이 동의할 겁니다. 존 마샬 대법원장은 1801년에 존 애덤스 대통령에 의해 임명돼서, 34년 동안 대법원장으로 재임했는데요. 당시는 헌법이 제정된 지 얼마 안 돼서, 대법원에 의해 해석되기 시작하는 시기였는데, 마샬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지도자로서 훌륭한 역량을 보여서 아주 중요한 인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연방 대법관 가운데서는 36년 7개월 8일동안 재임한 윌리엄 O. 더글러스 판사가 최장수 연방 대법관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 역사상 최초의 유대계 연방 대법관은 1916년부터 1930년까지 재임한 루이스 D. 브랜데이스 대법관이고요. 최초의 흑인 대법관은 1967년에 임명돼 20여 년 재임한 더굿 마샬 대법관입니다. 최초의 히스패닉, 중남미계 대법관은 지난 2009년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고요. 지난 2월 타계한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최초의 이탈리아계 대법관이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연방 대법관은 1981년부터 2006년까지 재임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연방 대법관입니다. 그런가 하면 27대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 연방 대법원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연방 대법관의 역할”

연방 대법관이 하는 일은 연방 대법원으로 올라오는 소송을 재판하는 건데요. 하지만 사건의 유. 무죄를 가리거나 형량을 선고하는 일반적인 재판이 아니라 법률을 해석하고, 법안이나 행정조치가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사해 판결하는 겁니다. 연방 대법원에서 내린 판결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법원에도 항소할 수 없습니다.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다수결로 이뤄지고요. 법적 정족수인 최소한 6명의 판사들이 판결에 참여해야 합니다. 미국 헌법은 대법관 수를 따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초창기에는 6명이었는데요, 1869년 관련법이 통과되면서 9명이 된 이래 지금까지 이 수는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방 대법관의 인선이 중요한 이유”

미국은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의 3권분립이 잘 돼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 현대사에서 사법부의 권위가 가장 도전을 받았던 때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이른바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 때였는데요. 당시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재판을 방해하는 등 가능한 권력을 다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 대법원이 “대통령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선언했던 건 유명합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의 판결은 시대를 막론하고 미국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녹취] 동성혼 합헌 판결 관련 보도

지난해 미국 역사의 분수령이 될 동성혼 합헌 판결이라든가 건강보험개혁법 판결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미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거라고 하겠는데요. 미국 연방 대법원은 미국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때마다 미국 헌법에 입각한 논리 정연한 판결문으로 미국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왔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연방 대법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5대 4로 갈리는 판결이 늘면서 어떤 성향의 대법관이 뽑히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 구도가 뒤집힐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연방 대법관의 정치적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연방 대법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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